[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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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합리화를 어느 정도 하지 않으면 너무 살기가 힘들고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들어서. 적당한 수준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적당함이 어느 만큼인지는 찍는 수밖에 없구요. ^^
인종주의 또 그것과 궤를 같이하는 식민주의/탈식민주의를 새삼 생각해보게 하는 멋진 신간 소설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저는 올해 읽은 소설 가운데 현재까지는 최고였고, 아마도 연말에 '올해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국계 미국 작가 R. F. 쿠앙의 『바벨』(문학사상). 원래 쿠앙의 최신작이자 국내에서는 이전에 나온 『바벨』보다 먼저 번역된『옐로페이스』(문학사상)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서, 신간을 큰 기대 없이 손에 들었어요. 그런데 두 권, 합치고 보면 거의 900쪽 가까운 벽돌 소설인데 단숨에 읽어버렸지 뭐예요. 1830년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설정이 살짝 가미된 대체 역사 소설입니다. 번역과 식민주의/탈식민주의 또 인종주의 사이의 관계를 실제 역사와 절묘하게 버무려서 기가 막힌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쿠앙은 1996년생인데, 『옐로페이스』 읽을 때만 해도 그저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괴물 작가였어요. 좋은 책은 널리 알려야겠기에 여러분도 눈여겨 보시라고 이렇게 추천합니다.
[세트] 바벨 1~2 세트 - 전2권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R. F. 쿠앙의 대표작.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였으나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검열 스캔들)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던 휴고상까지 거머쥐었다면 『바벨』 한 작품으로 세계 3대 SF 문학상 석권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옐로페이스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젊은 작가로 떠오른 R. F. 쿠앙이 자신이 반짝 스타가 아니라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차세대 작가임을 전 세계 독서계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문제작.
<옐로페이스> 원서가 항상 교보에 깔려 있는 것만 보다가 도저히 읽을 책이 없어 영어책모임에 추천해서 읽었는데, 저도 재미있었고 다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근데 한국에선 많이들 안 읽으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YG님의 입소문을 타고 베셀로 등극!! 바벨은 페북에서도 극찬하셔서 꼭 읽어 보려고요.
‘합성된’, ‘제조된’, ‘인위적인’이라는 단어들은 이제 칭송받을 만한 용어가 되었으며, 과학을 통한 인류의 자연에 대한 승리를 암시했다. 애딩턴은 이상적인 실내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 현대적 접근 방식이 아이러니하게도 쾌적함이 아닌 생존을 위해 냉방이 필요한 열적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에어컨이 없으면 현대에 사는 사람들은 질식하고 말 터였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38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캐리어는 공기 선도를 통해 제조에 적합한 공기의 물리적 상태를 표시하려 한 것이지만, 미국 난방및환기협회 연구소는이를 모델로 사용해 인간의 편안함이라고 불리는 그 규정하기 힘든 영역의 발견되지 않은 경계를 정의하려 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12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인간의 주관적인 느낌이 그래프로 표현될 수 있을까?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18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관객들이 냉방으로 느끼는 불쾌함은 인간의 진보를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는 과학적 발명이라는 순전한 의지의 산물로 가장 뜨거운 여름날 몸을 떨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고통받을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25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처럼 서로 분리되고 거의 평등하지 않았던 쾌적함의 폭력적 역사를 고려할 때 미국의 영화관은 무더운 날 모든 사람의 피난처로서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관들은 건축물로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라는 개념을 구체화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33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캐리어와 같은 엔지니어들은 극장의 관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했다. 즉 이상적인 온도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판매가 까다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가장 알아차리기 힘들 때가 가장 잘 동작하는 상태인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 할까?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35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관행적 편안함은 일종의 문화적 습관이므로 편안함을 위한 특정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도구가 또 다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나와 세상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내 전화기는 그 재료가 채굴되는 지역을 덜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나의 안정성은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공동체의 늘어난 불안정성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 이 편안함은 누구의 것인가?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핵심은 역사적으로 에어컨이 (위험 요인으로 흔히 오해되었던) 단기적 열적 불쾌함에 대한 해결법으로써 지구상에 보다 편안히 지내는 거주자들에 의해, 또 그들을 위해 처방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만병통치약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를 이제 실제로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는데, 특히 기계적 냉각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욱 위험으로 다가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9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냉방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가장 곤란한 통념, 즉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값싼 에너지가 무한대로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5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그렇게 업계는 대단히 심각하고 유독한 생활 수준을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세상을 세뇌시켰다. 편안함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갈망하고 획득해야 하는 상품이 되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63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멀리서 보면 미국 에어컨 역사의 첫해는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하나하나가 함께 모여 이제 별자리를 형성하는" 이미지로 표현했을 법한 길고 느린 밀폐의 과정으로 보인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5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자동차 에어컨이 좀처럼 통제력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통제력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에어컨을 틀고 일상적으로 하는 운전은 적극적으로 우리의 세상을 통제 불능 상태로, 더 깊은 위기로 몰아넣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렇듯 기후 결정론은 기질의 원인을 지역적 환경으로 규정하지만, 그 철학은 이상적인 문명과 (암암리에) 그러한 문명을 책임지는 우월한 ‘인종’의 존재에 대한 논쟁으로 쉽게 이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이러한 이론의 우스꽝스러움(고유하고 본질적인 ‘인종’이 동질적이고 순수하다고 가정하는 것, 보편적 이상에 대한 검토되지 않은 개념, 구체적 증거가 없는 방대한 일반화 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이다. 몽테스키외 이후, 임마누엘 칸트, 알렉산더 폰 훔볼트, 데이비드 흄을 비롯한 여러 세대에 걸친 서구 사상가들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기후와 인종 사이에 추정되는 연관성을 더욱 강화하려 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4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20세기 초 미국의 중상류층 백인 남성에게 인종차별 자체가 드문 일이 아니긴 했지만, 헌팅턴의 저서에는 소름 끼치는 주장이 넘쳐난다. 헌팅턴이 특별했던 것은 인종의 지능과 평균 온도를 연결 짓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집착 때문이었다. 그는 잘못된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나온 지도와 차트, 숫자와 통계, 실험 결과로 그의 책을 채웠다. 그는 기후에 기반해 세계 문명의 순위를 매기고 ‘최악’에서 ‘최고’의 문명을 지도로 나타냈다. 흑인 미국인, 아프리카인, 라틴 아메리카인을 배제하고, ‘전문가의 합의된 의견’을 끌어모은 이 지도는 한 전기 작가의 표현대로 문명의 지도보다 인종 편견의 지도로 더 잘 기능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5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266쪽) 알라모 전투에 대해 잘 몰라서 찾아봤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2619.html ‘론스타 텍사스’ 유래 알라모전투 1864년 미국-멕시코전쟁 불씨로
이거 영화도 있더군요. 옛날 영화고 승리자 즉 미국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별로 추천할만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세상은 있는 사람 중심으로 돌고 있으니. 근데 이 책 스펙트럼이 꽤 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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