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관객들이 냉방으로 느끼는 불쾌함은 인간의 진보를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는 과학적 발명이라는 순전한 의지의 산물로 가장 뜨거운 여름날 몸을 떨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고통받을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25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처럼 서로 분리되고 거의 평등하지 않았던 쾌적함의 폭력적 역사를 고려할 때 미국의 영화관은 무더운 날 모든 사람의 피난처로서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관들은 건축물로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라는 개념을 구체화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33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캐리어와 같은 엔지니어들은 극장의 관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했다. 즉 이상적인 온도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판매가 까다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가장 알아차리기 힘들 때가 가장 잘 동작하는 상태인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 할까?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35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관행적 편안함은 일종의 문화적 습관이므로 편안함을 위한 특정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도구가 또 다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나와 세상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내 전화기는 그 재료가 채굴되는 지역을 덜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나의 안정성은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공동체의 늘어난 불안정성에 의존한다. 다시 말해 이 편안함은 누구의 것인가?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핵심은 역사적으로 에어컨이 (위험 요인으로 흔히 오해되었던) 단기적 열적 불쾌함에 대한 해결법으로써 지구상에 보다 편안히 지내는 거주자들에 의해, 또 그들을 위해 처방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만병통치약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를 이제 실제로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는데, 특히 기계적 냉각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욱 위험으로 다가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49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냉방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가장 곤란한 통념, 즉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값싼 에너지가 무한대로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5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그렇게 업계는 대단히 심각하고 유독한 생활 수준을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세상을 세뇌시켰다. 편안함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갈망하고 획득해야 하는 상품이 되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63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멀리서 보면 미국 에어컨 역사의 첫해는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하나하나가 함께 모여 이제 별자리를 형성하는" 이미지로 표현했을 법한 길고 느린 밀폐의 과정으로 보인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15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자동차 에어컨이 좀처럼 통제력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통제력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에어컨을 틀고 일상적으로 하는 운전은 적극적으로 우리의 세상을 통제 불능 상태로, 더 깊은 위기로 몰아넣는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이렇듯 기후 결정론은 기질의 원인을 지역적 환경으로 규정하지만, 그 철학은 이상적인 문명과 (암암리에) 그러한 문명을 책임지는 우월한 ‘인종’의 존재에 대한 논쟁으로 쉽게 이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이러한 이론의 우스꽝스러움(고유하고 본질적인 ‘인종’이 동질적이고 순수하다고 가정하는 것, 보편적 이상에 대한 검토되지 않은 개념, 구체적 증거가 없는 방대한 일반화 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이다. 몽테스키외 이후, 임마누엘 칸트, 알렉산더 폰 훔볼트, 데이비드 흄을 비롯한 여러 세대에 걸친 서구 사상가들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기후와 인종 사이에 추정되는 연관성을 더욱 강화하려 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4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20세기 초 미국의 중상류층 백인 남성에게 인종차별 자체가 드문 일이 아니긴 했지만, 헌팅턴의 저서에는 소름 끼치는 주장이 넘쳐난다. 헌팅턴이 특별했던 것은 인종의 지능과 평균 온도를 연결 짓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집착 때문이었다. 그는 잘못된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나온 지도와 차트, 숫자와 통계, 실험 결과로 그의 책을 채웠다. 그는 기후에 기반해 세계 문명의 순위를 매기고 ‘최악’에서 ‘최고’의 문명을 지도로 나타냈다. 흑인 미국인, 아프리카인, 라틴 아메리카인을 배제하고, ‘전문가의 합의된 의견’을 끌어모은 이 지도는 한 전기 작가의 표현대로 문명의 지도보다 인종 편견의 지도로 더 잘 기능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5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266쪽) 알라모 전투에 대해 잘 몰라서 찾아봤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2619.html ‘론스타 텍사스’ 유래 알라모전투 1864년 미국-멕시코전쟁 불씨로
이거 영화도 있더군요. 옛날 영화고 승리자 즉 미국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별로 추천할만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세상은 있는 사람 중심으로 돌고 있으니. 근데 이 책 스펙트럼이 꽤 넓은 것 같습니다.
기사 제목에 오타가 있네요. 미국-멕시코전쟁은 1864년(x) -> 1846년(o)
많은 미국인이 그 시기에 갖게 된 근거 없는 믿음은, 그리고 실제로 지금도 갖고 있는 믿음은 멋진 동네에 있는 멋진 집에서,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할 수 있는(공기조절까지 되는) 기기로 안전한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인들이 붕괴의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문화는 특히 더 붕괴하기 쉬워질 것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79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1945년에 좀 기이하게 들리는 경고를 했던 조지 오웰의 공포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현실로 나타났다. 이제 오웰의 경고는 전보다 덜 기이하게 들린다. 그는 “우리는 어쩌면 일반적인 붕괴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노예 제국처럼 끔찍할 정도로 안정된 시대를 향해 가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썼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80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늦게 시작했지만 너무 잘 읽혀서 잘 따라가고 있어요. 이렇게 넓은 그림으로 과학 역사 사회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오존층은 단순히 자동차 앞 유리처럼 변함없이 우리 앞에 놓여 자외선을 반사하는 판유리가 아니다. 오존층은 덜 가시적이고 덜 안정적이다. 피스크는 “비영속성은 오존의 본질이며, 그 특이성은 자체적인 파괴 수단이다”라고 썼다. (나는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다른 것들보다, 현대 인류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성층권의 오존은 우리 개개인의 비영속성을 잊게 해준다. 적어도 한동안은 말이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86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오존층은 전체적으로 방패가 아니라 조수 같은 것이다. 즉 약 16km 상공에서 원자들을 끊임없이 분해하고 재결합하는 보이지 않는 파도 같은 것으로 기능한다. 오존층은 바다가 가시광선을 거르듯 가장 지독한 방사선을 걸러낸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87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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