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록은 프레온의 유해성 같은 건 전혀 관심없이 대기의 이동을 연구하다가 프레온 농도를 측정해보게 된 거구, 그 연구결과가 우연히 다른 과학자들에게 전해져 프레온의 위험성이 밝혀지게 된 건가요? 정말 인류의 운명은 0.3센티미터, 동전 두 개 겹쳐놓은 오존층의 두께만큼이나 얇은 행운으로 지탱되고 있는 느낌이네요. 상업적 목적 없이 자유롭고 광범위한 주제의 자연 탐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기도 하구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오도니안
RAMO
YG님의 대화: 읽기표대로, 내일 8월 5일 화요일에는 '들어가며'를 읽습니다.
'들어가며'를 읽으면서 느끼시겠지만, 책의 가치를 염두에 둘 때 편집이 상당히 엉성해요. 출판사에서 무슨 사정이었는지 만듦새에 신경을 많이 못 썼나 봐요. 번역도 열심히 하셨겠지만 엉성해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몇 군데 체크를 해뒀으니 전혀 엉뚱하게 맥락을 짚거나, 용어 해설을 한 부분은 어쭙잖게 제 힘 닿는 데까지 보완을 해보려고 합니다. 8월도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택배와 기후위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편안함 뒤에는 종종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는 에어컨이 온실가스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 그리고 문 앞에 도착한 택배가 누군가의 열악한 노동 환경의 결과라는 사실처럼 말입니다. <일인분의 안락함>은 이처럼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도록 이끕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곧 해결의 첫걸음임을 깨닫게 됩니다.
최근 여름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한 ‘택배 없는 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파업은 대다수 시민이 당연하게 여겼던 택배 서비스의 이면,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들의 파업을 외면하거나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이는 결국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익숙한 편안함만을 좇으려는 태도에 불과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절규와 같았고, 우리는 비로소 그들의 존재와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문제를 인식해야만 비로소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는 효율 극대화를 위해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을 가려 버립니다. 에어컨의 등장은 이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920년대 등장한 에어컨은 개인에게 쾌적함을 선사했지만, 그 안에는 냉매로 사용된 프레온 가스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숨겨진 위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개인의 안락함을 선택했고, 자본은 그 선택을 부추기며 문제의 심각성을 덮어 왔습니다. <일인분의 안락함>의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에어컨의 역사와 프레온 가스의 등장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택배기사의 혹독한 노동 환경을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프레온 가스의 위험성 역시 ‘안락함’이라는 거대한 편의 뒤에 가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안락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일인분의 안락함>의 핵심 문장은 바로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나의 안정성은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공동체의 늘어난 불안정성에 의존한다.”
— 8장, ‘개인적 편안함에 대한 정의’, <일인분의 안락함>
우리가 누리는 개인적 편안함은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프레온 가스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또는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우리의 안락함 뒤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택배 파업을 계기로 노동 환경 개선 노력이 시작되었듯, 프레온 가스 문제 또한 우리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때 비로소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함이 공동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문제에 눈을 감는 대신 정면으로 응시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챠우챠우
YG님의 대화: 2부 7장에서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좀 더 부연해볼게요. (탄소가 아니라 염소죠?)
염소에 의한 오존 파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반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진행됩니다.
염소 원자(Cl)가 오존(O₃)을 공격하여 일산화염소(ClO)와 산소 분자(O₂)를 생성합니다.
이 반응으로 오존 분자 하나가 파괴되어 산소 분자로 변합니다.
생성된 일산화염소(ClO)는 주변의 산소 원자(O)와 반응하여 다시 염소 원자(Cl)와 산소 분자(O₂)를 생성합니다.
성층권에는 자외선에 의해 산소 분자(O₂)가 쪼개져 생성된 산소 원자(O)가 존재합니다.
이 두 번째 반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존을 파괴했던 염소 원자가 다시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와 또 다른 오존 분자를 공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Cl - ClO -Cl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염소 원자가 연쇄적으로 수많은 오존 분자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부연 설명 감사드립니다. 아직 2부 7장까지 못 갔는데 부지런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학부때 일반화학 재수강, 유기화학 2학기 수강을 했음에도... 20년이 넘게 지나니 탄소와 염소를 헛갈리는 무지렁이가 되었네요. ㅠㅠ

드림코난
책을 읽으면서 새삼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데요 일단 오존층의 두께입니다. 여태 오존층이 식별 가능한 두께로 지구를 덮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2~3mm 정도 안된다는 것에 너무 놀랐습니다. 책에서는 초 음속 여객기로 인한 오존층 손실 문제가 언급되지만 부가적으로 우주로 나가기 위해 로켓을 쏘아올리는 것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더군요. 워낙 얇게 펴져 있다 보니 조금 구멍만 생겨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지구 전체로 보면 그 구멍이 미미하게 보이긴 하겠지만요.
한때 일기예보에서도 나왔던 불쾌지수가 어느 순간 안보이고 체감온도로 바뀐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불쾌지수라는 단어가 알게 모르게 사라진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불쾌지수라는 수치가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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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챠우챠우님의 대화: 부연 설명 감사드립니다. 아직 2부 7장까지 못 갔는데 부지런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학부때 일반화학 재수강, 유기화학 2학기 수강을 했음에도... 20년이 넘게 지나니 탄소와 염소를 헛갈리는 무지렁이가 되었네요. ㅠㅠ
@챠우챠우 아, 전공자셨군요. 하하하! 저는 일반화학과 유기화학 1은 어떻게 선방했는데, 유기화학 2는 결국 재수강해서 겨우 졸업했어요. 제가 괜히 어쭙잖게 설명을 드렸나 봅니다.

YG
RAMO님의 대화: 택배와 기후위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편안함 뒤에는 종종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는 에어컨이 온실가스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 그리고 문 앞에 도착한 택배가 누군가의 열악한 노동 환경의 결과라는 사실처럼 말입니다. <일인분의 안락함>은 이처럼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도록 이끕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곧 해결의 첫걸음임을 깨닫게 됩니다.
최근 여름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한 ‘택배 없는 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파업은 대다수 시민이 당연하게 여겼던 택배 서비스의 이면,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들의 파업을 외면하거나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이는 결국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익숙한 편안함만을 좇으려는 태도에 불과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절규와 같았고, 우리는 비로소 그들의 존재와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문제를 인식해야만 비로소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는 효율 극대화를 위해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을 가려 버립니다. 에어컨의 등장은 이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920년대 등장한 에어컨은 개인에게 쾌적함을 선사했지만, 그 안에는 냉매로 사용된 프레온 가스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숨겨진 위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개인의 안락함을 선택했고, 자본은 그 선택을 부추기며 문제의 심각성을 덮어 왔습니다. <일인분의 안락함>의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에어컨의 역사와 프레온 가스의 등장을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택배기사의 혹독한 노동 환경을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프레온 가스의 위험성 역시 ‘안락함’이라는 거대한 편의 뒤에 가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안락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일인분의 안락함>의 핵심 문장은 바로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나의 안정성은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공동체의 늘어난 불안정성에 의존한다.”
— 8장, ‘개인적 편안함에 대한 정의’, <일인분의 안락함>
우리가 누리는 개인적 편안함은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프레온 가스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또는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우리의 안락함 뒤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택배 파업을 계기로 노동 환경 개선 노력이 시작되었듯, 프레온 가스 문제 또한 우리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때 비로소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함이 공동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문제에 눈을 감는 대신 정면으로 응시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RAMO 님, 귀한 의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택배 주고받을 때마다 항상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또 생각없이 주고받고 그러네요;

YG
드림코난님의 대화: 책을 읽으면서 새삼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데요 일단 오존층의 두께입니다. 여태 오존층이 식별 가능한 두께로 지구를 덮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2~3mm 정도 안된다는 것에 너무 놀랐습니다. 책에서는 초음속 여객기로 인한 오존층 손실 문제가 언급되지만 부가적으로 우주로 나가기 위해 로켓을 쏘아올리는 것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되더군요. 워낙 얇게 펴져 있다 보니 조금 구멍만 생겨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지구 전체로 보면 그 구멍이 미미하게 보이긴 하겠지만요.
한때 일기예보에서도 나왔던 불쾌지수가 어느 순간 안보이고 체감온도로 바뀐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불쾌지수라는 단어가 알게 모르게 사라진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불쾌지수라는 수치가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드림코난 네, 오존층이라고 하면 정말 두꺼운 띠 같은 걸 머릿속에 연상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저렇게 얇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 알고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8월 19일 화요일에는 2부 8장 '에어컨과 슈퍼마켓', 2부 9장 '자외선 지옥 구멍 논쟁', 2부 10장 '몬트리올 의정서'를 읽습니다. 다른 날보다 분량이 아주 조금 많은데요.
CFCs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과학자의 경고가 나오고 나서 그것이 최종적으로 규제되는 과정을 짚고 있어서 끊어서 읽기보다는 계속 읽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렇게 배치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CFCs 가 규제되는 전례를 들면서 지구 가열 문제도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 이렇게 희망을 품고 있는데요. 그 희망의 근거가 되는 실체를 한번 꼼꼼히 따져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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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우챠우
YG님의 대화: @챠우챠우 아, 전공자셨군요. 하하하! 저는 일반화학과 유기화학 1은 어떻게 선방했는데, 유기화학 2는 결국 재수강해서 겨우 졸업했어요. 제가 괜히 어쭙잖게 설명을 드렸나 봅니다.
전공자는 아닙니다;;; 필수과목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ㅠㅠ

오도니안
아내 조앤은 일은 잘 돼가고 있는지 물었다. "잘 되고 있지. 하지만 세상이 곧 끝날 것처럼 보이는군." 그가 말했다.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2부 7장,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