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시대가 좀 지났지만 모라벡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미래상이 흥미로왔습니다. 인류의 후손은 인류가 아니라 디지털 정신이 될 것이고, 그 정신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무한히 진화하고 발전할 거라는 비전이죠. 어쩌면 미래의 갈림길은 가상 세계에 업로드된 디지털 정신이냐, 생물학 기술들로 증강된 초인간이냐 문제일 수도 있겠죠.
제가 적어둔 내용을 보니까, 마셜 브레인이라는 철학자가 이런 주장과 예측을 했다고 합니다.
" 더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당신의 몸을 버릴 것이다…. 몸의 노화는 또 어떤가. 몸을 버림으로써 노화를 면활 수 있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가상 세계로 들어간 당신의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는 완벽한 몸을 지녔을 테고, 그들은 당신도 그 세계로 들어오라고 권할 것이다. 당신은 통증 없는 수술을 통해 당신의 뇌를 가상현실 속의 새로운 몸과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의 10대나 20대한테는 의미가 있는 전망일 수 있는데, 저한테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고, 저는 이런 세상이 빠르게 도래한들 크게 염두에 두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오도니안
aida
“ 개인, 가족, 도시, 국가, 대륙 등 크고 작은 규모로 우리는 우리의 행동들이 폐쇄된 시스템, 즉 자급자족과 피해통제 가 모두 가능한 자립적 구조 안에 국한되어 있다고 우리 자신을 속여왔다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 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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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3부까지 왔으니 개념 하나를 언급하자면, 지구를 데울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흔히 GWP(Global Warming Potential, 지구 온난화 지수)로 나타냅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다른 온실 기체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낸 것인데요. 이 책에서 "지구 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몇 배에 달한다" 같은 서술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죠.
그런데, GWP는 타임 스케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GWP-20, GWP-100, GWP-500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데요. 여기서 숫자는 20년, 100년, 500년 등입니다. 왜냐하면, 메탄의 20년 이상 GWP(GWP-20)는 84톤입니다. 이는 메탄 1톤의 누출이 20년 동안 측정된 84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명이 훨씬 짧기 때문에 GWP-100은 28, GWP-500은 7.95로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집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체로 GWP-100, 즉 100년 단위로 미치는 효과를 따지는 것으로 보여요. 저도 놀랐는데 CFCs든 대체재인 HFC든 100년 단위로 봐도 엄~청 GWP가 높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8월 22일 금요일에는 3부 4장 '흰 피부와 검은 조약'과 3부 5장 '새로운 냉매의 출현과 지하 경제의 탄생'을 읽습니다.
3부 4장에서는 CFCs 규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저자의 고찰, 그리고 3부 5장에서는 정말 놀라운 CFCs 지하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장 모두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라서 하나로 묶었어요.
특히, 3부 4장은 제가 이 책을 읽는 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이었어요. 저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이거든요.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CFCs 규제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성과가 있었던 반면에 온실 기체 규제가 왜 지지부진한지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연해
저도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라 신선하기도 했는데, 꼭 이것뿐만 아니라 세상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어쩌면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보기 좋게 포장해서 내놓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저 같은 소시민은 느낌조차 모를 정도로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질질질 끌 때는 언제고, 너무 단숨에 해결할 때면 비슷한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속한 조직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 높으신 분들의 뜻을 헤아리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쳇.

연해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어제 읽은 분량에서 지난달 벽돌 책 모임의 주인공 이름이 등장해서 살짝 반가웠습니다.
aida
ㅋㅋㅋㅋ 저두용
aida
저도 4장의 통찰은 흥미로웠고 인정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북미 오존층이 얇아진 것에 더해 백인이기에 더 취약한 피부암이 협약 비준과 생산금지를 성공시키는 데 큰 요인이었을 거라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구요. (자기한테 닥쳐야 바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쎈 본성 같은데 공동체, 생태계에 대해서는 필요한 연대는 의지가 더해져야만 해서.. 지지부진이란 사실이 말이죠)
또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살아있는 문서라는 것도 신선했어요. 더 위험이 발견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놓았다는 것은 그나만 인간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 같아 보여 대단한 성과라고 보이네요.
RAMO
기후 위기, 비이성적인 인간을 직시하다
병렬 독서는 어쩌면 서로 연관될 수 있습니다. 주제는 다르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맥상통한다면, 읽는 이에게 깊은 성찰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은 두 책에서 저는 기후 위기에 우리가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비이성적인 인간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인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과학이나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댄 애리얼리의 저서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주장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과 에릭 딘의 <일 인분의 안락함>이 다루는 프레온 가스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면, 환경 파괴의 근본 원인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정 규칙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 두 책은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시장 규칙이 상식과 도덕을 중시하는 사회 규범을 압도할 때 발생하는 파괴적 결과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은 두 가지 상이한 경제 개념에 의해 움직입니다. 하나는 시장 규칙으로, 모든 가치를 금전적 이익으로 환산합니다. 다른 하나는 사회 규범으로, 이는 호의·신뢰·인류애와 같은 비물질적 가치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시장 규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직업 만족도는 금전적 보상보다 타인을 돕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명예와 자부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 규칙이 사회 규범의 영역을 침범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학생의 지각에 벌금을 부과하자 이전에 존재하던 도덕적 죄책감은 사라지고, 대신 “벌금만 내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사례처럼 말이죠. 이는 사회 규범이 시장 규칙으로 대체되는 순간, 공동체의 가치가 훼손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위기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일 인분의 안락함>에 따르면,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즉각적인 생산 중단을 주저하였습니다. 기업들은 대체 냉매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생산 제한에 반대하였으며, 국가들은 자국의 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공포에 국제 협약을 미루었습니다. 이 모든 망설임의 이면에는 오직 ‘성장’과 ‘이윤’이라는 시장 규칙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지구와 인류애라는 사회 규범은 눈앞의 경제적 이익 앞에 힘을 잃었습니다. 북반구 선진국들이 배출한 프레온 가스가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남극의 오존층을 파괴한 사건은, 한정된 지구라는 공간에서 모두가 깊이 연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시장 규칙이 어떻게 공멸을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모든 가치를 금전적 이득으로 환산하는 시장 규칙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타인을 돕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명예보다 정량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사회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직 사회 규범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개근 거지’라는 낙인으로 친구를 차별하며,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멸시합니다. 이는 사회 규범이 사라져 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현실이자, 시장 규칙이 개인의 도덕성까지 침범한 결과입니다.
환경 파괴의 조짐이 나타날 때 과연 우리는 멈출 수 있을까요? 시장 규칙의 논리로는 ‘비용’과 ‘이윤’을 저울질하며 결정을 미루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 규칙을 넘어선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이 제시하는 사회 규범의 복원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것, 그리고 이를 금전적 이익이 아닌 도덕적 가치와 인류애로 설득하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가 공동 운명체임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두 권의 책을 통해 시장 규칙이 잠식한 사회에서 인류애를 기반으로 한 사회 규범이 다시금 중요한 가치로 부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오직 그럴 때에만 우리는 파멸의 길을 멈추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주말에는 병행(병렬) 독서하시고 다음 주에 뒷 부분을 읽고서 마무리합니다. 제 예상으로는 한 150쪽 정도 남아서 주말에 완독하실 분들이 많으실 듯합니다. 완독하시고 나서도 계속 토론하면서 마무리해요!
aida
ㅎㅎ 금요일에 완독했네요.. 상호대차가 길어야 3주이기도 해서 오늘 갖다주고 <수확자> 읽으려고 가져왔어요. 이 책은 인기인지 예약해서 받았습니당. (누구의 책으로 알게 된 걸까요? <백년법>, <종이동물원>, <당신이 보고싶어하는 세상> 에 이어 4번째.. 더위에도 읽기 좋은 책들입니당)
다음주도 계속 들어옵니다..~

연해
완독 축하드려요. @aida 님 :) 상호대차 공감합니다. 저도 도서관에서 책 빌릴 때(특히 벽돌책) 기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독점할 수는 없으니 순순히 반납하기는 하지만요(연체는 싫어요, 힝). 더위에도 읽기 좋은 책 목록에 제가 아주 애정하는 책 한 권도 반짝거리네요.

borumis
신청만 해놓고 마지막 날에 겨우 들어왔네요..ㅜㅜ 7말8초 베트남 푸꾸옥에 가서 꼬리뼈 부위를 다치고 에어컨, 따듯한 물, 변기, 등등 여러가지 문제가 많고 사건사고가 많았던 휴가를 보내고 돌아와기 직전 하노이에서 여러가지 호치민보다 레닌 동상을 보고 레닌 책들이 있는 콩카페에 다녀왔어요;; 6-7월에 읽던 냉전 관련 책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근데 휴가에서 돌아오고나서 바로 다쳐서 잘 앉아있기도 힘들었지만 일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서야 초록 마감 빼고는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지만.. 한달 거의 책을 못 읽은 게 너무 아쉽네요..;; 안 그래도 처음 베트남 도착했을 땐 한국보다는 참을만 한 더위인데?(너무 더위 먹어서 정신이 이상해졌는지도;;) 했다가 결국 떠나기 전날 하노이에서 또 열사병으로 쓰러져서 (제가 선천적으로 고온고습고지대에 약하긴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지구온난화와 에어컨 등의 문제에 관한 책인 듯해서 나중에 혼자서라도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리조트도 엄청 크고 예능 독박투어에 나올 정도로 '럭셔리'하다는데 첫날부터 로비 에어컨이 작동 안해서 체크인하다 쓰러질뻔;;)
다음 달은 그래도 이번달만큼은 바쁘지 않을 것 같으니 꼭 함께 하겠습니다!

YG
@borumis 님, 그렇지 않아도 여름에 많이 바쁘신가, 했어요. 다친 데는 많이 나아지셨어요? 베트남 여행도 그래도 즐거우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열흘이나 남았습니다!!! :)

borumis
넵, 이제 바로 앉거나 누울 수 있게 되었어요..^^;;; 본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고(그래봤자 누군가 또 다른 일을 시키겠지만;;) 오늘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그럼 열흘 남은 동안이라도 될 수 있는 만큼 읽어보겠습니다!
aida
에고 우째 그런일이... 무리하시고 몸조리 하시면서 술술 읽으세요.. ~

꽃의요정
올해 많이 아프고 다치시네요~에궁~ 올해는 액땜하는 걸로! 언능 돌아오세유~~

연해
와, 저도 @borumis 님이 뜸하셔서 많이 바쁘신가 했는데, 그 사이 엄청난 일들을 겪으셨군요. 이 글을 읽는 제가 다 숨이 차네요(헥헥). 고온고습고지대에 약하다는 말씀에 헉하기도 했는데(열사병으로 쓰러지셨다니!), 이번 책을 읽으며 고습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돼서 더 그랬나봐요. 그래도 이제는 좀 나아지셔서 다행이에요. 마지막 날에 겨우 들어왔다는 첫 문장에 '오잉?'하기도 했는데, 남겨주신 대댓글에 웃음이 났습니다. 아직 10일이 남았으니 찬찬히 또 대화 나눠보아요. 복귀하신 걸 환영합니다:)

stella15
아유, 저도 궁금했어요. 그래도 살아는 계셨네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군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뵙게되니 반갑네요. YG님 말씀마따나 아직 열흘이나 남았으니 시작해 보시죠. 저는 이번 달도 그냥 참관인지 참견인지만 하고 있습니다. ㅎㅎ

연해
“ 나는 몬트리올 의정서의 진정한 성공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이 단순화된 협정의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다. 역사적 기록은 이 관대하기 그지없는 설명에 이의를 제기한다. 수년간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항에 반대해오던 거대 기업들은 냉매 대체재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생긴 후에야 그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기업이 수지 계산을 마칠 때까지 국제 규약 준수를 거부한 것을 두고 ‘함께 노력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
『일인분의 안락함 -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 마땅하고 불편한 윤리에 관하여』 3부 4장. 흰 피부와 검은 조약, 에릭 딘 윌슨 지음, 정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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