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저는 @aida 님의 글을 읽고 어반스케치가 무엇인가 검색해봤어요. 그리고 저 또한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없어(허허) 매우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직장인이 되어 다시 시작한 그림이 또 다른 변화의 경험이 되셨네요. '어릴 때는 못할까 봐 주눅 드는데, 이제 뭐 상관없으니까요'라는 말씀에도 정말 공감합니다. 그때는 모든 게 성적으로 이어지니까 거기서부터 이미 긴장이 빡! 들어가서 온몸에 거부 반응이... 특히나 예체능은 자유롭게 표현하는 창작의 영역인데, 입시 미술처럼 정해진 틀이 있다는 게 참 씁쓸했죠.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그 말씀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
D-29

연해

향팔
연해님 글을 읽으니 처음 수영을 배우던 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타고난 몸치에,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사는 인간이고 어릴 때도 제일 싫어했던 게 체력장이었거든요! 더구나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 같은 건 배워볼 꿈도 안 꿨답니다. (어느 정도냐면 얼굴을 물속에 담그지도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내린천으로 단체 래프팅을 갈 일이 생겼는데, 여기서 인생의 변곡점을 만났지요. 래프팅 막판에는 일부러 몽땅 다 물에 빠뜨리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물에 빠져도 모두 웃고 즐거워하는데, 저만 혼자 공포에 질려 있는 상황이 스스로 너무 지치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왜 나는 즐길 수 없는가?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하는 실존적 고민이랄까요! 그래서 큰맘먹고 구민체육센터에 수영 강습을 등록했답니다…
물론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 저는 익히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뒤처졌어요. 단체강습이다보니 혼자 너무 못하면 민폐가 되기도 하고, 오기도 생기고… 그래서 집에서 세면대에 물 받아놓고 음파음파 호흡도 해보고, 날마다 자유수영을 가서 서너시간씩 연습을 했지요. (그때 그 수영장 물은 저 혼자서 다 먹은 것 같아요 하하하!) 포기하지 않고 될때까지 하다보니 저도 어느 순간 진도를 따라가게 되더군요. 그러다보니 엄청 재밌어지는 거예요! 더이상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고요. 처음으로 레인을 한번도 안 쉬고 완주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지 몬합니다.. 그때 알았죠, 아아 나같은 인간도 노력하면 되는구나.. (물론 남보다 몇 배의 노력은 필요했지만요.)
이렇게 물 공포증을 고친 다음부턴 어딜 가도 즐겁게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수영을 배운 건 다른 사람들에겐 별일도 아닌 일이겠지만 저에겐 인생에서 정말 잘 한, 몇 안되는 일 중의 하나랍니다.

stella15
ㅎㅎㅎㅎ 잘하셨습니다. 역시 의지의 향팔님이시네요! 근데 넘 웃겨요. 웃으면 안 되는데. 하하. 그러게요. 노력하면 되겠죠?^^
향팔님 얘기 들으니까 얼마 전에 다시 본 영화 <그랑불루>가 생각나네요. 영화가 성인 동화같은데 돌고래도 나오고 나름 재밌기도하고, 조금 야하기도하고 그래요. 혹시 안 봤으면 보세요. 좀 호불호가 있어서 그냥 큰 기대 안하고 보면 나름 괜찮을 거예요.

향팔
웃으시라고 쓴 거랍니다.(하하하!) 그때 썼던 수영일기가 아직 남아있는데 가끔 보면 재밌더만요. (한강 건널 것도 아니면서 주제에 매일 수영일기를 쓰고 ‘올바른 영법을 위하여’ 뭐 이런 제목의 수영 동영상도 찾아보고, 참말로 별걸 다 했지요. 한때는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네? 싶기도 합니다.)
그랑블루는 예~전에 재개봉했을 때 극장에 가서 본 영화예요. 바다에 미친 프리다이버 얘기죠? (저도 바다를 사랑합니다.) 색감이 아름답고요! 쪼끔 지루했던 것도 같지만 마지막 장면이 슬프고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릴 때 친구집에 놀러가면 언니오빠들 방에 꼭 붙어있던 영화포스터 중 대표격이에요! 그랑블루, 프리윌리, 프렌치키스, 흐르는강물처럼 등등…

stella15
맞아요! 그리고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등 당대 하이틴 스타도 브로마이드 아니면 책받침으로 가지고 다녔잖아요. 옛날 생각나네요.ㅎㅎ 지금도 그러는 하이틴들 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저는 전혀 안 그랬답니다. ㅋㅋ

향팔
저희오빠는 모래시계 고현정 언니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음.. 홍콩영화 중에 천장지구였나? 오도바이 타고 댕기는 영화의 여주인공을 사모하셨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 저도 오빠 따라서 영웅본색, 첩혈쌍웅, 동사서독 등등을 동네 용비디오 가게에서 열심히 빌려 봤던 기억이 납니다.

꽃의요정
한 명 더 있지 않아요? 브룩 쉴즈였나요?

stella15
그러니까요. 그 이름이 그렇게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ㅎㅎ
그들이 이제는 여사님들이 다 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ㅠ

꽃의요정
전 귀에 물들어가면 죽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ㅎㅎ 어렸을 때 목욕탕 탕에서 물이 귀에 들어갔는데, 안 죽어서 놀랐던 기억이...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수영을 배웠지만, 아직도 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수영장이 있건 바다가 있건 그 언저리에서만 놀아요. 수영복은 입고...음?
어! 갑자기 어제 꿨던 꿈이 특이했는데 생각이 안 나 답답했었는데, 제가 물에 빠진 아들 둘을 구하고선 남편에게 거만을 떨던...심지어 실제로는 아들이 하나인데...왜죠? ㅎㅎㅎ

향팔
와, 혹시 태몽…?

꽃의요정
제가 아들도 미카엘 천사에게 수태고지 받아 낳았는데 둘째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