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별85 아, 그래서 제가 마지막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당부를 넣은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은퇴 후 노인은 뒤로 물러서서 다음 세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야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갈수록 상징 자본을 선점한 기성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건 앞으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ㅠ.
[도서 증정] 한 달 한 권 할 만한데?
D-29

YG

거북별85
저도 이번 책을 읽으면서 기성세대의 자본독식에 따라 새로운 세대들이 자리잡지 못하는 모습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어느 순간 부터 그런 문제들이 보이더라구요~ㅜㅜ
기술발전에 따른 수명연장과 자본에 따른 젊음의 유지 가능성 때문인 듯 합니다 나이는 들었으나 젊은이들과 경쟁이 가능해지니 노욕을 쉽게 놓기 힘든 상황이지요~
뭐~~저도 새로운 세대에게 도움되는 지혜로운 어르신을 꿈꾸지만 아직 갈길이 먼 듯 하구요!!😅
재미있는 책들과 작가님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나게 따라가겠습니다~😊

거북별85
[ 25.8.10 수요일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3일차 ]
p40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독특한 종말 소설 <스테이션 일레븐>(2014)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한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커스틴의 팔에는 이런 문장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어요.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995년부터 2001년까 지 미국에서 방송된 드라마 <스타트랙: 보이저>에 나온 대사입니다.
p42
부정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은 아니다...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그 장애를 없애기 위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비용보다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그런 장애들을 피하기 위해 지불하겠다는 비용이 훨씬 큰 법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행복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대니얼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최인철 외 옮김, 김영사, 2006) 220쪽
p45
학자들의 견해 가운데 주목해 볼 만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생존 하기도 힘든 혹한의 환경이야말로, 오히려 예술 활동의 동기가 되었어요.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어려운 상황에서 인류는 직접적인 생존과 무관한 어떤 것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거북별85
단상: '생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감가는 말이다.
그냥 생존만으로 충분하다면 나의 예민한 감정들에게서 좀 편안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덕분에 배부른 돼지는 아닌건가 싶기도 하고.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그 장애를 없애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보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그 장애를 피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니!! 또한번 새롭게 알았다.
그렇다면 이 또한 불안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어머니, 지금 이렇게 이 아이를 두시면 큰일납니다' 같은 말들에 얼마나 불안에 떨었던지... 아니면 '지금 이 주식을 사지 않으면 후회합니다' 또는 '지금 이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앞으로 수도권 입성이 더욱 요원해집니다' 등등 나의 예민한 감각을 건드리는 수많은 말들에 흔들리고 힘들었다.
이것도 같은 것인가? 수많은 불안에 시달리며 물론 오늘도 그렇지만 요즘 가끔 생각이 든다. 난 불안 마케팅의 제물이 아닌가 하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다니 신기하다.
그리고 생존하기 힘든 혹한의 환경에서 예술활동의 동기가 생기다니... 나도 예술을 무척 좋아하는 1인이지만 나의 예술가들이 좀 편하게 살았으면 싶기도 하다....

거북별85
[25.8.11 목요일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4일차 ]
<인종은 과학적인 개념인가>
p53
이 대목에서 한가지 짚어 보죠.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을 구분하는 각양각색의 피부색은 도대체 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놀라지 마세요. 2015년에 과학자들이 유럽에 살던 고대인 83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약 8500년 전에야 피부가 탈색되는 유전자를 지닌 이들, 즉 흰 피부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만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도 흑인이 대다수였어요. 피부색의 과학에 따르면, 오랫동안 인류의 피부색이 까만색이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부에 흑갈색의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자외선은 효과적으로 차단됩니다. 더불어 피부는 검게 되죠. 햇빛과 진화가 상호작용하면서 검은 피부의 인류가 세상에 등장한 것입니다. 만약 인류가 계속 햇볕이 따가운 적도 근처에 살았다면 지금도 대다수의 피부색이 어두웠을 거예요.
p56
17세기 초까지는 (백인의 종주국) 영국에서도 피부색이 정체성의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1614년 ‘포카혼타스’로 알려진 북미 원주민 부족의 딸이 평민 출신의 영국인 존 롤프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당시 영국의 왕 제임스 1세는 이렇게 걱정했어요. “공주(포카혼타스)가 평민(존 롤프)과 결혼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거북별85
단상: 강양구 작가님께서 놀라지 몰라고 했지만 놀랐습니다^^;; 오랫동안 지금 이순간에도 뿌리깊게 자리잡은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의 역사가 오래지 않았고 인류 역사적으로도 처음 인류는 흑인이었다니!! 또 다시 새롭게 알고 놀라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인종의 개념을 만든 집단들은 그들의 이익 때문이었겠죠!!

거북별85
[ 25.8.22 금요일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5일차 ]
5. <영원히 살면 행복할까> 야마다 무네키 <백년법>
p71
싱클레어는 ‘간헐적 단식과 같은 열량 제한이 후성유전적 잡음을 최소화하는 즉 노화를 막는 일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메트포르민, 또 그만큼 주목받는 라파마이신처럼 과학자들 사이에서 노화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되는 약물이 몸속에서 영향을 미치는 과정과 열량 제한을 했을 때 일러나는 일이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p73
늙지 않은 고령자가 좋은 일자리를 독차지하면서 신세대가 실업자로 몰리는 상황은 소설 속에서 ‘백년법’이 등장하게 된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건강 수명이 늘어나 고령자의 은퇴 시점이 계속해서 늦어지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자가 자기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고 버틴다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겠죠.
결정적으로 기후 위기, 빈부 격차 등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만 충족한다고 세상이 나아지지는 않아요. 여기저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은데, 자기만 하루 100알씩 영양제를 먹으며 영생을 누린들 과연 행복할까요? 노화의 과학은 우리를 어떤 미래로 데려갈까요? 그러고 보니, <백년법>의 세상도 파국을 맞습니다.
단상: 이 장에서 나오는 노화를 늦추는 방법도 무척 흥미롭지만 전 이장에서 나오는 수명이 늘어난 기성세대와 새로이 등장하는 젊은세대들의 갈등이 더 관심이 갑니다. 수명이 늘어난 기존 세대들로 인해 새로운 세대들의 직장과 주거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었거든요. 자신의 욕망만이 아닌 우리라는 개념으로 같이 나아갈 방법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YG
@거북별85 님, 또 다른 분들도 읽으시면서 질문이나 감상 남겨 주시면 제가 시간 나는 대로 이렇게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주먼지밍
“ 앞서 살펴봤듯 네안데르탈인이든 호모사피엔스든 ‘다름’을 배척하고 ‘순수’에 집착한 이들은 결국 도태됐어요. 반면에 그 과정이야 어떻든 ‘다름’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잡종이 된 이들은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았죠. ”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p85, 강양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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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6일차
6. <다름을 배척하고 순수에 집착하면>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p 83
네안데르탈인이 맞닥뜨린 재앙은 같은 공간(유럽지역)에서 생존을 두고 경재해야 하는 호모사피엔스였어요. 호모사피엔스가 유럽에 등장해 세력을 넓혀 감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의 인구밀도가 점점 낮아졌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영향을 준 결정적인 요인은 일부 비관적인 과학자가 예상한 대로 ‘호모사피엔스의 득세’였죠.
팀머만은 여기에 호모사피엔스를 숙주로 한 바이러스의 영향도 덧붙였습니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접촉하면서 호모사피엔스를 따라서 아프리카 동물로부터 옮겨 온 몇몇 바이러스가 네안데르탈인에게 전파됐어요. 유럽과 아시아에 살고 있어서 아프리카의 신종 바이러스에 저항할 면역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죠.
p85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관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네안데르탈인이든 호모사피엔스든 ‘다름’을 배척하고 ‘순수’에 집착한 이들은 결국 도태됐어요. 반면에 그 과정이야 어떻든 ‘다름’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잡종이 된 이들은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았죠.
단상: 초반에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관계, 이들의 제노사이드 관점에서의 해석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네안데르탈인은 자연 소멸하고 이후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종족의 등장에 따른 제노사이드라니 끔찍합니다. 지금도 순수혈통만을 강조하는 제노사이드가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집단들에 의해 자행되기도 합니다. 결국 현재만의 이익추구로 인한 이 끔찍한 만행은 변화에 도태되는 형벌을 받게 되겠지만 이러한 비극들이 점점 더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우주먼지밍
(p.99) 이 대목에서 궁금해집니다. ‘마커스가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떳떳하다면 굳이 개인정보를 지키려고 저토록 안간힘을 쓸 필요가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프라이버시, 즉 사생활을 지키는 일이 갖는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사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p.99) 놀랍게도 ‘사생활’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최근에 등장한 개념입니다. 그럴 만합니다. 왕이나 귀족 같은 소수의 특권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인류는 오랫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녀, 손자까지 3대가 방 하나를 같이 썼어요. 18세기까지만 해도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던 가정의 약 75퍼센트가 이렇게 방 하나를 함께 썼죠.
(p.100) 유럽에서는 19세기가 되어서야 사람들의 머릿속에 왕이나 국가와 같은 절대 권력으로부터 침해받지 않는 ‘개인의 권리‘, 더 나아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만의 영역’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어요. 바로 이런 나만의 영역에서 공동체와 다른 오늘날의 ’개인’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니 프라이버시는 ‘나‘, 그러니까 개인의 전제조건입니다.
(p101) 그런 사생활은 남들이 머라 말하든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만약 사생활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면, 심지어 강제로 공개된다면 그때 받을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어요.
[단상] ‘개인’이라는 개념을 비롯하여 ‘사생활’, ‘인권’, ‘국가’ 등의 개념은 근대적 발명품입니다. 우리는 지극히 당연히 여기는 이 개념들은 인류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바라볼 때는 굉장히 최신의 것이며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요. 저자가 언급한 『사생활의 역사』는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입니다. 당연시 여기는 것들의 역사성과 일시성, 우연성을 알려주는 책들을 좋아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는데 이번 기회를 빌어 구입을 해야겠네요.
몇 년 전에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 자본주의 시대』를 구입해서 읽었어요. 우스갯소리로 개인정보는 공공정보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우리의 개인정보는 권력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분 단위 초 단위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글에서 마커스는 사생활의 강제 공개에 따른 두려움에 대하여 말합니다. 이 대목을 읽다가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 글에서는 사생활의 보호가 중요하다는 맥락으로 글이 전개됩니다. 그런데 제게 스쳐 지나간 생각은 저자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었어요. 바로 ‘우리의 사생활은 왜 그렇게 비밀스럽게 관리하게 되었는가’ 입니다. 마커스는 왜 그렇게 사생활의 공개에 대해 두렵게 느끼게 되었을까.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개인의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상-비정상, 바람직-바람직하지 못함 등 온갖 숨막히는 판단 기준을 만들어 놓아서가 아닐까? 무수히 많은 잣대를 만족할 수 있는 사생활이 과연 존재나 할까. 신자유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온갖 바람직한 기준은 우리의 사적인 시간 조차 옥죄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우주먼지밍
“ 정반대입니다. 역사의 진실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오히려 논란만 증폭됩니다.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역사학자마저도 이렇게 반박하죠. ‘릴리언 같은 특정인이 목격하고 진술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과연 신뢰할 만한가’ ‘사료가 뒷받침되지 못한 증언만으로 진실을 보증할 수 없다.’ ”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109쪽, 강양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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