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

D-29
결혼제도는 초기에는 사랑과 무관했다. 차츰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이상이 생겨났고, 그 변화 속에 노동 역시 미화되었다. 결혼을 사랑해서 한다면, 결국 결혼에 포함된 노동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결혼과 가사 노동이 특히 여자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곳이 된다. (중략) 이러한 여성상은 가정을 여성들이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움을 얻는 공간으로 그려낸 소설과 여성잡지를 통해 대중화되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7~4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세계 대공황 극복을 위한 뉴딜 정책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법상 드디어 노동자들의 조합결성권을 인정하는 보호장치가 마련되면서, 가족 임금제와 백인 노동자 계층 가족이 제도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포드주의 타협이었다. 헨리 포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올바른 가정상을 구현하는 데 깊은 정성을 쏟았다. 노동자들은 이른바 '가족' 임금을 타려면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포드는 심지어 근로자들을 감시하는 '사회부'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심문하고, 집에도 방문해 아내들도 열심히 일하는지를 확인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52~53,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흑인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일하라는 종용을 받았고, 처음에는 노예로, 이후에는 저임금 노동자로 일했다. 당시 복지 문제를 둘러싸고, 여성들이 본래 있을 곳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라는 믿음과, 여성들이 슬그머니 육아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견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복지권 운동 단체들은 복지수당을 받는 엄마들은 이미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마들이 가정에서 하는 일은 당연히 지원 받아야 할 중요한 일이고, 복지수당을 받으려고 결혼할 사람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5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우리는 가사에 노동 '자격'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이 일을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멈추면 우리와 아이가 굶게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노동처럼 가사 노동도 강제 노동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6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사랑하는 배우자 혹은 가족이 애정은 물론 연명치료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개인 돌봄의 215억 시간 중 84퍼센트를 아직도 가족들이 담당하고 있는 사회에서 배우자가 없거나 가족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69~70,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1장의 가사노동에 대한 작가의 주장들 중 개인적으로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 내용들도 있지만 가사노동의 기원, 더 정확히는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정형태,가정상과 거기에서 비롯된 성역할이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네요. 자유에 소비의 개념을 연결시켜 개인의 자유/행복의 추구에 제한이 있다면 그건 소득의 문제라는 인식. 국가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력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고, 개인은 고용안정성을 통한 수입과 복리후생 그리고 삶의 질 확보가 서로 맞물려 오늘날의 기업 제도와 관행이 생겨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성 위주였던 당시의 경제 구조에서 퇴근 후 가정으로 돌아가 정서적/심리적인 안정과 휴식을 얻기 위해 가정노동, 전업주부의 개념이 자연스레 대두되는 흐름. 거칠고 힘든 바깥 세계의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탈출구라는 로망을 심어준 당대의 매스 미디어. 하지만 그 로망은 하인이나 집사,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경제수준의 일부 여성들에게만 해당될 뿐 절대 다수의 여성은 그럴만한 상황과 위치가 아니기에 생겨나는 가사노동의 억압. 시간이 흘러 여성의 사회적 참여나 권리향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맞물려 '경제적으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여성'에 대한 현대적 여성관이 출산/가사/양육의 전통적 가족관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과 가정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압박.. 결국 시대나 주의의 변화와 상관없이 포드주의에서 비롯된 전통적 가정개념이 바뀌거나, 또는 가사노동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 사회적으로 '노동'으로 인식하는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억압이 계속된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작가는 가사노동에 대해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려고 하면 가정이나 사랑에 대한 도덕적 순수성으로 지적 받고, 기존의 가정관을 바꾸려고 하면 사회 체제를 근간부터 뒤흔든다는 기존 세력의 공격 모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가사노동은 누군가의 노동력을 희생하는 제도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적인 노동의 공통점은 사랑해서 하는 일과 돈을 위해 하는 일 사이를 수시로 오간다는 점이다. 그러한 '분리된 영역'은 19세기와 20세기에 굳어진 가정이라는 개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 개념 위에 가정과 직장은 분리된 영역일 뿐 아니라, '적대적인 공간'이다. 즉, 두 영역 간 접촉이 이루어지면 지저분한 감정이 직장에, 또는 불필요한 탐욕이 가정에 새어들어 양쪽 모두가 부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90,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인종과 가사 노동에 대한 이런 관념들은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을 분리해서 생각했던 계몽주의 시대에서 시작되었다. 배설물이나 시체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자연과 너무 가까워져 불쾌하다고 생각했던 지배계층은 그런 일들을 동물과 더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하기를 원했다. 대개는 여자들 혹은 특정 인종이나 외부인이었다. (중략) 아프리카 흑인들을 납치해 노예로 만들 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논리는 그들이 농장에서든 집안에서든 그런 더러운 일을 하도록 정해진 인종이라는 것이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9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숙련'의 정의는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을 누가 하느냐와 더 결부되어 갔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0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이러한 돌봄 노동자들이 직면하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고객의 이해관계와 끊임없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돌봄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사랑을 주는 일이라는 인식은 가끔 이들의 요구사항이 돌봄을 받는 사람들의 요구사항보다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게 한다. 그들은 고객이 하는 특정 업무를 돕거나 아예 도맡아 해주고, 고객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 있을 수 있게 해주며, 고객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어느 정도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고객이 스스로 독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려면 돌봄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마치 투명인간처럼 만들어, 고객이 모든 일을 궁극적으로 자신이 해나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02,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특히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혜택을 받는 많은 여자에게 이 모든 상황은 모순투성이다. 앞에서 다룬 것처럼, 페미니스트들은 가사 노동이 노동법에 포함되기를 요구하며 투쟁했지만 그들이 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온 이유는 대개 저임금 가사 노동자들의 지원 덕택이다. 결국, 자신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억압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오래된 힘의 역학을 반복하는 꼴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07,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애초에 학생들을 돌보기로 되어 있던 교사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관리자들은 이들을 제멋대로라고 생각했다. 성인은커녕, 미치광이들이라고 여겼다. 학교 당국은 성가신 교사들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과학적' 관리법을 찾기 시작했고, 산업공학자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의 업무 쪼개기,단순화 기법이 눈에 들어왔다. (중략) 출신 계층을 기준으로 직업 교육을 받을 학생과 엘리트 교육을 받을 학생을 따로 교육하는 방식과 함께, 오늘날 노조교사들이 가장 질색하는 표준화된 학교 시험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34~13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우리는 '네, 뭐든 요구하는 대로 하죠. 우리는 아이들만 좋으면 됩니다' 라고 하는 데 익숙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갖는 그런 애착은 교사와 지역사회 사이의 균열을 부추기는 기업형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42,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학교는 신자유주의를 주입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해악에 대한 비판을 받아내기도 하는, 그때그때 구색에 맞춰 써먹기 좋은 대상이다. 교사들만 충분하다면 이 모든 불평등은 사라진다고 하지만, 이 논법을 끝까지 따라가보면 거짓말이 분명해진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아이가 최고의 교육을 받는다면, 그리고 요즘 흔히들 말하는 '코딩을 배운다'면, 상대적으로 소수인 지식경제의 고액 연봉 직업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여 결국 그 연봉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4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사랑도 일의 일부로 보상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다들 그 말을 불편해합니다. 하지만 사랑도 노동입니다. 이렇게 적은 급요를 받고 너무 많은 사랑을 베풀며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바로 3만 2천 명 이상의 중간 경력 교사들이 지난 11년간 학교를 떠난 이유입니다. 이 급여로는 못 살아요. 우리가 가진 사랑과 시간은 화수분이 아닙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45~146,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양말을 벗어놓고, 욕실 거울에 치약을 묻혀 놓고, 야식을 먹고 설거짓거리를 남겨두는 등,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하는 뒤치다꺼리를 남기는 일은 조용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07,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1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타인에 대한 '헌신'이 더 가까운 표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습니다. 19일까지의 내용 중 같이 생각해볼 내용을 올려봅니다. 1) 현재까지의 내용 중 기존에 몰랐던 사실이나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보게 된 부분이 있으신가요? 2) 1부 2장 <가사 노동자>에서는 19~20세기에 들어 가정과 직장의 영역이 분리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둘이 서로 공존할 수 없고 적대/대립하는 개념이 되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직장에 가정의 일이 겹치거나, 반대로 가정에 직장의 영역이 들어오게 되면 불쾌해진다는 관념이 형성되었다는 내용이죠. 여러분은 직장과 가정의 분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어느 정도 겹치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이 두 영역의 불분명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3) <가사 노동자>에서는 또한 백인 중산층 여성들이 얻어낸 지위의 성장과 여유,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다른 가정부들의 노동의 희생을 통해 얻어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누군가의 해방에 누군가의 희생이 있는 되물림이 되풀이 되는 한 또 다른 다음 희생양이 구조적으로 생겨난다고 말합니다. 이와 연결지어 볼 때, 최근의 화두인 AI를 통한 자동화의 흐름에서 AI는 '노동의 해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시나요?
'저희 직원들은 늘 저와 함께 일했습니다' 라는데, 그런 제가 나중에 할 유언처럼 들렸어요. 직원들 보다는 자신이 세운 기업을 앞세우면서 말이죠. 그 소위 가족 같다는 분위기.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60,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그리고 최악은 고객들이 끔찍하게 행동하고 나면 경영팀 직원이 와서 그 고객들을 달래주는 것이었다. "고객한테 모욕당하고 꾸짖음 들었는데, 점장이 와서는 어쨌든 그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또 한 번 배신감이 들어요."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62,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1892년 펜실베이니아주 서쪽, 홈스테드 제철소 노동자들은 회사의 대폭 임금 삭감안에 항의했다. 회사 측은 조합 깨부수기 전문 기업 핑거톤을 불러들였다. 노동자 7명이 죽임을 당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16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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