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

D-29
일과 삶의 균형은 이 부문 노동자들이 포기하기로 선택한 것이지만 그 선택이 이내 곧 자격요건으로 둔갑하리라는 것을 모르고 내린 선택이었고, 결국 쉬고 싶을 때 쉬지도 못한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열정이 부족하거나 급진적이지 못하다고 재단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28,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누군가가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한다면 일에 대한 열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로 인해 열정적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착취가 정당화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2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천재에 대한 찬가들이 예술계는 물론, 첨단 기술 관련 언론 기사, 미디어에 넘쳐난다. 결국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고, 할 수 없는 뭔가를 ‘타고났다’고 믿게 된다. 반면 누군가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는 진짜 능력은 경시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48,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예술가를 특별하고 천부적이고 사회의 틀 밖에 존재한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르네상스 시기 유럽이었다. 부유층이 본격적으로 막대한 재산의 일부를 예술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부유한 상인들은 가족과 재산을 화폭에 담는 데 최고의 예술가를 고집했기 때문에 예술가도 고유의 명성을 누리기 시작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52,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한때 ‘능력’ 정도의 의미를 지녔던 예술은 현재 우리가 떠올리는 순수예술과 비슷한 급으로 격상되어, 사실 배운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되었다. 따라서 예술가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중략) 돌보는 이들을 사랑해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와 달리, 예술가는 일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예술은 더 이상 종교적 가치가 필요 없었다. 그 자체로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상품이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54,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예술가들은 전형적인 중산층이어서 작업하며 약간의 권한과 자율성이 있기는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게다가 그들은 다른 중산층들처럼 상사가 없다는 것이 해방이라는 사고를 주입받아 왔다. 예술노동자연합의 노동자들이 깨달았듯이, 예술가들의 이런 위치가 더 좋은 대우를 주장하기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예술가들의 능력을 제한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67,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예술가들의 사회적 지위를 규정할 때 모차르트, 렘브란트, 베토벤, 발자크 등 천재 예술가를 염두에 두기보다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한, 천재가 될 수 있는 내적 동기가 있는 평범한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6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멕시코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으로 세금도 내고, 정부는 여러 기관과 공공 박물관에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준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6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처음에는 6장의 <예술가>라는 소제목보다는 <예술업계 종사자>가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예술이 예술가의 영감과 창의성 그리고 수요자의 수집욕구에만 집중되는 산업생태계를 넘어, 예술의 제작과 노동 과정에 기여한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는 책의 주장을 읽고 다시 생각이 바뀌었네요. 오히려 <예술업계 종사자>라는 표현이 예술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을 소외하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6장은 직업만이 아니라 예술사(史)와 더불어, 예술의 감상과 정의에 대한 전반적인 예술론까지 아우르고 있어 마치 해설가나 나레이터가 설명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천재와 창의성의 개념 또한 자본주의 산업의 체제가 되었고, 미디어에서 소비하는 소재가 되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타고난 적성'이 되었다는 지적 그리고 일반인들의 노력이 과소평가 받는 소외감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 와 닿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인물(특히 사업가)의 전기나 평전을 읽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책들은 이미 어떤 식으로든 '따라가고 추종해야 할 대상'으로서 묘사되고 소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래서였나 봅니다. 마치 연극이 있기 위해서는 주연만이 아니라 조연, 그리고 관객이 함께 있어야 완성됨에도 오직 주연에게만 모든 대사와 조명이 집중되는 느낌이랄까요. 예술에 있어서도 작품을 만드는데 기여한 여러 직간접적인 업계 종사자들의 '노동의 과정'보다는 예술가의 '창의성의 표현의 결과물'에만 치중하는 담론이 오히려 예술가 본인의 노력까지도 과소평가하고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었다는 게 역설적이네요. 예술사적으로 예술가에 대한 일반적이 관념 또는 인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배경도 재밌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에 부호들의 예술품 수집의 열망이 예술가라는 직업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점. 이후 프랑스 혁명과 산업시대를 거쳐, 노동과 구분되는 창조예술의 이분법적 사고가 예술을 형이상의 영역으로 고정시켰다는 점.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아닌, 열망에 의해 자발적으로 하는 창조 그 자체로 신격화된 과정. 그리고 이때부터 예술가들에게 예술은 생계가 아닌 자발적 헌신의 문제가 되어 우리가 생각하는 '굶주려도 예술혼을 불태우는 창조가'의 신화가 만들어졌군요. 뉴딜 시기에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 덕에 오히려 소비계층의 취향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을 할 수 있었다는 배경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소련과 미국의 예술이 다르게 흘러간 근본적인 차이도 궁금하고요. 앞단의 다른 직업에서도 되풀이 되는 문제지만, 노동자들이 개별적인 노력으로 경영진과 소유주로부터 양보를 얻어낸다 하더라도 직업이 산업화/전문화/세분화 될수록 구조적으로 자본주의의 문제에 더 깊숙이 빠져든다는 점은 예술가도 동일하군요. 예술이 산업화 될수록 예술 업계 내에서 권위와 계급의 구분이 생기고, 이로 인해 오히려 다른 예술종사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제한한다는 문제도 새로 생각해볼 거리였습니다. 점점 '창작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보다는 '직업이자 창작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성공'으로 방향이 옮겨갈수록 소비자와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예술의 생태계와 다양성이 좁아지는 문제. 아마 한동안 논란이 있었던 몇몇 영화감독들의 최근 히어로 영화를 필두로 하는 할리우드 자본영화를 비판하던 기사들은 이런 맥락과 뿌리가 같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정의와 대중의 소비취향이 바뀌었다고 보는 입장이라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예술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산업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이 갔습니다.
276p에 나오는 제프 쿤스의 일화가 궁금하여 찾아봤는데, 어떤 사람인가 싶었더니 몇년 전에 작품을 전시했다가 관람객의 실수로 작품이 손상된 기사로 접했던 인물이군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78978?sid=104
첫번째 사진은 카라 워커의 <설탕 스핑크스> 두번째 사진은 케힌데 와일리 본인과 그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세번째 사진은 리처드 세라의 <회전하는 타원>이고요. 작가의 영감과 발상이 물론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그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 예술가 본인만의 노력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노동과 작업의 기여가 있었다면 그들에 대한 인정과 언급도 필요하다는 책의 내용이 공감됩니다.
저는 책 대출 일정 때문에 우선 내일 지역 도서관에 반납하고 다시 대출 받아서 마저 진행하겠습니다! 상호대차로 신청한 책이라 반납 후 다시 받아서 마저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저도ㅎㅎ 상호대차로 일단 한권 더 신청해놨습니다 ㅎㅎㅎ
예술가 부분에서 나오던 뉴딜 시기의 '연방 예술 프로젝트'가 궁금해서 더 찾아봤습니다. 당시 장기간 실직으로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던 예술가, 공예가 및 예술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사업진흥국'의 후원 하에 진행된 5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네요. 다른 나머지 4개의 프로젝트들은 각각 음악, 연극, 작가 역사기록 분야를 지원했고요. 이 당시 미국 전역에 100여개가 넘는 지역기반 예술센터와 갤러리를 설립하고, 1만여명 이상의 예술가와 공예가들에게 내용이나 주제의 제한 없이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끔 재정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예술센터에서 교육도 하고, 작품을 제작하고, 공연이나 전시를 할 수 있게끔 지원함과 동시에 주마다 $23.6를 지급했는데 급여의 대가로 정해진 기한까지 작품을 제출하거나 또는 특정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했다고 해요. 예술가들이 만든 각종 사진, 회화, 조각, 포스터, 벽화, 그래픽 아트 등은 공공시설에 전시되거나 병원 등 공공기관에 재료비 정도만 받고 판매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예술가들에 대한 생계 지원 및 일자리 제공이지만 보다 폭넓게는 대공황 시기에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미국적 정신을 되새기고, 일과 공동체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시민들에게 유도하는 예술품을 미 전역에 보급하는 목적이었다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Federal_Art_Project https://www.britannica.com/topic/WPA-Federal-Art-Project https://www.fdrlibrary.org/art-detail
오늘 다시 책을 받아왔습니다. <인턴> 부분부터 마저 진행하겠습니다!
인턴의 핵심은 희망이다. (중략) 희망 노동은 자기 꼬리를 삼키는 뱀의 역설이며, 단연 최고의 희망 노동자는 인턴이다. 인턴들은 언젠가는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직장을 얻기 위해 무료로 일하지만, 저임금 서비스 직종에 만연한 비상 인력과 종속적인 노동환경을 점점 더 많은 유급직에 퍼뜨리는 데 이용될 뿐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93~294,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융통성은 인턴들에게 요구되는 1순위 자질이자 이들이 하는 일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다. 인턴들은 현장에서 배워야 하지만, 명백한 실력 또한 요구되며 하라는 일은 기꺼이 다 해야 하고 그것도 웃으면서 해야 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9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저도 인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대목에 눈이 가고 공감이 되네요. 제 과거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신입사원 때보다 인턴일 때가 기간 대비 요구사항이 더 높았던 거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처럼 무급인턴이나 불쾌한 경험을 했던 적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또 함께 일했던 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요구받은 일들 중에서는 이게 인턴이 해야 하는 수준의 업무인가? 싶은 업무들이 떠오르네요. 아마 한 달도 안되었을 때일텐데 당시 팀의 임원 분을 위한 시장조사 자료를 PPT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던 적이 있어요. 조사해야 하는 자료의 수준이나, ppt 수준이 결코 낮지 않았고 제한시간도 있어서 당시에도 마음 졸이며 숨가쁘게 했었고요. 그때는 처음 지시받은 제대로 된 업무라 정신없이 했지만.. 지금 보면 왜 인턴이 임원의 자료를 만드는지 잘 모르겠네요. 팀에 다른 인원들도 충분히 많았고 그분들의 경력이 적은 편도 아니었고요. 또한 책의 내용처럼, 항상 밝은 모습이나 쾌활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던 것도 힘들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마이너스(-)의 부정적이거나 지친 모습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일들이죠. 사회에서 일과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분리해야 한다지만 직원 개개인은 또한 한 명의 인간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정서적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정직원이 아니기에 혹시나 이어질지 모르는 채용연계에서 어떤 감점요인도 받고 싶지 않아 완전 무결한 감정상태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자신의 심리적 갈등이나 고뇌를 털어놓을만한 동료나 상급자가 없는 고용형태의 분리, 사회초년생이 일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지만 인턴은 경쟁을 유도하는 채용연계시스템.. 이후 취업을 하며 그 차이를 더 많이 느끼기도 했어요. 정직원 신입사원 때는 업무상 실수를 해도 '아직 신입이니까'라는 방패가 있었습니다. 저를 공식적으로 봐줄 선배직원이나 사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중간 단계에 걸쳐있는 인턴 때는 확실히 보다 엄정한 잣대와 고립된 환경이 마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울타리처럼 저를 둘러싸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콜로세움 경기장에 처음 들어선 검투사 같았달까요. 일을 경험할 "기회"를 더 낮은 급여와 불확실한 고용안정성을 대가로 제공함에도 그 안에 들어가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웃으며 돌아다녀야 하는 모습. 자기자신이 없고 오직 노동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앞단에 나온 판매직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네요. 현재 전 인턴 때의 직무나 산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전 그러면 무엇에 감사를 했던 걸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인턴십, 더 크게는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그들은 일을 하려면 우선 일을 사랑한다는 것부터 입증해 보여야 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9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즉, 디즈니 인턴십과 정규직의 차이는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디즈니 근무 경력 한 줄과, 고용 안정성과 괜찮은 보수간의 차이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03,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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