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

D-29
학위 비용이 임금 상승률보다 거의 8배나 상승해 전문직-경영인 계층 배출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에런라이크 부부가 그 말을 최초로 만들었던 때와 비교하면 2020년 학위 비용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따라서 학계를 떠나 금융 애널리스트가 되거나 오로지 부호들을 상대로 일하며 자본에 종속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50,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중산층이 옅어진다는 이러한 정서가 퍼지면 누구나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자기가 올라오고 난 후 치워버리고 싶어 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53,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과연 어디까지가 ‘기술’이냐는 문제는 제쳐두고, 요즘 기술 산업은 세계 주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혁신의 견인차라며 지나치게 치켜세워지고 있다. 프로그래머의 장시간 근무는 비효율적인 작업 처리 방식이라기보다 일에 대한 낭만적 몰입의 증거라고 여긴다. 프로그래머의 능력을 천부적인 재능과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 성장의 요소로 꼽은 근면과 투지 중간 정도의 무언가로 그려내며 프로그래머들을 떠받든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70,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한 개인의 천재성에 집착하면 훌륭한 작품이 협업의 결과가 아니라 단 한 명의 두뇌 덕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진실을 놓치게 된다. 이런 착각이 연대할 생각도 못 하게 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7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이때쯤 컴퓨터나 컴퓨터 게임은 남자아이들(혹은 늘 아이처럼 사는 남자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깊게 자리 잡혀 있었다. 여자들의 컴퓨터공학 과정 등록률은 1980년대 40퍼센트에서 현재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고, 초창기에는 주로 컴퓨터 게임에 알맞게 제조된 개인용 컴퓨터는 어린 남자아이들에게 광고되고 판매되며 미래의 프로그래머들은 남자들이라는 개념을 더 굳게 다져갔다. 대중문화도 이러한 흐름을 알아채고 백인 남자 컴퓨터 괴짜들을 영웅시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없다면 누구든 컴퓨터 능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성별 장벽과 함께 계층 장벽이 세워졌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78,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인생을 최대한 바치도록 하려고 페이스북 본사 기술자들이 일하는 곳은 퍼즐, 게임, 레고, 스쿠터 같은 장난감들이 널려 있었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소녀왕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새로운 놀잇거리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84~38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즉, 알고리즘이 해결한다고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는 일을 사실상 사람이 하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들 사이에서는 아마존의 매커니컬 터크 서비스에 감사하고 있다는 암묵적인 비밀이 있다. 메커니컬 터크는 컴퓨터가 나오기 수세기 전 스스로 체스를 둘 수 있는 기계라며 개발됐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서 체스를 두고 있었고, 결국 속임수였다. 대다수가 미국인인 오늘날 아마존의 ‘터커Turker’들도 마찬가지로 푼돈을 받으며 반복적인 ‘잡일’을 하지만, 천재 프로그래머에 대한 환상 때문에 여전히 인간이 타이핑과 두뇌를 써가며 하는 이 일들의 실상은 가려져 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85~386,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면 장시간 근무도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자율성은 속박의 상징이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 되었다. (중략) "근로자에게 약속하는 자율성은 사랑하는 일을 하는 '당신'에게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8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일론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테슬라 자동차 공장에서 고생하는 근무자들을 위해 무료 냉동 요거트와 롤러코스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근무자들은 과도한 생산업무로 부상에 시달렸고 아픔을 달래는 데 냉동 요거트는 필요가 없다. 그들은 노조를 원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9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프로그래머> 에서는 기업들이 열정이라는 명목으로 특근/야근을 어떻게 강요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데요. 현재 다니는 회사로 이직하고 약 1년 동안 저녁 9시~10시 전에 들어가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때의 경험으로 업무에 있어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었고 도움이 되었지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로웠던 기간이기도 했거든요. 너무 지쳤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시달렸기에 현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시 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아르파넷 개발 당시 참여한 프로그래머들의 평균 근무시간이 하루 16시간이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네요. 물론 일터에서 숙식까지 해결하기에 가능했겠지만 쉬는 시간, 생존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식사와 수면의 시간이 일과 완벽하게 분리되지도 않았을테니 이들은 사실상 아르파넷에 종속되어 있던 셈이겠죠. 아르파넷을 개발하며 생기는 여러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게임이나 이메일의 개념이 도입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요. 에니악, 아르파넷으로 대표되는 컴퓨터/IT산업 초기의 열정은 이후 IT 업계에 강요되는 장시간 근무의 신화와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사실상 이 둘이 동일시 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직원이 프로젝트에 몰두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파생 작품을 통해 개발자는 다시 업무에 몰입하는 구조가 이어지죠. 그 결과 업무와 놀이 또는 업무공간과 사생활의 구분도 모호해졌고요. IT기업들은 개발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여 연대하도록 놔두기 보다는, 직원들에게 타 업계 대비 업무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놀이화'라는 당근을 제공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는 제조업이나 금융업과 달리 오히려 유순해보이고 직원을 배려하고 신경쓰는 듯한 회사 가치관과 사내문화를 강조하죠. 게임과 컴퓨터에 익숙해진 80년대 이후의 직원들에게 이런 문화는 매력적인 요소였겠지만 결국 이 또한 궁극적으로는 직원을 생각하는 '당근'이 아니라 경영진의 또 다른 '관리방안'이었죠. 앞의 <판매직>에서 잠시 나온 월마트의 사례가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기독교적 가치, 남에게 봉사하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여성 집단의 가치관을 역으로 이용해 직장에 장시간 머무르게 하고 봉사/헌신을 '문화적으로' 강제하는 수단과 닮아 보입니다. 겉으로 강압적인 야근이나 성과달성 압박을 하기보다 직접 눈에 드러나지 않는 직업 가치관과 사내문화로 직원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혀 다른 분야지만 마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보다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다가온다면 이런 것이겠구나 싶네요. 눈에 보이는 추악함과 폭력성보다 드러나지 않는 유혹과 안락함으로 포장된 마비가 더 치명적이니까요. 전 항상 신생 벤처기업이나 IT회사들이 채용공고나 홈페이지에서 내세우는 '수평적인 분위기'라는 말이 늘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직장에 다녀본 주변인들의 평가를 통해 '수평적'이라는 말이 누구의 입장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요. 기업의 구조 자체가 수직적 계층구조와 관료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수평적이라는 말은 개인적으로 말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나 경영진들은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자'며 온갖 캠페인과 사내 교육이나 지시를 통해 강조하지만 정말로 야근을 하지 않고 정시퇴근을 하면 좋아하는 임원들을 본 기억이 없네요. 오후 시간 또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이 다 되어서 급하게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를 다음날까지 요구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임원들의 통제욕은 근본부터 야근/특근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회사도 경영진도 겉으로만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 바람직한 일자리'로서 구직자들에게 매혹적인 장소로 보이고 싶어할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책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단지 각 회사마다 그걸 좀 더 조악하고 엉성하게 흉내내느냐, 아니면 보다 완벽하고 교묘하게 통제하느냐의 차이만 있겠지요. 야근택시비나 특근식비를 경비로 지원하거나 특근수당을 제공하고, 배달음식과 간식을 제공하는 모든 행위들 하나하나에서 이 말이 다시 머리에 떠오르네요. 공짜 점심은 없다.
<프로그래머> 부분에서 나오는 '메커니컬 터크'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메커니컬 터크 또는 터키인 기계는 1770년부터 1854년까지 유럽과 미국 각지를 돌며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모았던 기계장치로, 체스를 자동으로 둘 수 있는 기계였다고 합니다. 거대한 목제 상자는 앞뒤로 서랍과 여닫이 문이 있고, 뒤에는 사람과 같은 크기의 두상과 흉상이 달린 터키인 모양의 인형이 있어 한 손으로 체스 말을 옮기며 게임을 했다네요. 상자의 앞과 뒤에는 문이 달려 있어 열어보면 상자 내부를 구성하는 태엽과 레버들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장치는 사실 사기극으로 안에 사람이 들어가 말판을 확인하며 체스를 두었습니다. 우선 열고 닫을 수 있는 각종 문과 서랍으로 보이는 장치의 내부는 실제 깊이의 1/3까지만 볼 수 있었고 안에는 더 공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은 밖에서 여는 문에 따라 몸을 가릴 수 있는 별도의 미닫이 문이 있어 꽁꽁 몸을 숨겼다고 하고요. 체스판이 접한 상자의 안쪽 면에는 가로세로로 줄을 매달고 체스 칸 배열에 맞게 자석을 실에 고정시켰고요. 체스말의 바닥면에도 자석이 붙어있어 체스말이 이동하면 어디에 말이 놓였고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안의 사람이 알 수 있었습니다. 터키인 인형의 왼팔은 줄과 레버로 상자 안 쪽까지 이어져 있어 상자 안의 조종수가 체스 칸의 격자에 맞춰 팔을 이동하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조작이 가능했다고 하고요. 사람들의 의심을 없애고자 상자의 문들을 활짝 열어 안을 보여줬고(물론 사람이 밑에 숨어있었지만), 터키인 인형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맞춰 태엽이 돌아가고 소리를 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의심을 못했다고 하네요. 이후 쇼의 인기가 사그라들며 창고에 처박혀 있다 1854년에 화재로 창고와 함께 기계도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57년에 기계를 소유했던 소유주의 아들 '실라스 미첼'이 더이상 사업상의 기밀을 간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체스 잡지에 기계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기사를 실으면서 터키인 기계의 비밀도 밝혀집니다.
책에서는 터키인 기계를 AI가 수행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무언가가 사실 사람이었던 사기극을 뜻하는데 얼마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영국의 한 스타트업 업체가 AI를 통해 원하는 조건과 결과물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어플을 제작해주는 시스템을 수익모델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인도에 기반을 둔 700여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수작업으로 개발해온 사기극이었죠. 이 회사에 사업을 의뢰하거나 투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결과물이 사람이 한 것인지, AI가 한 것인지 밝혀낼 길이 없고 또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겠죠. 책의 주제와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전 이게 현재 AI산업이 가고 있는 어두운 면을 모두 담아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챗GPT나 다른 AI를 통해 대화를 하며 위로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과연 AI와의 '텍스트 교환'이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에게 기대었다가 오히려 무관심이나 냉소 또는 비난을 당할 바에는 무한긍정 또는 경청하는 AI에게 기대고 싶은 심리를 이용하는 서비스이죠. 하지만 늘 그렇듯 AI는 아직까지 어떤 감정이나 의식이 없습니다.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나 단지 차이라면, 이 벽은 내가 던진 단어를 다시 반대로 내게 던진다는 점이죠. 몇 개의 로고와 텍스트 형태로 근사하게 갖춰져 있고,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체가 있다고 믿고 싶은 무언가. 실체보다도 실체를 둘러싼 불분명한 장막이 둘러싸고 있는 게 현재의 AI산업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실체를 보여주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보고 싶어하는 무언가만을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환상의 영역이 위험하게 걸쳐 있다고 봅니다. 마치 환상이나 마술쇼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익을 벌어 들이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터키인 기계처럼요. 또한 위의 사례는 앞으로 AI가 경제와 직업의 역학구조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리처드 서스킨드의 <전문직의 미래>에서는 앞으로 AI가 속도와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변호사/회계사/의사/간호사/교육자/언론인 같은 여러 전문적 직군을 다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전문 서비스들이 '작업과 업무'의 형태와 중요도에 따라 일부는 AI가 대체하겠지만 중요성이 덜한 단순 업무들은 AI 도입보다 더 저렴한 제3세계의 프로그래머/개발자 공장에 외주화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순 업무 종사자들은 이제 제3세계의 공장형 개발업체들과 무한 단가경쟁에 내몰리게 될 테고요. 변호사나 회계사라고 하여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이 다 중요한 일만 있지는 않죠. 전문직조차도 시간과 노력은 많이 걸리는데 수익성은 낮은 단순반복 작업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또는 개인사무소의 행정인력이 대신해주거나 또는 저연차 후배들이 수습의 명목으로 대신 해왔죠. 리처드 서스킨드는 앞으로 AI시대에는 이런 단순작업들이 AI로 완전대체가 되거나, 아니면 훨씬 낮은 용역비로 대행해 줄 의향이 있는 국가로 위탁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미래에서는 결국 점점 현재의 사무직이나 행정직, 심지어는 저연차의 수습인원들마저도 고용안정성에서 안전할 수 없겠죠.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이 나타났다고 해서,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정보통신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인간의 업무와 노동의 부담이 줄어든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떤 산업과 어떤 종류의 업무가 더 지배적이냐의 세부적인 사항만 다를 뿐이죠. 시대의 전환기에는 흐름을 파악하여 신분상승을 이루는 개인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왔어도 자본에 의한 지배라는 거대한 틀이 변한 적은 없었죠. 그리고 새로운 기술은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주기 보다는 그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협박과 경쟁의 압박을 매번 제시해왔던 걸 생각해보면 AI시대라고 하여 과연 다를 것인지 의구심이 들게 됩니다. https://www.auto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1829
하지만 스포츠는 스포츠 전문화에 대한 시도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자본주의와 긴밀히 얽혀 있었다. '아마추어 정신'으로 대충 얼버무려졌지만, 초창기 올림픽은 무역 박람회와 상업 전시회 같은 것으로, 국제무역이 번성하던 당시 친선 경기로 구경거리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던 상업적 목적이 묻어 있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13,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복싱으로든 축구로든 야구로든 공장 조립라인에서 해방만 할 수 있다면 뭐든 안 할 이유도 없었다. 생업에만 매달려서는 열심히 노력해도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혹시, 아주 혹시, 그 노력을 어느 한 스포츠 종목을 정말 잘하는데 쏟는다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 1980년 최초의 흑인 헤비급 챔피언이 된 잭 존슨 같은 복싱선수들이나, 1800년대 후반 경주마 위에서 부와 명성을 이뤄낸 아이작 머피는 고역의 삶 너머에 있는 열망의 대상이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14~41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TV는 스포츠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며 열광했던 문화는 거실에서 편안히 소파에 앉아 경기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시들어갔다. 처음에는 스포츠계 거물들이 경기장 매표 수익 때문에 방송을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1950년대 TV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특히 미식축구가 TV 방송으로 인기를 얻고 미국에서 스포츠계의 서열이 뒤집혔다. 미국 프로 미식축구(NFL)가 방송사와의 수익분배 구조 덕택에 대형 산업이 되었고 개개인 선수들은 기업 후원, 광고 등으로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18~41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아마추어 정신은 착취의 구실일 뿐인 경우가 많았다. 상업적 이해관계는 오랫동안 대중 스포츠의 일부였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신자유주의가 가미되고 여러 가지 이념적 대립이 뒤따르며 새로운 대중 스포츠가 출현했다. 기업의 선수 후원, 간접광고, 수백만 달러의 경기지원 계약 등 스포츠의 모든 측면은 민영화되고 브랜드화 되어 반짝이는 상품처럼 판매됐다. 그리고 이 책 곳곳에서 봤듯이 일을 성취감을 느낄 기회로 여기라는 주문이 노동 현장 전반에 퍼져 있는 사실처럼, 스포츠계도 그 주문에 깊게 홀려 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26~427,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스포츠든 사회 전반에서든 모든 경쟁은 결국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우울증이 경쟁 수위가 치열한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에게 더 높게 나타남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특히 미래가 전적으로 스포츠의 결과에 달려 있다면 더 그럴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유는 뻔하다. 농구계 마이클 조던이나 축구의 데이비드 베컴처럼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노력할 이유가 분명히 있지만, 실패하면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려진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28~42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불평등의 극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야구 학교처럼 메이저리그가 운영하는 팜 시스템이다. 마이너리그 선수의 몸값 혹은 심지어 LA 유소년 야구팀 지원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단들은 부와 명성을 원하는 배고프고 어린 야구선수 지망생들을 마음껏 뽑아갈 수 있다. 게다가 이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노동법도 흉측하게 휘어져 있다. 구단들은 선수가 16세가 되면 아직 세상 교육도 부족한 그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의료보험이나 다른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중략) 데이비드 오르티스 같은 수백 명의 연습생들이 결코 도미니카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30~43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한편 이러한 과중한 압박 문화로 선수들은 자신의 몸값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리려고 하게 되고, 결국 약물에 의존하는 선수들이 빈번히 생겨난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3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위원회는 SNS 사용 제한, 운동시간, 주거 형태 등 코치들이 선수들 삶에 행사하는 광범위한 통제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이 정도의 통제는 교사와 학생 간이라기보다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이루어지는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35,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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