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

D-29
자본주의는 크게 세 시기로 나뉘고 그 시기마다 자본주의 정신은 매번 다른 질문에 답해야 했다고 한다. 1.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가? 2. 자본 축적 과정에서 딱히 얻는 것도 없는데 어떻게 열정을 찾을 수 있을까? 3. 불공정하다는 비난을 받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정당화하고 옹호할 수 있을까?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 하지만 미국과 서유럽 같은 고비용 지역의 노동력을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하면서 선진국의 노동 속성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고용주들이 산업 자본주의를 통해 그토록 열심히 빼앗아 가려 했던 인간 고유의 특성을 오히려 다시 쫓는 기이한 현상을 낳았다. 창의성,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능력, 배려 등은 고용주들이 일을 살아하는 직원에게 바라는 능력이다. 그런 인간적인 면들을 활용하면 일이 덜 비참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일이 삶의 모든 측면을 천천히 잠식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특히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과거에는 신분제와 계급이 노골적으로 직업과 소명의 제한을 두고 있었다면 현대에는 직업의 자유는 있다 하더라도, 직업 내에서의 자신의 업무와 작업을 조정할 자율권이 없는 시대에서 고용안정성도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죠.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자율성, 안정성이 이미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것들을 얻고 싶으면 개개인이 열정과 창의력과 같은 특성을 보여주라고 요구받죠. 경쟁만이 아니라, 인간적 가치까지 헌신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경쟁적이거나 현대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분위기가 심리적인 고갈을 더 재촉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비디오게임 프로그래머도 자신의 처지가 우버 운전사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대부분의 노동자가 피고용자이고 근로조건을 결정할 힘이 거의 없다면, 그것이 그 사회를 크게 관통하고 있는 부정하기 힘든 시류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8,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자본주의에서는 나의 노동으로 생산된 결과물이 내가 받는 급여보다 가치가 더 클 때 착취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2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결혼제도는 초기에는 사랑과 무관했다. 차츰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이상이 생겨났고, 그 변화 속에 노동 역시 미화되었다. 결혼을 사랑해서 한다면, 결국 결혼에 포함된 노동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결혼과 가사 노동이 특히 여자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곳이 된다. (중략) 이러한 여성상은 가정을 여성들이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움을 얻는 공간으로 그려낸 소설과 여성잡지를 통해 대중화되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47~4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세계 대공황 극복을 위한 뉴딜 정책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법상 드디어 노동자들의 조합결성권을 인정하는 보호장치가 마련되면서, 가족 임금제와 백인 노동자 계층 가족이 제도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포드주의 타협이었다. 헨리 포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올바른 가정상을 구현하는 데 깊은 정성을 쏟았다. 노동자들은 이른바 '가족' 임금을 타려면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포드는 심지어 근로자들을 감시하는 '사회부'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심문하고, 집에도 방문해 아내들도 열심히 일하는지를 확인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52~53,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흑인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일하라는 종용을 받았고, 처음에는 노예로, 이후에는 저임금 노동자로 일했다. 당시 복지 문제를 둘러싸고, 여성들이 본래 있을 곳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라는 믿음과, 여성들이 슬그머니 육아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견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복지권 운동 단체들은 복지수당을 받는 엄마들은 이미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마들이 가정에서 하는 일은 당연히 지원 받아야 할 중요한 일이고, 복지수당을 받으려고 결혼할 사람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59,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우리는 가사에 노동 '자격'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이 일을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멈추면 우리와 아이가 굶게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노동처럼 가사 노동도 강제 노동이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6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사랑하는 배우자 혹은 가족이 애정은 물론 연명치료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개인 돌봄의 215억 시간 중 84퍼센트를 아직도 가족들이 담당하고 있는 사회에서 배우자가 없거나 가족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69~70,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1장의 가사노동에 대한 작가의 주장들 중 개인적으로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 내용들도 있지만 가사노동의 기원, 더 정확히는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정형태,가정상과 거기에서 비롯된 성역할이 어디에서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네요. 자유에 소비의 개념을 연결시켜 개인의 자유/행복의 추구에 제한이 있다면 그건 소득의 문제라는 인식. 국가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력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고, 개인은 고용안정성을 통한 수입과 복리후생 그리고 삶의 질 확보가 서로 맞물려 오늘날의 기업 제도와 관행이 생겨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성 위주였던 당시의 경제 구조에서 퇴근 후 가정으로 돌아가 정서적/심리적인 안정과 휴식을 얻기 위해 가정노동, 전업주부의 개념이 자연스레 대두되는 흐름. 거칠고 힘든 바깥 세계의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탈출구라는 로망을 심어준 당대의 매스 미디어. 하지만 그 로망은 하인이나 집사,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경제수준의 일부 여성들에게만 해당될 뿐 절대 다수의 여성은 그럴만한 상황과 위치가 아니기에 생겨나는 가사노동의 억압. 시간이 흘러 여성의 사회적 참여나 권리향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맞물려 '경제적으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여성'에 대한 현대적 여성관이 출산/가사/양육의 전통적 가족관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과 가정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압박.. 결국 시대나 주의의 변화와 상관없이 포드주의에서 비롯된 전통적 가정개념이 바뀌거나, 또는 가사노동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 사회적으로 '노동'으로 인식하는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억압이 계속된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작가는 가사노동에 대해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려고 하면 가정이나 사랑에 대한 도덕적 순수성으로 지적 받고, 기존의 가정관을 바꾸려고 하면 사회 체제를 근간부터 뒤흔든다는 기존 세력의 공격 모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가사노동은 누군가의 노동력을 희생하는 제도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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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공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
[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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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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