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역까지 걷는데 기분이 묘했다. 나는 왜 내가 잘나서 칭찬을 받고 관심을 받은 거라고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면 이 게 다 버거 덕분인데. 실상을 알고 나니 실망감과 자괴감이 엄습했다. 채용은 핑계였고 실은 버거를 끌어들이는 데 내가 필요했던 거였다. 버거를 내세워 화장품을 팔고 버거의 신상을 털어 주가를 높이고 버거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우려먹겠지. 하오가 그런 걸 원할까. 적어도 내가 하오를 팔아넘기는 식은 아니었다. 돈보다 중요한 게 뭐냐는 팀장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의 제안에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오니 선을 지키라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
『나를 구독해줘』 _p.206_ 보디_, 김하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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