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

D-29
쾌활하고 친절한 성정으로 '그까짓 거 인생 뭐 있나'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살 땐 이렇지 않았다. 목표를 가지고 추구하는 순간, 족족 실패한다. 생명을 낳기보다는 죽음을 유발하는 양계장 사업, 마을의 사랑방이 되기엔 마을 자체가 없다시피한 장소에서 연 식당. 마을의 사랑방이 되어보리라, 이 구역의 엔터테이너가 되어 모두가 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어 보리라, 하는 아버지의 목표는 이루어졌다. 단 그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늘 아침 57세의 중년 아저씨가 한 말이 인상 깊어 캡처해 두었다. "제가 살고 나서 보니까, 꿈이 있고 목표가 있으면 사람이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뭔가를 추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대단히 힘든 일이에요. 아직 꿈이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못한 사람은 진짜 좋은 기회에요. 정말 편안하게 일상을 즐기면서 작은 일 하나를 즐기면 되거든요. 평생 그런 게 안 찾아왔다면 축복 받은 인생이고, 나중에라도 찾아오면 그때부터 목표를 향해서 가면 됩니다." 평생 무언가를 해내고자, 요즘 말로 J로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잃고 일의 보람과 기쁨만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최근 능력이 부치는 일을 목표로 삼게 되면서 주눅도 들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하랴, 지금껏 외면하고 미루었으나, 그 목표는 늘 내 주위를 빙빙 돌다가 급기야 코앞으로 들이닥쳤고, 이제 내겐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일만 남았다. 가보자, J!
뭔가 의욕적으로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화가난 위험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손님의 모습이 영상처럼 보여요. 웃으면 안돼는데 웃기기도하고, 손님이 느꼈을 공포에 공감이 되다가 아버지의 노력이 안쓰럽다가 정말 복잡한 심경으로 읽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유리병속 괴기스런 닭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화자는 엄마의 숨겨진 소망을 이뤄냈을까요?
달걀하는 소재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게 놀랍네요. 아버지의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정말 잘 전달되고 공감되네요. 누구나 한번쯤 저런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망쳐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일생에 딱 한 번 만나게 되는" 운명의 여자를 만난 마필관리사의 이야기, 「나는 바보다」를 읽겠습니다. 셔우드 앤더슨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신문 배달원, 심부름꾼, 목동 등의 잡일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정규 교육은 열네 살 때 중단됐고요. 말 돌보는 일도 어린 셔우드 앤더슨이 가졌던 직업 중 하나인데,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말'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아요. 그에게 말과 일은 어떤 의미였을까를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는 한쪽이 다른 한쪽과 얼추 비슷하게 좋았다. 위에 앉아 벅찬 기분을 느끼는 것과 아래에서 잡배들을 올려다보며 더 벅찬 기분에 더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까지 느끼는 것. 이 일도 저 일도 대충 비슷하게 좋은 일이다. 자기가 잘만 받아들인다면 말이지.
나는 바보다 69면,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잡배이면서 잡배가 아닌 척하다가 내 인생의 유일한 여인을 떠나보낸 남자의 이야기
마필관리사라고 해서, 아니면 우마 운수와 배달과 창고 사업을 하는 남자 밑에서 말 돌보는 일을 하는 사내라 고 해서 다른 누구보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아닌데
나는 바보다 p77,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그 밤은 꼭..... 손을 뻗으면 느껴질 것처럼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럽 고 캄캄하고 오렌지처럼 달콤했다.
나는 바보다 p83,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어제 일이 많아서 달걀 오늘 읽었어요. 예전에 읽었던 단편인데 다시 읽으니 또 의미가 다르네요. 아버지의 울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산업화와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의 삶이 생각납니다.
나는 거의 울 뻔했고 욕을 뱉을 뻔했고 벌떡 일어나 춤출 뻔했다. 너무 화가 나고 행복하고 슬펐다.
나는 바보다 P86,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앗. 제가 쓴 글에 오타가 있어 다시 쓰려고 하니, 수정은 되는데 삭제가 안되네요
미션 2. 8월 21일: 「달걀」 을 읽으며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을 살다간 작가의 소설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숲속의 죽음]도 그렇고, 마치 최근 소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야심이 생긴 것이다. 출세를 갈망하는 미국 특유의 열정이 두 분을 사로잡았다 p39 철학자 대다수는 분명 양계장에서 성장한 사람들일 것이다 p40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은 그나마 가진 것에 아득바득 집착한다. 이런 사실이 사는 동안 사람의 기를 꺾어 놓는다. p42 피츠 제럴드가 강력하게 떠오르는 이번 단편은 당대 미국인들의 야망, 성공과 좌절을 상당히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문득 김승희 시인의 「달걀 속의 생(生)」 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나는 바보다. 퇴근이 너무 좋아서 책을 책상위에 두고 왔다. 아침에 읽은 내용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일 토요일에도 출근이라는 거다. 나는 바보다 ㅎㅎㅎㅎㅎ
<나는 바보다>를 읽고. 키득키득 웃으며 읽었다. '그런거 있잖나' , '아이고야'...^^ 루시 웨슨이란 아가씨가 반한걸 보면 그래도 매력있는 청년이구먼~
오늘은 「슬픈 나팔수들」을 함께 읽어요. 왜 저렇게 못났을까 싶다가도 딱하고 안타까워서 또 한 번 눈길을 주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미션 4. 8월 23일: 「슬픈 나팔수들」 작가님의 딱딱 끊어지는 단문이 너무 좋아요 ^^ (좋은 번역의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 마치 동화처럼 자연스럽게 서술되는 죽음은 어딘가 더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집안 분위기는 달라졌을까? 모임에 가려고 멋을 내던 톰이 면도날에 턱을 베고 피를 보는 장면이 뭔가 복선처럼 느껴졌는데.... 작가의 매력은 묘사력이다. 비극을 '아닌 비극'으로 희극을 '아닌 희극'으로 묘사하는 테크닉!!! 또한 소설을 정독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p 102에 '피가 식는다'라는 묘사도 눈에 띄는데, 어떨 때 피가 식는 느낌이 드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 나도 이 표현 좀 써보고 싶어서^^) 코넷이 궁금해서 영상까지 찾아보고 왔습니다. 책을 속독하는 편인데 이 책은 무척 정독하게 됩니다 ㅎㅎ
「나는 바보다」를 읽다보면 두 가지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나보다. 그래서 경마장에서 슬쩍 뒤를 돌아본 멋진 아가씨가 잠시 눈맞춤으로도 반할 만큼 괜찮은 사람인데... 그걸 모르고 억지스레 더 멋있어 보이려고 과장하다가 결국엔 발등을 찍고 마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 보이기에는 내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만나야 앞으로도 좋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가면을 쓰고 싶어지는지... 저도 종종 그럴 때가 있어서 '나도 바보다'하면서 씁쓸하였답니다.
안나님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 보이기가 정말 중요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sns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바로 우리가 sns 를 통해 어느 정도는 가면?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슬픈 나팔수들>을 읽고. '케이트 누나가 시집 갈 생각을 하나?' 그날 오후 느닷없이 비드웰 바깥의 세계가 온통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게 느껴져 남모를 눈물이 몇 방울 맺히려는 걸 윌은 꾸역꾸역 삼켜 냈다. p.107 케이트에게서 편지를 받은 지금 윌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다. 소년은 자연히, 스스로 뭘 어떻게 하지 않아도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연결은 이제 끊겼다. 윌은 둥지에서 내밀렸고 그 사실은, 둥지 밖으로 내밀렸다는 것은 성취였다. 난감한 건, 윌은 이제 소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윌은 허공에서 대롱거리는 존재였다. 발을 둘 곳이 없었다. p 137 이제 어른 남자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서게 된 것이다. 홀로 서게 된 것이다. 어딘가에 발을 디딜 수만 있다면, 망망한 공허에서 추락하는 느낌을 이겨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른 남자의 삶'이라, 생각하면 괴상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p.138 윌은 침대 끄트머리에 앉은 채 미소 지었다. 그때 윌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생각이 둥둥 떠다녔다. 뭔가 위안이 될 생각이던가. 그 순간 윌 앞에 있는 남자, 그 방 안 윌 앞에서 있는 남자는 실상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과연 윌만큼이나 어린애였다. 여태 늘 그런 어린애였고 앞으로도 늘 그런 어린애일 것이었다. 지나치게 겁먹을 것 없다. 어린애들은 세상 천지 어디에나 있다. 어린애가 망망하고 공허한 허공에서 길을 잃었다면 적어도 다른 어린애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대화를 하면서 어쩌면 자기 자신과 남들의 영원한 어린애스러움에 대해 뭔가를 이해할 수도 있다. p.142
윌의 내면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심리를 잘 묘사해 놓아서 그 마음을 함께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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