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

D-29
좋다, 거기, 읽고 있는 당신 역시 내가 얼간이라 생각하는군. 비웃고 히죽대는데. 나를 좀 봐라. 당신은 여기 공원을 걷고 있어. 개를 끌고 가고 있지. 당신 아내는 어디에 있나? 뭘 하고 있나? 뭐, 집에서 목욕하고 있다고 치자.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목욕하며 꿈을 꾸고 있다면 누구 꿈을 꾸지? 하나 말해주겠는데, 거기 개 끌고 가는 당신, 아내를 의심할 이유가 없을지 몰라도 당신은 나와 같은 처지다.
나는 바보다 182쪽,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세상 사람은 다 그로테스크해. 우린 모두 사랑을 받아야 하잖아. 그 여자를 고칠 약이 우리도 고칠 거야. 알겠지만 그 여자의 병은 누구나 앓는 병이야. 우린 모두 사랑받길 원하는데 세상은 우리 애인을 만들어줄 생각이 없으니." 오늘은 「씨앗」을 함께 읽으며 우리 마음속에 심어진 씨앗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생각들을 자유로이 들려주세요.
미션 8. 8월 27일: 「씨앗」 사람 목소리에 깃드는 어떤 어조에서 진정한 피로를 알게 되는 수가 있다. 그런 어조가 깃드는 것은 험난한 생각 길을 따라 생각을 해나가려고 마음과 혼을 다해 애썼을 때다. 그러다 불현듯 자신이 계속 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내면의 무언가가 멈춘다.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p206 두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이 책에서 가장 난해한 느낌이 드는 단편 여자가 원했던 갈망은 무엇이었을까요. 정신분석 의사와 화자인 나의 대화도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이야기가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여자 저기 있네, 목욕 중이야> 처음에는 의처증인가? 생각을 하며 내내 답답했는데 어느 순간 또 한편으로는 확인하는 것이 두려운 마음이 너무나 이해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날짜까지 세고 있는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이 들면서도 무리해서 탐정을 이중으로 고용하는 심리는 점점 남편을 더 피폐하게 만들어 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빨리 확인해서 별일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런 교양> p.173-174 우리는 다들 롱먼네에 자주 갔다. 그 집에는 좋은 음식과 좋은 와인이 있었으며, 와인 코르크가 오염되었다고 하는 롱먼 아내의 말을 듣는 걸 다들 좋아했다. 그녀는 우리가 도착한 뒤 처음으로 꺼낸 병의 첫 모금을 맛보고 나면 어김없이 그 말을 했다. 메이블은 미국에 금주법이 있어서 아쉽다고 했다. 그 말로 고향 사람들을 놀라게 해 주면 좋겠다는 얘기였지만, 그러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메이블은 우리 모두가 교양을 쌓으려고 유럽에 왔고 그 교양을 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쿡과 나 그리고 다른 몇 사람이 그녀에게 그런 느낌을 전해 주려 했다. 메이블은 교양을 쌓을수록 시카고 느낌이 들어서 문제라고 말했다. 거의 시카고에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전원 남자인 미국인 네댓 명이 우리가 묵던 호텔에서 같이 지내기 시작한 후로 메이블이 익힌 그 교양이란.
어느 곳에서나 '그런 교양'은 쌓을 수 있는 것 같네요.^^
잠시라도, 몇 시간이라도, 낙엽처럼 바람을 타고 이 언덕 위에서 흩날리고 싶어. 내가 바라는 건 하나, 오직 하나야.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
나는 바보다 p207,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씨앗>을 읽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공감되었다면 상담을 받으시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마음과는 다른 행동, 아니 미처 내 마음을 알아채지도 못했는데 벌어져버리고 마는 어떤 유쾌하지 않은 반복적 상황이 있다면 억압된 무의식이 뚫고 나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살던 셔우드 앤더슨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발견되었고, 그후 가족을 버리고 시카고로 가서 전업 작가가 되었다는 건 작가 약력을 보셨을 테니 여러분 모두 아실 거예요. 오늘 우리가 읽을 「어느 낯선 동네에서」는 그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쓴 작품입니다. 훗날 셔우드 앤더슨은 1912년의 그 일이 자신이 의도적으로 벌인 것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전기 작가와 평론가 들은 그건 사실이 아닐 거라고, 앤더슨에게 정말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 일이 일어났던 거라고 추정합니다. 어느 낯선 동네로 떠나는 경험은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지, 그리고 그래서 우리가 책을 읽는 게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8월 28일: 「어느 낯선 동네에서」 저들은 죽음의 상징이다. 죽음은 중요하고 장엄한 것이다. 안 그런가
나는 바보다 228,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아이가 넷이나 되는 아빠가 낯선곳, 낯선여자와 시간을 보내는걸 무슨 힐링쯤으로 여기는듯하네요
지난 주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에서 제 바로 왼쪽 옆 여자 분이 <나는 바보다>를 읽고 계시더라고요. 펼쳐진 상태였지만, 테두리에 살짝 보이는 표지 색깔을 보고 알았습니다. 내적인 친밀감을 느끼고, 혹시 이 방에 계신 분인가 싶어 말도 걸고 싶었지만, 저희가 읽는 진도보다 빠르게 읽고 계시기에 마음을 접었어요. 내친 김에 아고라 출판사의 책을 더 찾아 봤더니 <사물의 표면 아래>란 책에 관심이 갑니다. 무슨 일이든 하루에 15분 이상 시간을 투자해서 행동할 때 경험치가 쌓이고 시야가 더 넓어진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낍니다. 며칠 게으름 피웠지만, 다시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두 분이 같은 지하철 안 바로 옆자리에 계셨다니 정말 놀라운 우연이네요. "세상 어느 곳에서든 두 삶의 소소한 사정이 아예 똑같은 수는 없"기에 같은 작품을 읽고도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셨겠지만 말이지요. 저희 출판사에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고 책을 찾아봐주시다니 너무나 감사드려요. 그믐에서 시간의춤 님과 함께 저희 출판사의 또 다른 책을 읽게 된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여기는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단 말이지. 그야말로 정적이야. 친구가 그렇게 말한 건 거기서 나는 갖가지 소소한 소리가 귀에 익은 탓이었다. 친구는 그것에 적응했기에 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바보다 223면,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교수는 기차를 타고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혼자가 되고자 한다. 유부녀인 교수, 그를 찾아오던 여학생. 두 사람은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고, 여학생은 달리는 차를 향해 곧바로 걸어 들어갔다. 교수는 그녀라고 할지, 그녀와 함께 있던 침묵의 시간이라고 할지, 아니면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할지, 하여튼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곤 한다. 이렇게 하면 죄책감이 씻겨질까 하지만, 낯선 곳으로 '가곤' 한다는 말에 답이 나와 있듯, 그 죄책감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워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수에게 그 사건은 삶의 닻이 되어 버렸고, 사람들은 인생의 풍랑 속에 닻을 드리우듯, 어둡고 무거운 내면으로 침잠하게 되곤 한다. 혹자는 위로한답시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야, 그런 일 너한테만 있는 거 아니야, 다들 그래.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든 두 삶의 소소한 사정이 아예 똑같을 수는 없다."(229면)
<씨앗> p.219 여자는 애인이 필요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애인이 필요한게 아니었어. 애인이 필요하단 건 결국 부차적인 문제였지. 그 여자는 사랑받는게, 오래 조용히 진득하게 사랑받는게 필요했어. 그 여자는 틀림없이 그로테스크 한 존재지만, 그렇게 치면 세상 사람은 다 그로테스크 해. 우린 모두 사랑을 받아야 하잖아. 그 여자를 고칠 약이 우리도 고칠 거야. 알겠지만 그 여자의 병은 누구나 앓는 병이야. 우린 모두 사랑받길 원하는데 세상은 우리 애인을 만들어 줄 생각이 없으니.
오래, 조용히, 진득하게 사랑받는게 필요했어!!!
미션 7. 8월 26일: 「그 여자 저기 있네, 목욕 중이야」 의처증의 남자, 이 남자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ㅠㅠ '일단 남자라면 미국인 남자라도 했을 법한'이라는 문장에서 미국인 남자들은 대게 이렇단 말인가?!!!! 혹은 작가님의 조롱? 짧게 휴가라도 다녀오라는 아내에게 본인을 치워버리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다니 어쩜 이렇게 꼬일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내 상태가 이렇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 나는 얼간이인가, 아니면 남자 중의 남자인가? 연거푸 자문했지만 답을 낼 수가 없었다. p197 (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상하거나 특이하거나 예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일어날 수도 없었다. 삶이 너무 가깝고 허물없었다. 이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식으로도 남자를 흔들 수 없었다.
나는 바보다 255면,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시골의 외로운 노인은 외로움 속에 신문 속의 이름들을 얼기설기 조합해서 가상의 지인, 가족, 친척을 만들어낸다. 도시에 사는 노동자는 실제의 동료가 아닌 공상 속에서 이상화된 동료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다, 급기야 실제의 인생의 파트너를 해치고 만다.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관리인이 가스등을 켜지 않았더 그랬다.'는 변명으로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해본다. '지금-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파랑새 이야기가 있겠으며, 상담에서도 주요 기법이 되었을까 싶다. 지금-여기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공상 즉 소설이 된다면, 지금-여기를 떠나기 위한 공상은 망상으로 번지고 만다. 그래서 셔우드 앤더슨은 공상에 관한 이야기를 공상이란 보자기로 잘 포장해서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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