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

D-29
교수는 기차를 타고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혼자가 되고자 한다. 유부녀인 교수, 그를 찾아오던 여학생. 두 사람은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고, 여학생은 달리는 차를 향해 곧바로 걸어 들어갔다. 교수는 그녀라고 할지, 그녀와 함께 있던 침묵의 시간이라고 할지, 아니면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할지, 하여튼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곤 한다. 이렇게 하면 죄책감이 씻겨질까 하지만, 낯선 곳으로 '가곤' 한다는 말에 답이 나와 있듯, 그 죄책감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워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수에게 그 사건은 삶의 닻이 되어 버렸고, 사람들은 인생의 풍랑 속에 닻을 드리우듯, 어둡고 무거운 내면으로 침잠하게 되곤 한다. 혹자는 위로한답시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야, 그런 일 너한테만 있는 거 아니야, 다들 그래.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든 두 삶의 소소한 사정이 아예 똑같을 수는 없다."(229면)
<씨앗> p.219 여자는 애인이 필요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애인이 필요한게 아니었어. 애인이 필요하단 건 결국 부차적인 문제였지. 그 여자는 사랑받는게, 오래 조용히 진득하게 사랑받는게 필요했어. 그 여자는 틀림없이 그로테스크 한 존재지만, 그렇게 치면 세상 사람은 다 그로테스크 해. 우린 모두 사랑을 받아야 하잖아. 그 여자를 고칠 약이 우리도 고칠 거야. 알겠지만 그 여자의 병은 누구나 앓는 병이야. 우린 모두 사랑받길 원하는데 세상은 우리 애인을 만들어 줄 생각이 없으니.
오래, 조용히, 진득하게 사랑받는게 필요했어!!!
미션 7. 8월 26일: 「그 여자 저기 있네, 목욕 중이야」 의처증의 남자, 이 남자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ㅠㅠ '일단 남자라면 미국인 남자라도 했을 법한'이라는 문장에서 미국인 남자들은 대게 이렇단 말인가?!!!! 혹은 작가님의 조롱? 짧게 휴가라도 다녀오라는 아내에게 본인을 치워버리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다니 어쩜 이렇게 꼬일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ㅎㅎㅎ 내 상태가 이렇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 나는 얼간이인가, 아니면 남자 중의 남자인가? 연거푸 자문했지만 답을 낼 수가 없었다. p197 (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상하거나 특이하거나 예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일어날 수도 없었다. 삶이 너무 가깝고 허물없었다. 이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식으로도 남자를 흔들 수 없었다.
나는 바보다 255면,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시골의 외로운 노인은 외로움 속에 신문 속의 이름들을 얼기설기 조합해서 가상의 지인, 가족, 친척을 만들어낸다. 도시에 사는 노동자는 실제의 동료가 아닌 공상 속에서 이상화된 동료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다, 급기야 실제의 인생의 파트너를 해치고 만다.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관리인이 가스등을 켜지 않았더 그랬다.'는 변명으로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해본다. '지금-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파랑새 이야기가 있겠으며, 상담에서도 주요 기법이 되었을까 싶다. 지금-여기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공상 즉 소설이 된다면, 지금-여기를 떠나기 위한 공상은 망상으로 번지고 만다. 그래서 셔우드 앤더슨은 공상에 관한 이야기를 공상이란 보자기로 잘 포장해서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을 「형제」는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의 전모"를 보여주는 이야기,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 손을 뻗어보려던 이야기"입니다.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자신의 고독한 영혼을 어루만져주세요.
외로움을 핑계로 자신의.행동을 정당화 하려는듯 보여서 몰입이 안되고 반감이 생기네요.
<어느 낯선 동네에서> 우리가 낯선 어딘가를 가는 이유는 익숙한 곳을 그리워하며 돌아오려하기 위함이다. 의도치 않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갑자기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찾아간 낯선 곳은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 생경함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작은 솜털까지도 긴장해 있다. 작은 소리, 낡은 간판, 노인의 불편한 걸음 걸이까지 하나하나가 처음 마주하는, 익숙했던 곳에서는 듣거나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낯섦이 오히려 긴장을 내려놓고 편안해지게 만든다. 신기하지 않은가? 작은 솜털까지고 일어나서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쫑긋하는데 그것이 주는 편안함이라니! 나는 낯선 골목길 걷기를 좋아한다. 익숙한 동네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골목길을 걷는 것. 집에 가는 10여분의 시간이라도 새로운 것을 만나고 다시 익숙한 집으로 들어가 쉼을 갖는 것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두 삶의 소소한 사정이 아예 똑같을 수는 없다.
나는 바보다 어느 낯선 동네에서 p.229,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오늘 낯선 동네에서> p.242 '중요한 것은 내 호기심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단 사실이다. 나는 그 집에서 펼쳐지는 삶의 괴짜스러움을 받아들였다. 그 성질은 내가 사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거기에 무뎌졌다.' 주인공인 철학자에게는 낯섬이 생기와 호기심을 품게 하고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리게 하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호기심이 점점 사그라들고 무뎌지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사는 곳으로 훌쩍 떠나 낯선 곳의 낯선 삶으로 목욕을 한다.
세상 어느 곳에서든 두 삶의 소소한 사정이 아예 똑같을 수는 없다.
나는 바보다 p229, 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희원 옮김, 김선옥 해설
오늘 읽을 「전쟁」은 분량은 짧지만, 강렬한 반전과 깊은 여운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우리 모임도 끝나네요.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진도가 조금 느린 분들도 편하게 참여해주세요.
짧은 영화의 프리뷰를 본 느낌. 묘사가 잘 되어있어서 영상으로 싑게 그려지네요.
「형제」 너무 고통스럽거나 힘든 기억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어떤 작용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처럼 해리를 일으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듯 살지만 기억의 어느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다. 노인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잊기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기로 한 것일까? 「형제」는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위험한 일탈 행동이 주제인 듯하다. 그리고 그들의 외로움을 참 씁쓸하고 아픈 결말을 가져왔다. 억압된 욕망이
「전쟁」 아~ 짧으면 짧을수록 이해하기 어렵게 글을 쓰는 건 셰우드 앤더슨의 특징인 것 같다. 결국엔 우리 모두 그 노파처럼, 아니 독일인처럼 "그냥 날 좀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들 투성인 것 같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닉네임은 '가마니'인데 젊은 시절에 전화를 걸어온 친구가 '뭐해?' 하고 물으면 '가만히 있어.' 라고 대답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면 친구는 그래 '가마니쓰고 있어' 라면서 말장난을 했드랬다. 나를 혼자 내버려두면 좋겠어, 가만히 ^^
오늘 알라딘에 100자평을 썼습니다. 리뷰는 곧 올릴께요
무더위 속에서 위대한 예술작품을 창작하기 위하여 고뇌하는 글쟁이들의 이야기, 「우유병」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읽을 작품입니다. 이 책을 같이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끝까지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쟁> 이렇게 한 챕터씩 계획을 세워 읽으면 완독이 되는구나, 실천이 중요하구나, 느낀 시간들이었습니다. <전쟁>은 고약한 음식을 먹고 '게르만 민족이 최고다.'란 고약한 생각을 지닌 독일인이 한 무리의 폴란드 피난민들을 이끄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독일인은 한 명, 폴란드인들은 다수이니, 마음만 먹으면 독일인 한 명쯤 확 덮쳐서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폴란드 사람들도 '우린 저 독일인을 이길 수 없어.'란 고약한 생각에 경도되어 묵묵히 끌려갈 뿐입니다. 상황이 뒤바뀌는 것은 폴란드인 노파와 독일인이 실제 몸과 몸으로 힘 대 힘으로 합을 겨룬 다음이지요. 독일인은 폴란드인들이 자신을 묵묵히 따라오던 것이 자신의 힘과 권위 때문이 아님을, 폴란드인들은 이 독일인쯤은 우리가 이겨낼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독일인, 폴란드인 모두 각자의 고약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난 거지요. 생각은 생각을 키울 뿐,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은 역시 실천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것 역시 생각이네요.
<우유병> 기자 생활을 하다가 혹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소설가로 대성하는 이들을 본다. 그들은 '나는 기사문/번역문이 아니라 나의 글을 쓸 거야.' 하는 마음으로 성공적인 전직을 했을지 모르나, 그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평소 기사문/번역문을 쓰느라 글쓰기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소설도 잘 쓰게 되었을 거야.'라고들 평가한다. "기자였는데 세상에 소설을 쓰다니, 그렇게 다른 종류의 글을 쓰다니!" 이런 평가는 본 적이 없다. 광고문 속의 신선한 우유와 소설 속의 빛나는 도시는 도시의 더운 열기 속에 상한 우유로 연결된다. 어떤 글이든 현실과 유리되어서는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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