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서점친구들] 문학 독서모임 <혼모노> 함께 읽기

D-29
저는 이 소설들이 인기 있는 게 그런 식으로 좀 구체적인 내러티브, 현실에 있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도. <구의 집>에서 보면 김수근도 완벽하게 있는 이야기, 있는 구체적인 공간, 실제가 있잖아요. 원래 김수근 건축가는 엄청 유명해져서 대한민국의 탑 건축가 이렇게 됐지만 여기서는 씁쓸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고. 실제로 그 구체적 공간과 그 공간들이 활용됐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게 또 맞닿아 있고. <스무드>에서도, 외국인이 보수 집회에 참여하는 상황, 말이 하나도 안 통하고 휴대폰 배터리가 나갔을 때의 공포가 있거든요. 내가 이방인이 됐을 때의 경험도 겹쳐지고. 그런 장면들이 전혀 낯설지 않고 있을만한 상황, 내러티브가 구체성이 있는 것 같아요. <혼모노>도 마찬가지로, 지난 정권을 무당정권이라고 불렀잖아요. 정말 많은 무당들이 활동하고 있고 살을 날리니 마니 하면서 실제로 <신명>이라는 영화가 개봉하기도 하고, 누가 더 신기가 있니 하면서. 실제로 다 내러티브가 있는 소재라 더 입체적으로 소설이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기야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같은 대사는 젊은 무당이 했던 이야기를 마지막에 그대로 돌려주는 거잖아요. 이거 신하고 인간하고 대결하는 모습일 것 같거든요. 진짜 무당도 있고요 진짜 신기도 있고 그런 거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인간이 제일 무서워요. 제가 생각할 때 독에 받힌 인간이 그냥 제일 무서워요. 마지막에 이 사람이 자기 원래 신기 받으면 칼 그어도 피가 안 흐르는데 신기 떨어져가지고 상처를 입고 그게 유튜브에 퍼져가지고 얘가 망했잖아요. 근데 악에 받혀가지고 쳐들어간 거예요. 그러면서 신을 신의 대리인이라고 하는 애기 무당하고 다이다이 하는 거잖아요. 마지막 장면에서요. 근데 그거잖아요. 그러니까 신기라든가 권력이라든가 뭐 있다는 거 그건 인간이 아니라 그 사람이 두르고 있는 것들일 뿐인 거예요. 얘는 그냥 진짜 자기가 계속 한번 해봐? 덤벼! 이런 느낌으로 가서 이렇게 조지는 거잖아요. 초대받지도 않는 북한에 가지고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거든요.그러니까 그게 기백이고 그 기백이 제일 무섭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기 무당한테 똑같은 말을 하는 거예요.
<길티클럽 : 호랑이 만지기>에서 느꼈던 것도요. 제가 우디 알렌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성추행 논란이 있잖아요. 그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문제가 되고 그러잖아요. 그런 심정 같은 게 잘 드러난 소설이에요. 대상화를 하면 그 사람이 대단해지는 게 아니라 그 대단한 것을 알아차리는 자기가 멋진 사람이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대상화에 대한 동일시가 일어나면 그 사람이 욕을 먹으면 자기가 상처 받기도 하고. 그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거지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닌데, 니가 뭔데, 하는 반감도 들고. 그런 게 아주 현실적인 감정인 것 같았고 영화판의 사람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 분위기 이런 것도 아주 깨알 같은 재미를 줘요. 이상한 선망과 질투와 알력이 있는 술자리. ㅎ
<혼모노>에서 국회의원과의 친분이 끊어지는 장면 있잖아요. 오래 잘 지냈는데 얼굴을 싹 씻잖아요. 그러니까 이 주인공은 무당으로서의 관계, 권력을 누리고 있었던 거지, 자기 스토리나 관계는 없었으니까. 이 소설을 불쌍한 무당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은 와 이게 진짜네, 멋있다 이렇게 읽기도 하거든요. 영화 <아수라>에서 정우성이 소주잔을 씹어 먹을 때 같은 기백, 분노, 몰릴데로 몰린 인간이 뿜어내는 기세, 인간이 저런 거지라고 생각되는. 이 소설들에서 전반적으로 이런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뭐가 더 좋다, 나쁘다 판단을 안 하는 것 같아서 그것도 좋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내 마음 가는대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메탈> 같은 작품에서도 마지막에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고 뭔가 혼자 남는 거 외롭겠다, 불쌍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게 낭만이지, 저런 발버둥이 인간적이지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렇게 열린 소설들이라는 거죠.
<잉태기>에서도 돈지랄 하는 장면들이 깨알같았다고 생각해요. 돈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시아버지도 며느리도 문제적이잖아요. 보통 드라마에서는 서진이가 주인공이죠. 두 사람 사이에서 가치판단을 하면서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잖아요. 이 작품은 근데 가해자가 주인공이라서 그것도 재미있었어요.
<구의 집>에서 설계자로 나온 학생은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처음에 얘가 만든 주택의 설계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마의 각도나 길이, 계절의 햇볕과 여기서 살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그런 것들이 있어서 이 사람을 선택하게 되죠. 뒤에 해설 보면 아이히만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그러니까 저는 이 소설을 보면서 그런 질문도 했었거든요. 이거 좀 다른 이야기였는데 인간은 인간이 하는 일과 분리될 수 있는가. 예를 들면은 어재화 교수가 건축물의 그 악독함에 질려서 도망갈 때, 나는 여기 연루되고 싶지 않아서 발을 빼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문장이, 192페이지에 이 문장, 저는 줄 쳐놨었는데, 선생님한테 묻는 거예요.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소름 확 끼치잖아요. 그러니까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 더 생각해야 되는 거죠. 조금만 더 생각해도 이 건축물에 이름이 남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의 이름을 뺀 거죠. 자기가 하는 일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나 더 좋았던 거는 이 사람을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그리잖아요. 마지막까지. 그러니까 그게 좋았던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재능도 뛰어나고 상상력도 뛰어난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거. 그러니까 그 사람이 초라해질 수 있다는 거. 이런 것들 배경 같은 게 너무 좋았거든요. 실제 역사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로서 이름을 날린 건축가고 그 작업 이후에도 굉장히 많은 작업들을 했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바꿔놓은 거잖아요. 이런 인간은 이런 결함 우리가 모두가 느낄 만한 결함을 가지고 있고 탁월함도 있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약간 현실을 비틀어 놓는다고 해야 되나 꼬아놨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것도 좀 센스가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 보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사유가 필요하구나. 인간이 뭔가 한 단계 두 단계 세 단계 격으로 좀 생각을 할 수 있어야지 되지 않나. 그러니까 사유가 없는 인간을 그린 게 이 작품이라고 좀 생각을 해서요.
<우호적 감정> 저는 여기 진짜 재밌게 생각하는데 237페이지에 236페이지 마지막에 권도우 씨가 물어보잖아요.이 회사는 직급이 따로 없나요? 근데 진이 이렇게 딱 말하잖아요. 이쪽은 과장 저쪽은 사원 나는 부장이라고 보면 돼.근데 진짜 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평 우리 다 평등하고 우리 다 영어 이름 쓰고 직함 없다고 말하지만 다 이렇게 평가를 하거든요. 약간 코미디인 거죠. 다 위선적인 코미디인 거죠. 이거 이중으로 보는 것 같은데 하나는 마을 사업 마을 사업하는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하나가 있어. 그리고 조직 안에서 스타트업 조직 안에서 그런 것도 있고 이중으로 꼬여 있는데 저는 이게 보고 있으면은 아까 했던 얘기를 맞춰봤는데 우스꽝스럽잖아요.그러니까 이런 게 우스꽝스럽다는 걸 보여준다니까요.그러니까 그게 작가가 제가 좋아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그러니까 그게 비장하게 말할 수 있어요. 투쟁할 수도 있고 막 누가 상처받고 그러면 안타깝게 바라볼 수도 있어요.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하고 그렇게 해도 똑같이 회사는 돌아가고 회식을 하고 지나가잖아요. 근데 이게 다 웃을 일이어서. *맥스라는 대표의 이름도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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