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곳으로 걸어들어갔다. 아주 좁은 골목이었다. 겨우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양팔을 뻗으니 양쪽 벽에 손끝이 닿았다. 하지만 조금 더 걸어들어가자 겨우 한 명이 지나갈 정도로 좁아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골목은 ‘연인’의 길이라 불린다고 한다. 그렇 다면 사랑이란 둘이 몸을 부대끼며 나란히 걷다가 결국 나란히 걷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게 되고, 누군가의 등만 쳐다봐야 하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한 사람이 나머지 한 사람을 등에 업고 힘들게 혹은 따듯하게 하나가 되어 걸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작은 골목에도 달빛은 환히 비추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등을 내어주지 못했다. 그저 앞서가는 그녀의 쓸쓸한 등만 바라보았을 뿐. 그것이 내 사랑의 종착점이었다. 아마도 브라쇼브는 내게 어두운 밤과 달빛으로 추억될 것이다. ”
『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 최인호 여행산문』 최인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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