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D-29
새벽녘이 되자 태양이 수정 기둥 사이로 스며들어 잠든 일라의 몸을 떠받치던 안개를 녹여 냈다. (중략) 이제 작은 물방울들이 불타 없어지면서 안개의 수위가 조금씩 내려가더니, 마침내 그녀를 각성의 해안에 사뿐히 내려놓고 사라져 버렸다.
화성 연대기 p.3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왜 우는 거요?" 그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멈출 수가 없어요. 슬픈데도 왜 슬픈지 모르겠어요, 울고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를 않네요."
화성 연대기 p.4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마치 그녀가 망치로 손을 내려찍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는 끔찍한 욕설을 내뱉었다. "우리가 지구에서 찾아왔다고,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위업을 이룩한 이들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뭔들 안 그렇겠어요?" 그녀는 갈색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화성 연대기 p.5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현재 '납세자' 부분까지 읽었습니다. '지구인' 파트는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집중하면서 읽게 되네요.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들의 고무된 감정과 대비하여 어떤 관심을 갖는 것도 일부러 거부하는 듯, 외계를 부정하는 화성인들의 모습이 상반되면서도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알 수가 없어 긴장감도 느껴졌고요. 브래드버리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꼈지만 무섭거나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을 대사만이 아니라 상황 그 자체로도 연출하는 게 정말 인상깊네요.
안녕하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SF가 화씨 451^^ 책 준비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진도 따라가보겠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따라가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달은 지금도 환히 빛나건만>까지 한 번에 읽었습니다(김영선 역의 샘터 출판사 판으로 읽고 있어 제목이 조금 다르네요). 분명 십 몇 년 전에 다 읽은 책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내용을 잊어버리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서 이 책을 읽었다고 기억했던 걸까요? 아무튼 새 책을 읽듯이 흥미 있게 읽고 있습니다. 1940년대 고전 소설인 때문인지 SF라 생각하면 어떤 느긋함도, 옛날 SF 영화나 드라마의 기담 같은 전개처럼도 느껴지는 한편, 신대륙 원주민과 조우하는 유럽인 탐험대 같은 분위기도 있습니다. 1999년부터 2001년이면 저는 아직 학교에 있던 시절의 25년 쯤 전 과거인데, 1940년대에 생각한 50년 후는 저런 분위기로 화성을 탐사하는 미래였을까요.
분명 읽었던 책이라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 아주 대략적인 이야기의 얼개, 주인공의 이름 정도를 빼곤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독후감을 쓰는 것 같습니다. 독후감을 쓰는 이유가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만 스토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기억 외에도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의 맥락이나 생각했던 사고의 흐름을 다시 떠올리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게을러서 많이 못 쓰고 있고, 모든 책을 다 쓰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저도 독후감으로 정리하고 있어요. 정보전달이 위주인 교양서보다는 아무래도 문학이 사람의 상상력과 판단을 더 많이 이끌어내기 때문에 소설 위주로 적는 편입니다. 이야기를 요약해서 적는 것도 좋긴 하지만, 제가 그 당시 읽으면서 어떤 감정이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적어 놓으면 나중에 다시 독후감을 봤을 때 책의 지문이 더 잘 되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너무 미뤄둬서 고민입니다 ㅎㅎ 작가가 이 책을 쓴 시점이 1950년이고, 화성탐사는 1964년에 NASA의 '매리너 계획'으로 탐사선이 화성 근처를 지나며 표면 사진을 찍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화성 지표면에 탐사선이 착륙한 건 1975~76년 바이킹 탐사선이고요. 화성의 표면을 사진으로 접하기 전까지, 20세기까지도 천문학자들은 화성과 금성이 지구와 비슷하거나 더 무더운 열대 우림 같은 행성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네요. 브래드버리가 기대했던, 또는 당시 미국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대했던 화성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 당시의 꿈과 상상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켓은 발사대에 얌전히 서서 분홍색 불길의 구름과 오븐 같은 열기를 뿜어냈다. 차디찬 겨울 아침에 우뚝 솟은 채로, 강렬한 열기를 내뿜어서 여름을 만들었다.
화성 연대기 p.24,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피시 님도 이 문장을 적어주셨군요. 책을 읽을 때 1장을 여러 번 다시 읽었는데 색감과 날씨와 분위기의 대비가 강렬하게 아름다워서 인상 깊더라고요. 눈 내리고 고드름이 달린 청명한 겨울의 냉기, 펭귄이나 곰처럼 뒤뚱거리며 중무장한 채 풍경 속에서 점점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한적한 겨울의 고요한 풍경에서 점점 봄이 오듯 로켓의 분홍 열기가 확산되는 그 느낌.. 아침이나 저녁에 햇빛이 하늘과 구름을 물들이는 모습처럼 한편에는 분홍과 주황빛의 불꽃과 온기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아직 뻗쳐있지 않은 한편에는 푸른 하늘과 겨울이 있는 마을이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로켓의 여름이라는 소제목이 참 잘 지었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마치 겨울의 기나긴 침묵 속에서, 우주의 광막함 속에서 웅크려지내던 지구가 우주 문명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불새들은 서늘하고 매끄러운 모래 위에서, 마치 타오르는 석탄 침대처럼 이글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천 개의 녹색 리본으로 새해 연결된 하얀 장막이 밤바람에 부풀어 올라 부드럽게 펄럭였다.
화성 연대기 p3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벼락을 머금은 폭풍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기다림을 품은 침묵에 이어, 대기가 묵직해지고 일렁이는 구름 그림자와 수증기가 바람을 타고 땅을 뒤덮는다. 그런 온갖 소리가 귓가를 내리누르기 시작하면, 당신은 시간 속에 얼어붙은 채로 그저 다가오는 폭풍을 기다리게 된다. 하늘이 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동안에도. 구름이 두텁게 깔리는 동안에도. 멀리 산맥에 무쇠의 빛이 깃드는 동안에도. 새장에 갇힌 꽃들이 경고의 한숨을 들릴락 말락 내뱉는 동안에도.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이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지나가도, 집 안 어디선가 목소리 시계가 "시간, 시간, 시간, 시간이 됐어요……"라고, 벨벳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만큼이나 부드러운 소리로 노래할 때에도.
화성 연대기 p.42~4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이내 폭풍이 찾아온다. 벼락이 번득이며 어둠의 물결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소리를 품은 검은 장막이 드리우며 모든 것을 영원히 휩쓸어 버린다. 그런 느낌이었다. 폭풍우가 몰려드는데도 하늘은 청명하고, 머지않아 벼락이 떨어질 텐데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순간의 느낌이었다.
화성 연대기 p.4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긴장되고 걱정되는 기다림의 순간을 잘 담아낸 문장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안 좋은 일이 온다는 경험적인 직감이 주는 걱정에 휩싸여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린 상황. 그런 근심은 관심없다는 듯 무정하게 흘러가는 바깥의 풍경이 대비되며 마치 '세상에 걱정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인가?'라는 그 생각, 고독감이 느껴진달까요.
"조금만 신경을 써 줬으면 합니다." 대장은 눈도 충혈되고 지친 얼굴이었다. "우리는 지구에서 왔습니다. 로켓을 타고요. 대원과 대장을 합쳐 네 명입니다. 탈진 직전인 데다 배도 고프고 잘 곳도 필요합니다. 누구든 우리에게 친선의 징표로 도시의 열쇠나, 뭐 그런 거라도 건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우리와 악수하며 '잘했네!'나 '축하하네, 이 친구야!'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군요."
화성 연대기 p.64,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힝스턴, 자네는 두 행성의 문명이 같은 속도에 같은 형태로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화성 연대기 p.8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는 어제 저녁까지 해서 <달이 변함없이 밝게 비출지라도>까지 읽었습니다. 화성에 진출하기 위한 인간들의 시도와 화성인들의 대응이 인상 깊네요. 1. 지금까지 읽은 부분 중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면 적어주세요. 2. 책에서 묘사된 화성인의 생활과 외관을 읽고 여러분의 머리 속에서 떠오른 화성인은 어떻게 생겼나요? 글로 구체적으로 적으셔도 되고, 비슷한 사진이나 이미지를 첨부하셔도 됩니다. 3. 스펜더와 대장이 화성에 대해 나눈 대화들에서 어느 쪽에 더 공감하셨나요? 스펜더의 행동에 납득이 가셨나요? - 화성을 개척하려는 모든 인간의 개입이 화성 그리고 다른 세계까지 망가뜨리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니 인류는 지구에 머물러야 한다. - 인류는 아직 어린 아이와 같은 단계로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선 문명들이 남긴 발자취를 통해서 관점을 넓히고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1) 전 두 번째 원정대를 다룬 <지구인> 부분이 가장 흥미진진했습니다. 이야기가 계속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게 한치 앞도 예상을 못하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왜 화성인들이 지구인에게 무심하다 못해 존재 자체를 부정하듯 행동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러다가 Iii씨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갔을 때 환영받는 걸 보고 화성인들이 단체로 몰래카메라처럼 일부러 지구인들을 위해 깜짝 파티를 했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대화의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니 만찬 자리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걸 보고 설마 지구인들을 잡아먹나? 싶었습니다. 이후에는 병원인 걸 추론해내면서 화성인들이 원정대를 '지구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로 여겼다는 데서 놀랐어요. 정말로 화성인들은 지구에 생명이 살지 않는다고 확신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다니.. 화성인들의 무지로 인해 아무 의미 없이 죽어야 했던 1차와 2차 원정대가 안타까웠습니다. 2) 화성인들의 외양 묘사가 여러 번 나오지만 제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사마귀였습니다. 왠지 그들의 붉은 피부와 대비되어 노랗게 빛나는 눈은 정면에서 본 사마귀의 얼굴처럼 눈이 양옆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고 희미한 점 눈동자가 노려보고 있을 것 같고요. 화성인들의 무정함 또는 지구인에 대한 적대감이 왠지 먹이를 노려보는 사마귀의 얼굴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2장에서 묘사된 화성인의 집안 가구와 생활을 볼 때 물을 자주 뿌리는 걸로 봐서는 항상 촉촉하거나 습한 피부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물기가 항상 묻어 있고 광이 나는 피부를 가지지 않았을까요? 물과 연기로 빚어 낸 수증기를 침대 삼아 잘 수 있고, 불새들이 모는 양탄자를 타고 돌아다니는 화성인 부부를 보면서 각진 얼굴과는 달리 몸은 굉장히 부드럽고 유연하며 날아다니듯 가벼운 걸음걸이로 움직이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3) 스펜더의 주장과 행동이 과격하고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의 화성의 취급과 미래에 대한 의견은 공감이 갔습니다. 단순한 흥미거리지만 지금도 돈을 내면 달의 일부를 판매한다는 외신기사들을 가끔 볼 수 있죠.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나 스페이스X 같은 우주항공기업과 사업가들의 관점과 의견을 통해 화성은 언제부터인가 '정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요. 즉,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가는 인간이 머물러야 할 곳, 난관을 뚫고 개척해야 할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이나 시선은 화성의 실체를 왜곡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펜더가 말한 코르테스처럼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은 그런 '세속적인 욕구에 기반한 기대'를 갖고 진출한 인간들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고요. 화성을 과학적으로 탐사하고, 사람이 직접 발을 내딛는 미래는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던 것처럼 분명 인류에게는 뜻 깊고 중요한 사건이 될 거에요. 하지만 대상의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욕망을 투영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관계에서도, 하다 못해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또는 일터에서의 동료나 상하급자에게도, 친구 사이에서도 상대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보통 갈등이 일어나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스펜더가 말한 대로 인류가 화성에 진출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이윤과 권력과 이해관계로 화성을 좌우하고 싶은 세력들도 결국 들어오겠죠. 그 과정에서 거창한 사업목표나 인류의 비전, 정치적 목표라는 이유를 붙여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람들에게 생각을 반강요 할 테고요. <달이 변함없이 밝게 비출지라도>의 마지막에 대장이 스펜더를 처리하기 전 생각하는 독백은 그런 의미라고 느꼈습니다. 사업가와 정치가 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목표나 비전에 우리는 감동하거나 공감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과 의견이 정말로 '나'의 의견일까요? 그 비전이 더 권위 있고, 재산이 많고, 거대한 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 있어 보여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리에 그런 주장이 의심 없이 들어온 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의심 없는 확신으로 인해 화성인들은 제3행성에 생명이 결코 살 수 없다고 단정 지었고, 지구에서 온 방문자들을 아무 이유 없이 죽였습니다. 스펜더가 놓친 점은, 그도 결국 자신만의 관점과 한계로 화성인들을 '낭만화'한다는 점이라고 봐요. 화성인들이 이룬 문명과 그들의 가치는 존중 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화성인들은 그의 생각처럼 순수하거나 탐욕스럽지 않은 무결한 존재들이 아니었다는 걸 우리는 이전 내용들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화성인들도 결국 생명체일 뿐이고, 자신들의 지식에 묶여있으며, 상황에 따라 매우 매정하고 잔인한 존재였죠. 결국 스펜더도 자신만의 환상과 기대로 인해 화성을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 파란 구체 모양에서는 드래곤볼의 원기옥이 떠올랐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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