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오늘부터 따라가겠습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D-29
피시

테이블
어제 저녁에 <달은 지금도 환히 빛나건만>까지 한 번에 읽었습니다(김영선 역의 샘터 출판사 판으로 읽고 있어 제목이 조금 다르네요). 분명 십 몇 년 전에 다 읽은 책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내용을 잊어버리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서 이 책을 읽었다고 기억했던 걸까요? 아무튼 새 책을 읽듯이 흥미 있게 읽고 있습니다.
1940년대 고전 소설인 때문인지 SF라 생각하면 어떤 느긋함도, 옛날 SF 영화나 드라마의 기담 같은 전개처럼도 느껴지는 한편, 신대륙 원주민과 조우하는 유럽인 탐험대 같은 분위기도 있습니다.
1999년부터 2001년이면 저는 아직 학교에 있던 시절의 25년 쯤 전 과거인데, 1940년대에 생각한 50년 후는 저런 분위기로 화성을 탐사하는 미래였을까요.

은화
분명 읽었던 책이라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 아주 대략적인 이야기의 얼개, 주인공의 이름 정도를 빼곤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독후감을 쓰는 것 같습니다. 독후감을 쓰는 이유가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만 스토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기억 외에도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의 맥락이나 생각했던 사고의 흐름을 다시 떠올리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게을러서 많이 못 쓰고 있고, 모든 책을 다 쓰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저도 독후감으로 정리하고 있어요. 정보전달이 위주인 교양서보다는 아무래도 문학이 사람의 상상력과 판단을 더 많이 이끌어내기 때문에 소설 위주로 적는 편입니다. 이야기를 요약해서 적는 것도 좋긴 하지만, 제가 그 당시 읽으면서 어떤 감정이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적어 놓으면 나중에 다시 독후감을 봤을 때 책의 지문이 더 잘 되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너무 미뤄둬서 고민입니다 ㅎㅎ
작가가 이 책을 쓴 시점이 1950년이고, 화성탐사는 1964년에 NASA의 '매리너 계획'으로 탐사선이 화성 근처를 지나며 표면 사진을 찍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화성 지표면에 탐사선이 착륙한 건 1975~76년 바이킹 탐사선이고요.
화성의 표면을 사진으로 접하기 전까지, 20세기까지도 천문학자들은 화성과 금성이 지구와 비슷하거나 더 무더운 열대 우림 같은 행성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네요. 브래드버리가 기대했던, 또는 당시 미국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대했던 화성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 당시의 꿈과 상상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시
로켓은 발사대에 얌전히 서서 분홍색 불길의 구름과 오븐 같은 열기를 뿜어냈다. 차디찬 겨울 아침에 우뚝 솟은 채로, 강렬한 열기를 내뿜어서 여름을 만들었다.
『화성 연대기』 p.24,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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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피시 님도 이 문장을 적어주셨군요. 책을 읽을 때 1장을 여러 번 다시 읽었는데 색감과 날씨와 분위기의 대비가 강렬하게 아름다워서 인상 깊더라고요. 눈 내리고 고드름이 달린 청명한 겨울의 냉기, 펭귄이나 곰처럼 뒤뚱거리며 중무장한 채 풍경 속에서 점점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한적한 겨울의 고요한 풍경에서 점점 봄이 오듯 로켓의 분홍 열기가 확산되는 그 느낌..
아침이나 저녁에 햇빛이 하늘과 구름을 물들이는 모습처럼 한편에는 분홍과 주황빛의 불꽃과 온기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아직 뻗쳐있지 않은 한편에는 푸른 하늘과 겨울이 있는 마을이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로켓의 여름이라는 소제목이 참 잘 지었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마치 겨울의 기나긴 침묵 속에서, 우주의 광막함 속에서 웅크려지내던 지구가 우주 문명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피시
“ 불새들은 서늘하고 매끄러운 모래 위에서, 마치 타오르는 석탄 침대처럼 이글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천 개의 녹색 리본으로 새해 연결된 하얀 장막이 밤바람에 부풀어 올라 부드럽게 펄럭였다. ”
『화성 연대기』 p3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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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벼락을 머금은 폭풍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기다림을 품은 침묵에 이어, 대기가 묵직해지고 일렁이는 구름 그림자와 수증기가 바람을 타고 땅을 뒤덮는다. 그런 온갖 소리가 귓가를 내리누르기 시작하면, 당신은 시간 속에 얼어붙은 채로 그저 다가오는 폭풍을 기다리게 된다. 하늘이 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동안에도. 구름이 두텁게 깔리는 동안에도. 멀리 산맥에 무쇠의 빛이 깃드는 동안에도. 새장에 갇힌 꽃들이 경고의 한숨을 들릴락 말락 내뱉는 동안에도.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이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지나가도, 집 안 어디선가 목소리 시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