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책을 반납해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앞 부분에서도 죽은 가족들이 나오는 단편들이 있었잖아요. 그걸 보고 화성을 천국으로 설정했나?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그리고, 화나서 저녁 안 먹겠다고 한 에피소드가 어제 저희집에서 일어났습니다. ㅎㅎㅎ
전 그냥 "엄마가 미안해~"하고 냅뒀어요. 아마 귀찮아서인 거 같은데, 아이가 불같이 화를 내면 사과는 하지만, 그 이후에 아이가 다가올 때까지는 그냥 냅둡니다. 은화님 에피소드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D-29

꽃의요정

은화
아 ㅎㅎㅎㅎ 저는 그 당시에 투정 부리다가 결국에는 더 했다가는 정말로 밥 못 먹을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화가 다 안풀린 척 하며 열심히 먹었네요. 그런데 확실히 내버려두어야 스스로 상황파악을 할 시간도 가지고 감정을 표출한다는게 어떤 건지를 배우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은화
저도 말씀하신 작품 부분 때문에 사후세계가 단지 화성처럼 생긴 공간인건가? 싶기도 했고 설마 외계인들이 사실은 천사나 악마 같은 영적인 존재인가 추측도 했고요. 독자로 하여금 예측을 못하게 이야기를 펼치는 전개가 재밌었어요.

은화
3) 화성인들이 샘 파크힐에게 땅문서를 주고 간 게 어쩌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교묘하게 복수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이미 육신을 초월한 화성인들이 샘이 화성에 온 후로 저지른 일들을 모를 리가 없어 보여서요. 최후의 화성인들이 화성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호의를 베풀었거나, 지구와 지구인의 전쟁을 보고 동정심에서 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선의로 포장된 고도의 돌려까기로 느꼈습니다.
높이 올라가면 그만큼 추락의 깊이도 크다고 했듯, 환희와 즐거움이 순식간에 좌절로 바뀌는 샘의 감정선과 상황을 보면서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개인의 인생의 굴곡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설령 화성인들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면 오히려 더 아이러니한 복수로 보여 재밌네요. 샘 파크힐은 정작 화성인과 그들의 문명을 그렇게 싫어했으면서도 화성에 정착하는 모순된 모습이 있죠. 그에게 어떤 배경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화성에 남기를 선택한 걸 보면 그는 지구에서도 그렇게 환영받거나 또는 본인이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엔 전쟁으로 인해 지구에서 삶을 마쳤을 그를 보면, 그가 지구로 떠났다기 보다는 화성이 그를 거부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라고 봅니다. 브래드버리는 아마도 타인에 대한 무지와 존중이 결여된 개인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고 행복할 수 없음을 샘 파크힐을 통해 말하고 싶었나 봐요.

은화
"남편이 우리에게 줄 수 없었던 것은 딱 하나뿐이었어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노화였죠. 남편은 매일 조금씩 늙어 갔지만, 우리는 항상 똑같았으니까요."
『화성 연대기』 p.37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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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이 단편은 좀 슬펐어요.

은화
“ "저들처럼 훌륭한 존재는 다시없을 걸세. 게다가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 10년, 50년, 100년을 버틸지도 몰라. 그래, 저들도 자네나 나나 다른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걸세." ”
『화성 연대기』 p.379,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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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 집은 크고 작은 1만 명의 수행원이 조화를 이루어 시중들고 봉사하는 하나의 커다란 제단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신들이 떠난 지금, 이곳에서는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제례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
『화성 연대기』 p.384,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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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어느덧 이번 모임도 거의 끝나가는 시간이 다가왔네요. 화성의 개척부터 시작하여 지구와 지구인의 최후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사건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연대기라는 제목답게 화성이라는 거대한 무대와 역사에 어떻게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지를 보며 마치 신화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서술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어요. 마지막 주의 물음으로 전반적인 감상에 대한 질문을 남기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작품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작가는 이 많은 등장인물들과 사건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나요?

은화
책을 읽으면서 재밌다고 느꼈던 부분은 제목에 연대기라는 말답게 화성의 역사를 훑어 보듯, 누군가의 일기장을 펼쳐보듯 지난 날이 펼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다 할 주인공이 없이 독립된 얘기들을 모아서 시간 순서대로 일화를 보여주는데 오히려 그래서일까요? 자연스럽게 뒷얘기로 넘어가면 앞에서 언급됐던 인물과 일화가 기억에서 사라지더라고요.
마치 긴 기간의 역사 공부를 할 때 순간순간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배우더라도 시대배경이 지나면 앞에서 배운 정보가 희미해지듯 소설에서 똑같은 기분을 느꼈거든요. 어쩌면 브래드버리는 일부러 그런 인상을 주고자 주인공을 따로 설정하지 않은건가 싶었습니다.
꼭 사람이 떠난 빈 집이나 텅 빈 가게에 들어가 서성이거나 구경할 때의 그 익숙한 감각이랄까요. 비어있는 공간에서 어쩌다 잡동사니나 쓰레기를 발견하면 그래도 이곳에 한 때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깨닫지만 그 장소에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지 못하죠. 그럴 때면 가끔 투명한 커튼이나 장막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같이 공존하면서도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지구인 이주민들과 똑같은 입장과 시선에서 이미 쇠락해 사라져가는 화성인들의 흔적만을 글로 접하죠. 화성인의 역사도, 문화도, 그들의 세부적인 어떤 것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영영 그들과 다시 만날 길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지구인들도 결말부에 가면 같은 운명을 맞이하죠. 자신들간의 내전과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해 자멸하면서 화성의 지구인들도 화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문명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만난 적이 없음에도 막연하게 그립고, 머리 속에서 상상하게 되는 화성인의 삶이 이제는 똑같이 지구인에게 되풀이 되는 구도가 반복되죠. 결국 화성인도 지구인도 다를 바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같다는 말은 다르게 생각하면 인간이라고 해서 더 특별할게 없다는 뜻이죠. 화성인들의 작중 묘사를 보면 그들도 똑같이 자신들만의 사고와 지식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를 게 없는 존재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차별과 구분을 짓죠. 샘 파크힐이 외계인을 거부하는 태도가 대표적이지만, 책 안에서는 인간들끼리도 서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백인에게 멸시받고 천대받던 흑인들이나 검열을 이유로 다른 계층을 탄압하던 지구의 관료엘리트들이 그랬죠.
누가 더 잘났고 못났고를 따질 필요가 없는 사이라면 굳이 상대를 혐오할 이유도, 그렇다고 반대로 떠받들 이유도 없게 되죠. 책을 다 읽은 뒤, 스펜더와 와일더 대장의 화성에 대한 생각이 대립하던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주장이 모두 맞는 말 같네요.
지구인이 화성인보다 딱히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니기에 화성인의 유적과 흔적을 함부로 대할 어떤 권리도 없다는 스펜더의 주장. 화성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기로 한 인간들의 선택과 권리도 인정해야 함을 얘기하는 와일더 대장. 둘의 주장은 대립되어 보이지만 결국 같은 말이라고 느껴집니다.
여기에 나오는 인간들은 지구와 화성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사이에서 탐욕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이념을 강요하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작중 화성 이주의 역사 속에는 종종 이기적인 인간도 있었고, 어리석은 사람도 있었지만 살만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화성은 결국 마지막 생존자들이 살아갈 터전이 되죠.
화성인도, 인간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존재들일 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살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자들이 더 많이 있는 한 생명은 계속 이어질 거라는 말도 하고 싶었나 봐요.

은화
<화성 연대기>의 다양한 책 표지들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림은 책의 마지막과 그 이전 장에서 나온 내용들이 떠오르네요.




은화




은화
이번 책은 재밌게 다들 읽으셨나요? 작가가 책을 펴낸 1950년 시점에는 아직 달 착륙은커녕 유리 가가린이 우주공간으로 비행을 나가기도 전이었음을 생각해보면 화성에 대한 그 시대와 사람들의 상상력이 담겨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화성의 실제 모습과 환경이 작가의 상상처럼 부드러운 붉은 빛과 푸른 빛의 행성은 아님을 알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동경심, 그리움, 거리감과 적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화성인들을 통해 지구의 모습을 돌아보고, 또 지구인들의 삶과 운명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점에서 마치 여러 겹의 유리와 거울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어요.
다음 모임 예정 독서는 작가를 주제로 골랐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 작가의 대표작인 <솔라리스> 외에도 <우주 순양함 무적호>,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세트를 순서대로 읽을 예정입니다. 한 달 동안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솔라리스현대 SF 문학, 대중문화,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영향을 끼친 스타니스와프 렘의 최고 걸작 소설이다. 세 차례에 걸쳐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과 아티스트의 호감을 산 <솔라리스>는 ‘타인’이라는 영원한 미지와의 조우를 절절히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이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폴란드가 낳은 SF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가,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문학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전방위적 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우주 순양함 무적호』가 공인된 폴란드어 판본, 원전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폴란드가 낳은 SF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 가,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문학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전방위적 문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가 공인된 폴란드어 판본, 원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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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인스타에 박찬욱 감독님의 추천책으로 '화성 연대기'가 떠, 조만간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없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혹은 재출간? 은화님의 예지력! ㅎㅎ 다음 책들도 궁금함 증폭입니다!

은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287414?sid=103
<괴물들> - 클레어 데더러
<창백한 언덕풍경> - 가즈오 이시구로
<지속의 순간들> - 제프 다이어
<이민자들> - W.G.제발트
<오너러블 스쿨보이> - 존 르카레
<관촌수필> - 이문구
<성> - 프란츠 카프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카레
<브라이턴 록> - 그레이엄 그린
이전에도 감독님께서 추천한 책들 목록 중 한 권으로 <화성 연대기>가 들어가 있었군요. 뭐랄까.. 나머지 9권들의 내용은 모르지만 간략한 책 소개글들을 읽다 보니 인간이 가진 '모호함과 불분명함'을 다루는 책들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화성 연대기도 딱 무어라 집어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어떤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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