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D-29
모태 신앙이라 쓰고 '못된 신앙'인 저는 종교에 대해선 회의가 많이 들어요. 다 늙어서 왜 이러는지...종교에 귀의 해야 할 나이에..ㅎㅎ 매우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인간의 심리 등등, 종교가 절대 단순히 발생한 건 아니지만요. 제 식으로 내린 결론은, 아주 단순 무식하게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간이 만든 최대의 발명이념이라 생각해요. 저 또한 유년-청년기에 교회를 굉장히 열심히 다니며 한 주라도 교회를 빠지면 큰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천벌 받을 거라 덜덜 떨었답니다. 이제는 '초월자(우리 보다 발전된 외계문명?)'가 있을 것 같지만, 우리를 창조한 신이 있다고 믿진 않아요.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모르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알고 싶기도 한 호기심 천국입니다. ^^
남편은 우리가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나도 우리가 울지 않기를 바랐지요. 그래서 우리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거겠죠. 우리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은 외로워지는 법을, 슬픔을 느끼는 법을, 울음을 터트리는 법을 깨우치는 거랬어요. 그래서 우리는 울음이 뭔지도, 슬픔을 느끼는 법도 배울 수 없었지요.
화성 연대기 376p,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책과는 약간 별개의 얘기지만 <화성 연대기>의 화성인들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H.G. 웰즈가 쓴 논픽션인 <화성에 거주하는 것들>의 그림이 겹쳐 보였습니다. 1908년에 나온 이 책은 웰즈가 '우주전쟁'을 쓰고 10년 뒤에 화성에 생명이 살 수 있다는 상상력을 토대로 화성의 풍경을 묘사했어요.
오~ 뭔가 코가 긴 알프?(예전에 외화 인형극이었던 거 같은데) 느낌이 나네요! 그나저나 다들 날씬하네요. 이것도 화성의 환경 때문에 몸이 길고 날씬해질 수 밖에 없는 거겠죠? 예전에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란 영화를 봤는데, 화성에서 태어난 아이가 주인공이라 지구에 갈 수 없는 이유를 보고 과학의 신비를 다시금 느꼈어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중력이 지구가 더 세서 지구에 가면 화성체질인 주인공의 심장이 터질거라는 이야기, 조깅을 하는데 중력의 영향을 덜 받으니 막 날아가는 느낌으로 조깅을 하는 등..진짜 신기했어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뇌가 지구상에 있을 때보다 살짝 부풀고 이로 인해 후각이나 미각 인식이 떨어져서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덜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각종 소스를 뿌려먹기도 하고요. (사실 우주정거장은 진짜로 무중력인게 아니라 단지 정거장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원심력이 중력과 상쇄되어 '무중력처럼' 느껴지는 거라죠.) 몇 개월의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복귀해도 들것에 실려 이동하는 광경이 자주 나오는데, 지구보다 훨씬 중력이 덜한 화성에서 만일 정말 거주하다가 지구로 온다면 정말 공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감각이 다 낯설다 못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달에 거주하는 정착민들이 지구와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달 거주자들이 지구로 내려왔을 때 겪는 내용들이 간간이 묘사되던 게 떠오르네요.
오~! 추천해 주신 책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명성만 들었지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는 못해서요. ^^ 사실 제가 아는 분 중에 스페이스 X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우주?에 갔다 오신 분이 있는데,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어요. 전 그게 우주 방사능 때문이 아닌가...하고 추측했는데, 치료가 잘 되었길 바랄 뿐이에요. 엄청 똑똑한데다 노력파였던 분이라 제발 잘 치료되셨기를 바랍니다~ 전 우주가 무써워용~
내가 눈을 뜨자 사람들이 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고 나는 다시 기절했다. 두 번째로 깨어났을 때는 병원 침대 위였다. 나는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느낌을 받으며 똑바로 누워 있었다. 온몸이 무거웠고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병이 난 것은 아니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p.341,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대표작. '달 세계가 지구에 대해 일으킨 독립 혁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인 1966년 인류의 달 진출 모습과 우주 시대의 사회상을 정교하게 예측하여 유명해졌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작업중이다.
나는 높은 중력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휠체어에 앉아 이동할 만은 했으며,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약간 걸을 수도 있었다. 나는 목이 아팠다. 폐렴으로 악화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약 덕분이었다. 그리고 배탈이 나고, 손에 피부병이 생겼는데 발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예전에 질병 구덩이인 지구에 왔을 때와 똑같은 셈이었다. 우리 달 세계인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고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해충으로부터 완벽히 격리된 구역에 살고 있다. 약간 있다고 해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진공 처리를 하여 통제할 수 있다. 어쩌면 불행한 건지 모른다. 필요한 때에도 거의 면역성이 없기 때문이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p.344~345,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그렇게 될 것이다. 밖으로 나가, 별들을 향해 날아가며, 밤 속에서, 거대하고 끔찍하고 칠흑 같은 옷장 속에서, 누구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성우와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혜성들 속으로 영원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승강기의 통로 아래로, 공허뿐인 악몽의 갱도 아래로.
화성 연대기 p.225~22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들은 한쪽이 태평양, 한쪽이 대서양으로 둘러싸인 북미 대륙을, 미주리주 인디펜던스를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가방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단 하나도 들어가지 못한다.
화성 연대기 p.22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은 미국인이 아닐 거야. 지구인도 아니겠지. 우리는 남은 일생을 화성인으로 지내게 될 거야."
화성 연대기 p.22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지금은 세찬 바람이 그 모든 소리를 깔끔하게 쓸어 가 버린 것 같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창살문은 가죽 경첩에 매달린 채로 힘없이 열려 있었다. 고무 타이어 그네도 고요한 허공에 홀로 매달려 있었다. 강가의 빨래터 바위도 텅 비었고, 덩굴에 달린 수박도 달콤한 즙을 품은 채로 햇볕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거미들은 버려진 오두막에서 거미줄을 뽑기 시작했다. 해진 지붕에서 들어온 먼지가 갓 만든 거미집에 내려앉아 금빛으로 반짝였다. 여기저기 불길이 보였다. 마지막 순간에 서두르느라 잊고 간 불꽃이, 어질러진 오두막의 말라붙은 잔해를 먹어 치우며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주변을 삼키며 타오르는 불길의 나직한 소리가 고요한 대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
화성 연대기 p.251,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을 참 잘 표현한 문장 같아 수집했어요. 글쓰기나 작문에 대한 글들을 보면 주제나 형식에 따라 때론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핵심적으로 간결하고 짧게 요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 완급을 어떻게 조절하여 분위기 전개에 잘 녹여내느냐가 글을 쓰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딱 그런 예시 같달까요. 단순히 조용했다, 적막했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아닌 모든 자연과 건물과 장소마다 활기 대신 침묵이 켜켜이 쌓여가는 모습이 다 담겨있네요. 거미줄과 불길에서 특히 그 느낌이 와 닿았습니다.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아 모처럼만에 거미줄을 마음껏 풀어 헤치는 거미의 모습에 더해 느릿하게 거미줄에 달라붙는 먼지.. 시간이 느껴지는 문장이네요.
화성인이 지은 옛 이름은 물과 공기와 언덕의 이름이었다. 남쪽의 석조 운하를 비우고 말라붙은 바다를 채워 준 눈송이의 이름이었다. 봉인되고 파묻힌 수많은 마법사와 탑과 거석의 이름이었다.
화성 연대기 p.26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척박하고 생명을 품을 수 없는 죽은 대지지요. 이런 땅을 만드느라 제법 애썼습니다. 모든 생명을 죽였지요. DDT를 1만 톤이나 퍼부었습니다. 뱀 한 마리, 개구리 한 마리, 화성파리 한 마리 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황혼인 땅입니다, 스텐달 씨."
화성 연대기 p.26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 어떤 대상이라도 두려워하는 소수의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오. 그리고 다수를 차지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은 어둠을, 미래를, 과거를, 현재를, 자기 자신과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화성 연대기 p.26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렇소! 저들은 모든 인간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소. 이 땅의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이오."
화성 연대기 p.26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래, 당신네 윤리사조국 사람들도 마침내 화성에 도착한 모양이지? 당신네가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해하던 참이라오." "지난주에 도착했지. 머지않아 이곳도 지구처럼 정결하고 깔끔하게 만들 생각이야."
화성 연대기 p.270,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렇게 될 것이다. 밖으로 나가, 별들을 향해 날아가며, 밤 속에서, 거대하고 끔찍하고 칠흑 같은 옷장 속에서, 누구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성우와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혜성들 속으로 영원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승강기의 통로 아래로. 공허뿐인 악몽의 갱도 아래로.
화성 연대기 p.225~22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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