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7.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D-29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뇌가 지구상에 있을 때보다 살짝 부풀고 이로 인해 후각이나 미각 인식이 떨어져서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덜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각종 소스를 뿌려먹기도 하고요. (사실 우주정거장은 진짜로 무중력인게 아니라 단지 정거장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원심력이 중력과 상쇄되어 '무중력처럼' 느껴지는 거라죠.) 몇 개월의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복귀해도 들것에 실려 이동하는 광경이 자주 나오는데, 지구보다 훨씬 중력이 덜한 화성에서 만일 정말 거주하다가 지구로 온다면 정말 공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감각이 다 낯설다 못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달에 거주하는 정착민들이 지구와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달 거주자들이 지구로 내려왔을 때 겪는 내용들이 간간이 묘사되던 게 떠오르네요.
오~! 추천해 주신 책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명성만 들었지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는 못해서요. ^^ 사실 제가 아는 분 중에 스페이스 X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우주?에 갔다 오신 분이 있는데,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어요. 전 그게 우주 방사능 때문이 아닌가...하고 추측했는데, 치료가 잘 되었길 바랄 뿐이에요. 엄청 똑똑한데다 노력파였던 분이라 제발 잘 치료되셨기를 바랍니다~ 전 우주가 무써워용~
내가 눈을 뜨자 사람들이 내 위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고 나는 다시 기절했다. 두 번째로 깨어났을 때는 병원 침대 위였다. 나는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느낌을 받으며 똑바로 누워 있었다. 온몸이 무거웠고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병이 난 것은 아니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p.341,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대표작. '달 세계가 지구에 대해 일으킨 독립 혁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인 1966년 인류의 달 진출 모습과 우주 시대의 사회상을 정교하게 예측하여 유명해졌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작업중이다.
나는 높은 중력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휠체어에 앉아 이동할 만은 했으며,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약간 걸을 수도 있었다. 나는 목이 아팠다. 폐렴으로 악화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약 덕분이었다. 그리고 배탈이 나고, 손에 피부병이 생겼는데 발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예전에 질병 구덩이인 지구에 왔을 때와 똑같은 셈이었다. 우리 달 세계인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고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해충으로부터 완벽히 격리된 구역에 살고 있다. 약간 있다고 해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진공 처리를 하여 통제할 수 있다. 어쩌면 불행한 건지 모른다. 필요한 때에도 거의 면역성이 없기 때문이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p.344~345,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그렇게 될 것이다. 밖으로 나가, 별들을 향해 날아가며, 밤 속에서, 거대하고 끔찍하고 칠흑 같은 옷장 속에서, 누구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성우와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혜성들 속으로 영원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승강기의 통로 아래로, 공허뿐인 악몽의 갱도 아래로.
화성 연대기 p.225~22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들은 한쪽이 태평양, 한쪽이 대서양으로 둘러싸인 북미 대륙을, 미주리주 인디펜던스를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가방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단 하나도 들어가지 못한다.
화성 연대기 p.22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은 미국인이 아닐 거야. 지구인도 아니겠지. 우리는 남은 일생을 화성인으로 지내게 될 거야."
화성 연대기 p.22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지금은 세찬 바람이 그 모든 소리를 깔끔하게 쓸어 가 버린 것 같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창살문은 가죽 경첩에 매달린 채로 힘없이 열려 있었다. 고무 타이어 그네도 고요한 허공에 홀로 매달려 있었다. 강가의 빨래터 바위도 텅 비었고, 덩굴에 달린 수박도 달콤한 즙을 품은 채로 햇볕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거미들은 버려진 오두막에서 거미줄을 뽑기 시작했다. 해진 지붕에서 들어온 먼지가 갓 만든 거미집에 내려앉아 금빛으로 반짝였다. 여기저기 불길이 보였다. 마지막 순간에 서두르느라 잊고 간 불꽃이, 어질러진 오두막의 말라붙은 잔해를 먹어 치우며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주변을 삼키며 타오르는 불길의 나직한 소리가 고요한 대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
화성 연대기 p.251,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을 참 잘 표현한 문장 같아 수집했어요. 글쓰기나 작문에 대한 글들을 보면 주제나 형식에 따라 때론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핵심적으로 간결하고 짧게 요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 완급을 어떻게 조절하여 분위기 전개에 잘 녹여내느냐가 글을 쓰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딱 그런 예시 같달까요. 단순히 조용했다, 적막했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아닌 모든 자연과 건물과 장소마다 활기 대신 침묵이 켜켜이 쌓여가는 모습이 다 담겨있네요. 거미줄과 불길에서 특히 그 느낌이 와 닿았습니다.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아 모처럼만에 거미줄을 마음껏 풀어 헤치는 거미의 모습에 더해 느릿하게 거미줄에 달라붙는 먼지.. 시간이 느껴지는 문장이네요.
화성인이 지은 옛 이름은 물과 공기와 언덕의 이름이었다. 남쪽의 석조 운하를 비우고 말라붙은 바다를 채워 준 눈송이의 이름이었다. 봉인되고 파묻힌 수많은 마법사와 탑과 거석의 이름이었다.
화성 연대기 p.26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척박하고 생명을 품을 수 없는 죽은 대지지요. 이런 땅을 만드느라 제법 애썼습니다. 모든 생명을 죽였지요. DDT를 1만 톤이나 퍼부었습니다. 뱀 한 마리, 개구리 한 마리, 화성파리 한 마리 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황혼인 땅입니다, 스텐달 씨."
화성 연대기 p.26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 어떤 대상이라도 두려워하는 소수의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오. 그리고 다수를 차지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은 어둠을, 미래를, 과거를, 현재를, 자기 자신과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화성 연대기 p.26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렇소! 저들은 모든 인간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소. 이 땅의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이오."
화성 연대기 p.26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래, 당신네 윤리사조국 사람들도 마침내 화성에 도착한 모양이지? 당신네가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해하던 참이라오." "지난주에 도착했지. 머지않아 이곳도 지구처럼 정결하고 깔끔하게 만들 생각이야."
화성 연대기 p.270,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그렇게 될 것이다. 밖으로 나가, 별들을 향해 날아가며, 밤 속에서, 거대하고 끔찍하고 칠흑 같은 옷장 속에서, 누구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성우와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혜성들 속으로 영원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승강기의 통로 아래로. 공허뿐인 악몽의 갱도 아래로.
화성 연대기 p.225~22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대답을 보내고 나자, 그녀는 자신이 뱉은 말을 다시 불러들이고 싶어졌다. 검열하고 재배치해서, 조금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신의 영혼을 보다 충실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말은 행성들 사이를 날아가고 있었다.
화성 연대기 p.2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만약 어떤 우주적인 힘이 그 말에 불빛이 들어오게 한다면, 방울져 불타오르게 한다면, 그녀의 사랑은 열 몇 개의 행성에 빛을 밝히고 밤이 된 쪽의 지구에 때 이른 새벽을 찾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 그 말은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라 우주의 일부가 되었다. 도착할 때까지는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 초속 28만 9,682킬로미터의 속도로 목적지로 날아가고 있었다.
화성 연대기 p.235~23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화성에서 들려온 소리는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는, 언제나 암흑 가운데 해가 떠 있는 밤을 통해 날아왔다. 그리고 화성과 지구 사이의 어디선가 소리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지나가는 유성우로 인한 전자기장에 휩쓸려 버렸든가, 빗발치는 은빛 유성우의 장막에 가려진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사소한 단어, 중요하지 않은 단어들은 전부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단 하나의 단어만을 그녀에게 전달해 주었다. "……사랑……"
화성 연대기 p.23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황야> 부분을 읽을 때 뭔가 등장인물인 재니스와 리어노라도 그렇고 이름과 문장이 익숙하다 싶어 이상하여 브래드버리 작가의 책들을 다시 찾아보니 마침 브래드버리 단편선에 이 장이 들어가 있었네요! 옮긴이도 조호근 님으로 같고요. 화성 연대기는 원래 브래드버리 작가가 단편으로 먼저 내놓았던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편집자의 제안으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연대기로 다시 묶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작가 단편선에도 이 작품이 들어가 있었나 봐요. 같은 내용을 다른 책에서 또 만나는 경험이 뭔가 신기했습니다 :)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스타니스와프 렘과 함께 변방의 문학으로 인식되었던 SF 문학의 위상을 주류 문학의 반열에 올린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열여덟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제 생각에는 다들 짐작은 하면서도 나서서 의문을 던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신의 섭리에는 의문을 품지 않는 법이잖아요. 현실을 가질 수 없으면 꿈으로도 만족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진짜로 살아 돌아온 죽은 이가 아닐지는 몰라도, 어떻게 보면 더 나은 존재일지도 모르니까요. 정신으로 빚어낸 이상적인 모습이니까요."
화성 연대기 p.309,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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