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은 미국인이 아닐 거야. 지구인도 아니겠지. 우리는 남은 일생을 화성인으로 지내게 될 거야."
『화성 연대기』 p.22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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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지금은 세찬 바람이 그 모든 소리를 깔끔하게 쓸어 가 버린 것 같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창살문은 가죽 경첩에 매달린 채로 힘없이 열려 있었다. 고무 타이어 그네도 고요한 허공에 홀로 매달려 있었다. 강가의 빨래터 바위도 텅 비었고, 덩굴에 달린 수박도 달콤한 즙을 품은 채로 햇볕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거미들은 버려진 오두막에서 거미줄을 뽑기 시작했다. 해진 지붕에서 들어온 먼지가 갓 만든 거미집에 내려앉아 금빛으로 반짝였다. 여기저기 불길이 보였다. 마지막 순간에 서두르느라 잊고 간 불꽃이, 어질러진 오두막의 말라붙은 잔해를 먹어 치우며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주변을 삼키며 타오르는 불길의 나직한 소리가 고요한 대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 ”
『화성 연대기』 p.251,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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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을 참 잘 표현한 문장 같아 수집했어요. 글쓰기나 작문에 대한 글들을 보면 주제나 형식에 따라 때론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핵심적으로 간결하고 짧게 요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 완급을 어떻게 조절하여 분위기 전개에 잘 녹여내느냐가 글을 쓰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딱 그런 예시 같달까요.
단순히 조용했다, 적막했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아닌 모든 자연과 건물과 장소마다 활기 대신 침묵이 켜켜이 쌓여가는 모습이 다 담겨있네요. 거미줄과 불길에서 특히 그 느낌이 와 닿았습니다.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아 모처럼만에 거미줄을 마음껏 풀어 헤치는 거미의 모습에 더해 느릿하게 거미줄에 달라붙는 먼지.. 시간이 느껴지는 문장이네요.
은화
“ 화성인이 지은 옛 이름은 물과 공기와 언덕의 이름이었다. 남쪽의 석조 운하를 비우고 말라붙은 바다를 채워 준 눈송이의 이름이었다. 봉인되고 파묻힌 수많은 마법사와 탑과 거석의 이름이었다. ”
『화성 연대기』 p.26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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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척박하고 생명을 품을 수 없는 죽은 대지지요. 이런 땅을 만드느라 제법 애썼습니다. 모든 생명을 죽였지요. DDT를 1만 톤이나 퍼부었습니다. 뱀 한 마리, 개구리 한 마리, 화성파리 한 마리 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황혼인 땅입니다, 스텐달 씨." ”
『화성 연대기』 p.26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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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 어떤 대상이라도 두려워하는 소수의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오. 그리고 다수를 차지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은 어둠을, 미래를, 과거를, 현재를, 자기 자신과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
『화성 연대기』 p.267,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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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그렇소! 저들은 모든 인간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소. 이 땅의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 따라서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이오."
『화성 연대기』 p.26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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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래, 당신네 윤리사조국 사람들도 마침내 화성에 도착한 모양이지? 당신네가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해하던 참이라오."
"지난주에 도착했지. 머지않아 이곳도 지구처럼 정결하고 깔끔하게 만들 생각이야." ”
『화성 연대기』 p.270,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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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렇게 될 것이다. 밖으로 나가, 별들을 향해 날아가며, 밤 속에서, 거대하고 끔찍하고 칠흑 같은 옷장 속에서, 누구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성우와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혜성들 속으로 영원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승강기의 통로 아래로. 공허뿐인 악몽의 갱도 아래로. ”
『화성 연대기』 p.225~226,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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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대답을 보내고 나자, 그녀는 자신이 뱉은 말을 다시 불러들이고 싶어졌다. 검열하고 재배치해서, 조금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신의 영혼을 보다 충실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말은 행성들 사이를 날아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