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나이프

D-29
여자가 병이 없고 튼튼하고 좋은 상태일 때 만나려고 한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은 자기 위주이기 때문이다.
베개에 침과 땀이 묻어 자기 고유의 냄새가 나야 잠이 잘 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 베개잇을 안 빨기고 한다. 자리가 바뀌면 잠이 안 오는 사람은 그걸 싸들고 다니기도 한다. 그게 특히 잃은 자식의 것일 때 부모가 그러는 수가 많다. 슬픈 일이다.
여자들이 주로 남 얘기, 연예인 숨은 사생활 같은 걸 잘 알고 퍼뜨리기 좋아하고, 이런 게 별로 안좋은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얘기하면 한국 여자들은 공격한다. 거의 사실에 가까운 거지만 안 좋다고 봐서 그런지 듣기 싫어한다. 자기들이 듣기 좋아하는 것만 말하라고 한다.
한국 무당이 인기 있는 건, 김건희도 그렇지만 한국 여자들이 그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어 그런 것이다. 교회에 나가면서도 점은 본다.
일본은 불륜이 엄청 흔한 것 같다.
일본인은 체면을 중히 여기는 것 같다.
아침에 커피 타 주는 걸 별로 요즘엔 안 좋아한다. 자기만의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그걸 깨기 때문이다.
대사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밤에 자다가 피가 안 통해 장딴지에 쥐가 잘 난다.
자기 엄마가 젊은 유화 강사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 걸 어린 고등학생 여동생에겐 안 밝히려고 한다.
일본 AV엔 피곤해서 아내를 욕구불만으로 만들어 외간 남자와 관계를 갖고 그걸 못 잊어하는 여자들이 많이도 등장한다.
혼자 남은 부모는 자식들이 재헌하는 게 아니라 실제는 그냥 그 모양 부모로 남길 바란다. 다른 이성을 만나려고 하는 부모는 그걸 감안하고 만나야 한다. 인간은 다 자기 위주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냐, 가족이냐? 사랑을 택하느냐, 가족으로 돌아가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화두(話頭)이기도 하다. 선택하기 어렵다. 사랑이냐? 가족이냐?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중년 부인이 불륜을 저질러 지금까지의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택할 것이냐, 아니면 가족으로 돌아갈 것이냐? 그 당시 자기 판단에 따르면 되는 것 같다. 용단한 쪽으로 용감히 가는 것이다. 사랑과 가족 중 지금 중요하지 않은 건 없지만, 다만 그때 자신의 선택대로 지금 책임져야 하는 건 있다. 내 의견은, 자기 기질 대로 해서 자아를 실현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그게 가족이건, 사랑이건. 가족이냐, 사랑이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통해 자기를 현재 온전히 구현하느냐가 핵심이다. 자기 인생은 자기 것이고, 그 책임도 온전히 자기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관념은 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자기 삶에 대한 후회가 더 이상 없게. 우리나라는 가족이 대세(大勢)를 이루고 있다. 가족 이데올로기의 힘이 대단하다. 뭐든 가족으로 향하고 있다. 기승전 가족으로 결국 귀결(歸結)된다. 왜냐면 그걸 다수가 원하고 욕을 가장 덜 먹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은 여배우 김민희와 사랑을 택했지만,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한국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유는, 한국은 가족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에선 대개 사랑이 이긴다. 가족은 흔한 것이니까 그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덜하다. 너무 흔한 건 일일 드라마에서나 먹히지 예술 작품에선 그렇지 않다. 아마 사랑이 더 가족보다 인류 보편적이기 때문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논란에서 벗어나 시간이 흐르면 아마도 사랑을 택한 게 예술 부문에서 더 알아줄 것이다. 큰 흐름에 감히 반기를 드는 게 더 힘들고 인간으로서 더 알아주기 때문이다. 주류에 대들고 새로운 걸 개척하는 것을 더 쳐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예술 작품 같은 것보다 가족을 더 중히 여긴다.”라고 생각하면, 홍상수를 욕하고 자기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안주하면 된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적 평가를 떠나 자기가 그때 하고 싶은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야 최종적으로 후회를 덜 한다. 그게 자기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면, 더욱. 그 판단 기준은 오로지 자기 구현이다. 나는 내 인생 살고, 남은 또 각자 좋을 대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각자의 인생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 자기를 구현했든 못 했든, 인생에서 그의 길 자체는 감히 평가되어선 안 된다. 사랑과 가족 ● 가족으로 돌아가면 예술적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지지할 것이다. 그건 자기도 가족을 택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사랑을 택하면 시대적 저항은 받겠지만, 예술적인 평가는-논란이 사그라지면-제대로 받을 것이다. 그런 게 더 영화 소재(素材)거리로 더 높게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주류에 반하고 더 혁신적이기 때문이다. ● 그때 가족과 사랑 중, 어느 게 더 자기를 실현하는지 판단해 용감하게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게 자기 인생에서 더 나은 판단 같기는 하다. 자기 인생은, 남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가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인생이라면, 각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값을 매길 수 없다.
틀릴 수도 있지만 지금 내 판단으로 확실하게 구분하는 걸, 명료하게 분별하는 걸 나는 좋아한다.
직장 생활에서 자기가 맘대로 한 사람은 생각 나 나중에 퇴직해서도 만나려고 한다. 그런데 당한 사람은 상처만 생각 나 그를 다시는 대갠 안 보려고 한다. 그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 마음은 정반대일 수 있다.
안 그런 척하지만 실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난 밝히는 글에 흥미가 있어 계속 그런 글을 멈춤없이 쓸 것 같다. 인간의 실상을 밝히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정리되어 있으면 그 어떤 주제도 막힘없이 필설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면 작가의 단 한 줄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잇다. 글도 솔직히 빈익빈부익부이다.
일에 빠져 거기서 최대 행복을 맛보며 인생을 보내는 좋을 것이다. 자기만 원한다면. 누구나 평가는 못한다. 사는 모습은 다 다르니까.
사람 마음은 같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직장 생활에서 자기가 주도해서 맘대로 한 사람은 생각이 나서 나중에 퇴직해서도 그를 다시 만났으면 한다. 그런데 당한 사람은 상처만 생각 나서 그를 다시는 대갠 안 보려고 한다. 그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 마음은 정반대일 수 있다. 한 사람은 좋은 인상으로, 한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은 안 보는 게 나은 인간으로. 아마 인간 감정 총량은 같은데, 누군 80%를, 누군 20%만 차지해 그런 것 같다.
안개 흐릿한 안개. 사물을 베일(Veil) 속에 넣는다. 미망(迷妄) 속에 나를 가둔다. 인생 항로(航路) 같기도 하고 사람 마음 같기도 하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안개, 인생이어서 답답하고 불안하다. 거기서 벗어나거나 안개를 걷어내 그 실체를 보고 싶다. 그러나 실체는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흐릿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그곳을 벗어나 뭔가 명료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런 작업이 활력을 준다. 현실에서 이상으로 옮기려는 노력이다. 안개는 곧 걷힐 거라는 기다림과 현실의 간난(艱難)으로부터 언젠가는 벗어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모호한 것을 더 좋아한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다. 너무 적나라한 건 싫다. 다 보여 뻔한 천하(天下)는 지루하고 질린다. 물도 안개처럼 흐릿해야 숨을 곳도 있고 물고기도 사는 법이다. 물풀 그늘과 탁(濁)함이 물고기를 안심시킨다. 그래야 맑은 양지로 나올 용기도 생긴다. 누가 오면 안 보이는 곳으로 다시 사라질 수 있어서다. 안개 속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하고 인생은 닮은 것 같다. 알 듯하면서도 다시 저 멀리 도망가는 게 인생이다. 안개도 걷히는 듯하다가 순식간에 다시 몰려오기도 한다. 자기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외로워 남과 어울리려 밖으로 오랜만에 외출한다. 뭔가 설레, 발걸음이 가볍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모를 것 같으면서도 아는 그런 모습이, 안개(Mist)와 인생(Life)을 닮은 꼴로 만든다. 신비롭고 아름답다. 1967년 발표한 정훈희의 「안개」를 다시 듣는다. 안개 ● 안개는 인생을 닮아 흐릿하다. ● 우린 그 모호함에도 그게 곧 걷힐 희망을 품고 산다. 활기가 돈다. ●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개와 인생은, 그 자체가 아름답고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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