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나이프

D-29
어떤 일이 일어나고 둘이 얼굴을 마주 보는 건 그 일어난 사실을 알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까와 굳이 말 안 하고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하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소설에 아직도 가정에서 휴대폰이 아닌 전화기를 사용하고 팩스를 사용하고 도장을 사용한다. 잔엔 일본이 CD 등 먼저 개발했는데 왜 지금은 아날로그를 고수할까? 알 수 없는 나라다. 이 나라는 우선 실패를 줄이는 것부터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단 내수가 한국보다 단단한 것도 그 이유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와 생활 패턴이 비슷하고 추구하는 가치, 즉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훨씬 선호한다.
열차 사이에 발이 빠지는 사람은 대개 여자들이다. 늙은 여자가 아닌 젊은 여자들도 그런다. 왜 이렇게 여자들은 힘이 약한 걸까. 원래 그런가, 그런 척하는 건가. 힘이 장사인 남자들은 이해가 안 간다. 왜 열차 틈에 발이 빠지나?
교제 살인 교제 살인에서 사랑한다며 여자를 죽이고 자기도 자살해 같이 죽는다. 다른 남자에게 가거나 전 같지 않게 이젠 나를 외면하는 여자를 보느니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사랑해 죽음도 같이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헤어지느니 죽음으로 영원히 같이 있자는 것이다. 그런 것도 있지만, 감히 나를 싫다고, 한 여자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자기를 무시하고 그런 모욕을 받으면서까지 살 수 없어 죽이는 걸 택한 것이다. 한때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이젠 나를 속이고 배신해 다른 남자를 좋아하다니,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그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식음을 전폐(全廢)한다. 질투심이 발동하고 자기를 모욕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마치 자기를 갖고 놀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년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라는 결심이다.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진짜는 사랑이 아니라 자기만 너무 생각한 나머지 일어난 일이다. 남은 자기 맘대로 안 되는 것이고, 인간의 마음은 반드시 변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다가가면 도망가는 게 인간이다. 즉,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너무 바라며 집착하면 될 것도 안 된다. 그냥 놓아버려야 바라던 게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아예 거기서 이제 발을 떼고 자기 할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그건 하나의 나를 스쳐 지나간 이야기, 한 조각 기억일 수밖에 없다. 더 살아봐야 한다. 그래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 인생 요소의 느낌을 기록하는 재미로 사는 것이다. 사랑도, 죽일 만큼 힘든 사랑도 지나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남은 내 맘 같지 않고 그는 다른 마음을 갖고 있다. 그게 일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원래 한쪽만 더 좋아하는 게 정상이다. 내가 좀 더 좋아한 경우라고 치고 하나의 내 삶의 한 조각, 아끼는 에피소드로 여기고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여자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남녀관계만 특별한 것도 아니다. 다른 인간관계하고 같다. 친구 간에도 좋아했다가 싫어지는 경우도 있고, 처음엔 별로였으나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내 가슴 한구석에 영원히 자리하고 있어 그걸 그리워하며 사는 것도 인생의 쏠쏠한 재미일 수 있다. 보다, 너그럽고 넉넉한 따스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내 마음이 중요하듯이 상대의 마음도 알아주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더 살아봐야 안다. 광란(狂亂)과 질풍노도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실은 이런 건 한때고 잔잔한 일상이 인생의 대부분이다. 남에게 무시 받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며 사는 것이다. 시간과 관조(觀照)와 기록과 그것에 대한 의미 성찰이 한때의 요란한 사랑을 잠잠하게 잠재울 것이다. “내게, 그런 사랑도 있었노라.” 「메밀꽃 필 무렵」허생원의 사랑처럼, 제천 장날, 제천역전에 즐비한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며 한때나마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안주 삼아 상대에게 들려주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는 것이다. 허생원은 그 사랑을 마음 한구석에만 간직하고 체념하며 살았지만, 봉평장으로 향하던 동이가 혹시 그 사랑의 결실이 아닌가, 하는 복선(伏線)과 함께 봉평 들판의 메밀밭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미스터리는 너무 반전을 넣으려고 하니까 이야기가 현실성이 없고 부자연스러운 면도 많게 된다.
일부일처제 일부일처제는 남자들이 만든 것일 수 있다. 남자는 자식이 자기 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믿지만, 여자는 자기 뱃속으로 나았으니 확실히 자기 자식임을 안다. 여자가 남자를 많이 거느리면 남자 입장에선, 누구 자식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그나마 그걸 못 하게 하려고 한 남자만으로 살라고 만든 것 같다. 그걸 지키려고 그걸 어기면 여자에게 조리돌림을 시키고 마녀사냥을 한 것이다. 뭐든 다 이유가 있다.
여자는 사랑으로 살고 그리고 돈과 명예로 산다. 현실적인 이유로 그냥 산다.
안 좋은 소식은 남의 안줏거리 입방아에 오르기만 한다. 그런 할일 없는 인간들에게 왜 그런 기회를 주나?
나는 내가 쓴 글에 달린 댓글을 아예 안 본다. 좋은 것이건 안 좋은 것이건 안 본다. 그것에 구애 없이 나는 내 글만 쓸 뿐이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남에게 가해를 저지르는 것을 정당화하는 인간들이 많다. 초강대국 미국도 그러니 모든 인간이 다 그러는 것이다.
미국인 실용주의(Pragmatism)을 내세운 것은 그들은 무슨 신념이 그래 그런 것은 아니고 솔직히 이국 땅으로 처음 와서 뭔가 내세울 게 없어, 전통이랄 게 없어 그런 것뿐이다. 다 나중에 자기가 한 것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명분을 쌓는 것에 불과하다.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게 인간의 한계다.
요즘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아이스가 왜 아니냐고? 난 원래 책을 잘 읽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거리고, 맛도 제대로 모른다고.
남 의식 말고 마음을 글로 옮겨라 글을 쓸 때 남에게 발표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선 마구 써라. 그럼 더 잘 쓸 수 있다. 그중에서 발표할 것만 좀 다듬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쓰면 글을 많이 쓸 수 있다.
누구나 다 피해자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고, 이유 없는 무덤 없다고 누구나가 다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죄를 저질렀냐고 하면 누구나 다 변명한다. 사실 그의 말대로 그래서 그럴 것이다. 순수한 가해자는 없다. 자신이 이런 면에서 피해를 봐서 자기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사명이나 의무라고까지 말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며 정당성을 갖는 것도 나치 아우슈비츠에서의 피해의식이 있어 언제나 뻔뻔한 것이다. 그러나 가자지구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는 것도 미국이 지금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아니, 일을 저질러놓고 그 명분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한 개인이나 나라나 다 자기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것이다. 일본은 조선 침략자가 아니라 연합국에게 원폭 피해를 입은 패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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