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인생]

D-29
2025년 한국 여행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책입니다. 이 책에 감명 받은 친구가 주변인들과 이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은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제게 읽어보라 선물한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한 제 생각을 그믐에 적어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주변 환경이 집중을 오래 할 수 있지 않아 장편소설 잘 읽지 않는데.... 시작합니다.
"[인생]이라는 책 읽어 봤어? 중국 작가가 쓴 책인데 말이야. 그 책 읽고 내가 너무 감명을 받았잖아.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랑 이 책 얘기를 하고 싶은데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다." "그래? 궁금하네...." "잘 됐다. 너한테 줄테니까 읽고 나랑 얘기 좀 하자." "여보세요,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나흘 후에 캐나다로 돌아가거덩요. 어쩌라구요." "음.... 뭐, 아무튼 읽어. 내년에 돌아오면 그때 얘기하자." 친구에겐 엔간히 감동스럽고 근사한 책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귀국 하루 전에 지하철 입구에서 만나 다른 책 두 권과 함께 건네 받았습니다. 친구가 소설을 별로 즐겨라 읽는 성향이 아니라 지레짐작 에세이집이겠거니 했는데, 돌아와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소설입니다. 그것도 장-편 소설말입니다. 전체 분량이 289 쪽이니 하루에 열 쪽씩 읽어도 되겠습니다. 우선 작가를 살펴 보면, 위화 라는 중국인입니다. 23살에 첫소설을 발표하며 차츰 '중국 제3세대 문학의 기수로 우뚝 섰'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제3세대 문학이란 이전 문학에서 보이던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여러 기법(초현실주의, 환상주의 등)과 문체를 사용해 현실 사회를 비판하거나 사회 속 개인의 내면적 문제에 대한 탐구를 지향한 문학을 말합니다. 중국에서 제3세대 문학의 3대 기수는 위화, 옌롄커, 쑨웨이즈라고 합니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작가의 서문이 네 개라는 것입니다. 첫 출간이던 1993년부터 한국어판이 출간된 1996년, 한국어 개정판이 나온 2007년, 그리고 새로운 한국어 개정판이 출간된 2023년에 씌여진 서문입니다. 서문만 12쪽이라 오늘은 이것만 정리하려 하는데, 귀하디 귀한 문장들 뿐이라 맘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는 게.... 서문의 대부분 문장들이 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닿은 문장 몇 개만 옮겨 적습니다. - .....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익숙한 것이 가장 좋은 거라 느끼곤 한다. 익숙함이란 자신의 습관과 생각에 따라 진행되고, 익숙지 않은 것은 자신의 생각과 습관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9일) -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2007년 5월 5일) >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이보다 더 멋지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 이 작품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 活着(Huózhe)'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1996년 10월 17일) - 성공하지 못한 작가들도 현실을 묘사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들의 붓끝에서 나오는 현실이 폭로하는 것은 단지 하나의 환경, 즉 단단히 굳거나 죽어버린 현실일 뿐이다. 그들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살아갈지를 제대로 볼 줄 모른다..... ...... 이런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실제를 묘사할 뿐, 현실을 묘사하는 작품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 달리 표현하면, 성공하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은 취재를 끝낸 기사거리일 뿐 '현실을 묘사한 작품'이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 작가의 사명은 발설이나 고발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1993년 7월 27일) > 기자와 작가의 차이점을 아주 명확하게 알려주는 문장입니다. 기자의 역할은 순간을 기술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작가의 역할은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까지도 세련되고 우아한 방법으로 서술하는 것입니다. 한 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왜 노벨상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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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조영주 소설·윤남윤 그림 『조선 궁궐 일본 요괴』(공출판사)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공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
[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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