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D-29
역사상 여자 천재가 극히 적은 이유는 사회가 여자들에게 자기를 표현할 수단 일체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여자로 태어나는 모든 천재는 공공의 행복을 위해 사라진다. 우연히 능력을 발휘할 수단이 주어진 순간, 여자들이 가장 어려운 재능에 도달하는 것을 보라.” 여자들에게 최악의 핸디캡은 그녀들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이다. 억압자는 언제나 피억압자를 쓸모없는 존재로 약화하는 데 몰두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고의적이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구체적인 현실에서 여자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자들에 관해 만들어진 각각의 신화는 여자 전체를 요약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모두 저마다 유일하다고 자처한다. 그 결과 양립 불가능한 다수의 신화가 존재하고, 여성성이라는 관념의 기이한 모순 앞에서 남자들은 망연자실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이것은 신비라는 것이 어느 하나의 특정한 성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황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대다수 여자에게 초월의 길이 막혀 있다. 즉, 그녀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그녀들은 자기들이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데, 이것은 스스로 나는 무엇이냐고 묻게 한다. 그것은 헛된 질문이다. 만일 남자가 여자의 이 비밀스러운 본질을 밝혀내는 데 실패한다면 그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결국,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바깥에 놓여 있는 여자는 이 세계를 통해서 자기를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여자의 신비란 속이 텅 비어 있을 뿐이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게다가 여자는 모든 피억압자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객관적인 모습을 단호하게 숨기는 일도 있다. 노예, 하인, 토착민은 모두 주인의 변덕에 좌우되기 때문에 변함없는 미소나 수수께끼 같은 무감동으로 주인을 대하는 것을 배웠다. 그들은 자기들의 진정한 감정과 행동을 표 나지 않게 숨긴다. 여자에게도 청소년기부터 남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계략을 쓰도록 가르친다. 여자는 남자들을 언제나 가면으로 대한다. 여자는 용의주도하고 위선자이며 배우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이제 2권입니다. 아주 조금 속도가 붙는 거 같네요.
네, 저도 그런 기분?입니다. 전자책과 도서관에서 대출한 종이책을 병행하면서 읽다가... 결국에 중고책을 구입하고 도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생물학적·심리적·경제적 운명도 사회 속에서 인간의 암컷이 띠고 있는 모습을 규정하지 않는다. 문명 전체가 남자와 거세된 남자의 중간 산물을 공들여 만들어 내어, 그것에다 여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직 타인의 개입만이 한 개인을 타자로 구성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성적으로 구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그 유명한 문장이 2권 1장에 나오네요.
책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벽돌에 여성을 동일선상이 아닌 타자로 보았을 때는 양가감정이 있습니다. 자연을 바라볼 때 미묘한 차이가 나는 보존과 보전이 처럼... 여자의 과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여자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여자의 몫이기 때뮤이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유달리 눈에 띄는 활동을 할 때 이중으로 부러워한다. 여자아이들은 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힘을 확립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갖는 동시에 자신들에게 강요된 열등한 상황에 대해 항의한다. 그녀들은 특히 나무, 사다리, 지붕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에 몹시 분해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아들러는 많은 영웅 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공간적 상승 관념은 정신적 우월성을 내포하므로 높은 것과 낮은 것의 개념이 커다란 중요성을 가진다고 지적한다. 나무나 바위 꼭대기 혹은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것은 주어진 세계를 넘어 절대적 주체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흔한 도전의 핑계거리다. 이런 위업이 금지된 여자아이는 나무나 바위의 발치에 앉아서 자기 머리 위에서 의기양양해 하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정신적·신체적으로 열등하게 느낀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여자아이는 자기 몸의 어떤 부분에서도 자신을 소외시킬 수 없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여자아이에게는 그 곁에서 제2의 자아 역할을 하도록 외부의 물체인 인형 하나를 손에 쥐여 준다.(...) 인형이 한편으로 그 전체로서 신체를 나타내고, 다른 한편으로 수동적 물체라는 것이다. 이제 여자아이는 인형에게 자기 인격을 송두리째 투영하고, 투영된 자기 인격 전체를 자력을 움직일 수 없는 비활성체로 간주하도록 격려된다. (...) 여자아이는 자신이 치장되고 소중히 여겨지기를 꿈꾸는 것과 같이 인형을 꾸미고 애지중지한다. 역으로 여아는 자기 자신을 신비로운 인형처럼 생각한다. 칭찬과 꾸중을 통해, 이미지와 말을 통해 여아는 '예쁜'과 '미운'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발견한다. 조만간 여아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그처럼 예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한 폭의 그림을 닮으려고 애쓰며 분장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동화 속의 공주와 요정에 자기를 비교한다.
제2의 성 401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어머니에게 딸은 자기 분신인 동시에 타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딸을 격렬하게 사랑하는 동시에 딸에게 적대적이다. 그녀는 아이에게 자신의 운명을 강요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여성성을 자랑스럽게 강력히 주장하는 방식이면서 그에 대해 복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제2의 성 404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앤 색스턴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 』에는 번역가 정은귀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모녀 관계와 제2의 자아 역할을 '인형'에 투영시킨 것, 그리고 앞서 읽어 왔던 내용을 떠오르게 하는 詩가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해설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위의 책, 184면)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정서적인 안정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세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부모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머니는 그 꿈을 어린 앤에게 투사하며 질투와 비난을 일삼으면서, 앤은 모성 부재와 사랑이 아닌 '실수'로 태어난 아이라는 결핍된 정체성에 시달립니다. <그 시절>에 보면, "여섯살 나이에/ 나는 인형으로 가득 찬 무덤에서 살았어" 라는 어린 시절 고통과 수치에 대한 회상이 "내 인생이 결국엔 내 어머니의 인생을 트럭처럼/ 치고 지나가리란 것을 알지 못했어"라는 말로 아픈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으로 이어집니다. 미국 시인으로 실비아 플라스와 더불어 여성의 이야기를 대범하게 그린 작가입니다.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목차를 보면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의 말들이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 날>, <가정주부>, <남자와 아내>, <그 시절>, <두 아들>, <마흔의 월경>, <젖가슴>, <많은 심장을 가진 남자의 심문>, <내 z자궁을 찬미하여>, <아내에게 돌아가는 내 사랑에게>, <엄마와 딸>, <아내를 때리는 남자>, <타자>, <아이 가진 여자> 등. 그 외의 제목들도 그렇습니다. 시집 제목은 <그런 여자 과(科)> 속 문장입니다. "나는 홀린 마녀, 밖으로 싸돌아다녔지./ 검은 대기에 춤몰하고, 밤엔 더 용감하지."(23면) 원래 제목은 '앤 섹스턴 시집'인데 다소 도발적인 번역본 제목으로 번역가는 미국 출판사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19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합니다. 산후 우울증으로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살충동을 안고 살아갑니다. 결국 마흔 여섯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실비아 플라스가 그랬듯이요. <실비아의 죽음>이라는 시편도 있습니다. 결혼 생활도 행복하지 않았고, 남편은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아내를 때리는 남자>에서는 “아내를 때리는 남자가 나갔어요,/ 아이를 때리는 남자가 나갔어요,/ 흙을 먹으며 컵에서 총알을 마시며./(...) 면도날 같은 혀로 그는 키스하겠지요,/ 엄마와 아이에게/” . . 앤 색스턴(1928~1974)은 보부아르(1908-1986)가『제2의 성』을 1949년에 출간했을 때, 20대 초반으로 '여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은 유일한 것이 아니다. 이는 미국의 흑인들이 경험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들은 한 문명에 부분적으로 통합되어 있지만, 이 문명에서 열등한 계급으로 여겨지고 있다. 빅 토머스가 인생의 여명기에 그토록 많은 원한을 품은 것은 그의 피부색에 새겨져 있는 이 결정적인 열등함, 저주받은 타성他性때문이다. 그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지만, 흑인이기 때문에 자기에게는 하늘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여자아이는 바다와 남북극, 수많은 모험과 기쁨이 여자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금지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그녀는 운이 없는 쪽에 태어난 것이다. 여자와 흑인의 커다란 차이는, 흑인들은 반항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감내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특권도 그 혹독한 상황을 보상하지 않는다. 반면에 여자는 남자와의 공모를 권유받는다. 내가 이미 환기했던 바와 같이, 존재자에게는 절대적 자유이고자 하는 주체의 진정한 요구와 더불어 자기 포기와 도피라는 비본래적 욕망이 들어 있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동료보다 더 높이 기어오르고 상대의 팔을 휘게 하려는 것은 온 세상에 자기의 주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소녀에게는 이런 정복 행위와 특히 폭력이 허용되지 않는다. 확실히 어른들 세계에서 폭력은 평상시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폭력은 어른들 세계를 떠나지 않는다. 남성의 많은 행위가 있을 수 있는 폭력을 배경으로 하여 일어난다. 거리 모퉁이마다 다툼이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그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남자는 자기를 주장하려는 의지에서 주먹으로 자기 주권의 확립을 충분히 느낀다. 남자는 모든 모욕과 자기를 객체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상대를 때리거나, 상대방의 구타에 몸을 내맡길 수 있다. 그는 자기를 타인이 초월하게 놔두지 않으며 자기 주체성의 한가운데서 되찾는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폭력은 각자가 자기 자신에, 자기 열정과 자기 자신의 의지에 찬동하는 진정한 판단 기준이다. 폭력을 근본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은 스스로 일체의 객관적 진실을 거부하는 것이며, 추상적 주체성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근육을 통하지 않는 분노나 반항은 상상에 그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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