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D-29
자기 심장의 움직임을 지구 표면에 새길 수 없다는 것은 지독한 좌절이다.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이 백인들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수께끼 같은 ‘흑인 영혼’을 해명할 열쇠는 바로 이 금지령이다. 백인 세계에서 흑인이 자기를 느끼는 방법,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하는 행동, 찾고 있는 보상,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방식은 그가 처한 수동성에서 설명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선머슴 같은 말괄량이’는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때로 심한 환멸을 느끼게 되어 곧바로 동성애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독립심과 난폭함 속에서 구하던 것은 세계를 소유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의 여성성의 힘과 모성의 경험, 그리고 자기 운명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일반적으로 젊은 처녀는 일정한 저항을 통해 자기의 여성성에 동의한다. 그녀는 이미 유년 시절의 애교 단계에서, 아버지 앞에서, 자기의 에로틱한 몽상 속에서 수동성의 매력을 알아 왔다. 그리고 그것의 위력을 발견한다. 자기의 몸이 일으키는 수치심에 조만간 허영심이 뒤섞인다.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 손, 그녀를 흥분하게 한 그 눈길, 그것은 애원이며 간청이었다. 그녀의 몸은 마법적인 덕목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보물이며 무기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서 긍지를 느낀다. 자주적 유년기 동안에 종종 사라졌던 그녀의 교태가 되살아난다. 그녀는 화장하고 머리도 매만지기 시작한다. 유방을 감추는 대신에 크게 만들기 위해 마사지를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 법을 연구한다. 마음의 동요와 유혹은 아주 밀접한 관계여서 에로틱한 감수성이 깨어 있지 않는 한, 주체 안에서 타인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어떤 욕망도 찾아볼 수 없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젊은 처녀에게 에로틱한 초월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기를 먹이로 삼는 것이다. 그녀는 하나의 객체가 되어 자기를 객체로 파악한다. 그녀는 자기 존재의 이 새로운 면을 뜻하지 않게 발견한다. 자기가 둘로 나뉜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자신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대신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기 시작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제2의 성> 3주차 ■■■■ ●함께 읽기 기간: 9월 15일(월) ~ 9월 21일(일) 안녕하세요, 그믐 클럽지기입니다! 스토리가 없는 책이다 보니 읽기 어려운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2주가 더 남아있으니, 더운 날씨 속에서도 포기하지 마시고 꿋꿋하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주 우리는 2부 '체험'의 초기 챕터를 읽으며 여성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번 주에는 사랑, 결혼, 그리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보부아르의 날카로운 통찰이 우리 삶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3-1. 어떤 점이 인상 깊으셨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들려 주세요. 책 내용과 상관은 없지만 연관되어 떠오른 다른 생각들도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2.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어주세요.(댓글창 아래 있는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주부의 일만큼 시지프스의 형벌을 닮은 것도 별로 없다. 날이면 날마다 그릇을 씻고 가구의 먼지를 털고 속옷을 기워야 한다. 이런 것들은 내일이면 다시 더러워지고 먼지가 앉을 것이며 헤져 버릴 것이다. 주부는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느라 지쳐 버린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가난한 가정의 어머니는 온종일 무질서한 노동에 힘을 소모한다. 이에 반해 일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부르주아 여성은 거의 한가하다. 이런 여가의 대가는 무료함이다. 많은 부르주아 여성은 무료하므로 자기들의 의무를 무한정 복잡하게 만들고 그 양을 늘린다. 그 결과 숙련 노동보다 더 과도한 것이 되어 버린다. 신경쇠약에 걸렸던 한 여자 친구가 말하기를, 자기가 건강했을 때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살림했고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일도 할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신경쇠약증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집안일에만 매달렸으나 온종일 꼬박 일해도 완전히 끝마치기가 힘들다고 했다. 가장 서글픈 것은 이런 노동이 지속적인 창조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 거기에 더 많은 정성을 쏟기 때문에 – 자기 일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고 싶어 한다.
즉, 가사노동은 주부를 해방하기는커녕 남편과 아이들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그녀는 그들을 통해 자기를 정당화한다. 그녀는 그들의 인생에서 비본질적 매개자에 불과하다. 민법이 아내의 의무에서 ‘복종’을 지워 버렸다고 해도 그녀의 처지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아내의 처지는 부부의 의지가 아닌 부부 공동체의 구조에 기초한다.
가사노동은 여성 혼자만의 만족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가족 구성원의 인정이 있어야 하고 또 이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매번같은 상황에 놓여진다 이때문에 가사노동만을 하는 여성들은 공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 싶다(난 가사노동 후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는것을 좋아한다 그 누구도 매일 같은 집안일을 했다고 고맙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방울로 바위를 뜷는 인내심으로 매일 매일 같은 일들을 해내면 가족들의 정서적 뿌리는 튼튼해진다 결국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들이 제대로 추론하지 못하는 것은 지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에게 생각은 도구라기보다 하나의 유희다. 총명하고 예민하고 진지하다 한들 지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에, 자기 의견을 논증하고 거기서 결과를 끌어낼 줄도 모른다. 남편은 – 그녀보다 훨씬 더 무능한 사람일지라도 – 쉽사리 아내를 압도하게 된다. 그는 자기가 옳다는 것을 비록 틀리더라도 증명할 줄 안다. 남자의 수중에서 논리는 흔히 폭력이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가사노동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보다 무능한 남편보다도 지능이나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게 더 화가난다 상상만해도 화가나는군요!! 수많은 여성들은 어떻게 이런 불공정한 구조속에서 천대받고 살았나 의문스럽다!!ㅜㅜ
남편은 표현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 아내 안에 깊이 뿌리박힌 감정이나 반응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내는 자기를 짓누르는 남편의 현학적 논리 아래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아내가 전혀 숨긴 적 없는 무지에 대해 화를 내기까지 하고, 넌 모른다는 식으로 천문학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독서를 지도하고, 아내가 자기 말을 경청하는 것에 대단히 만족해한다. 지식이 부족한 탓에 싸움에서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젊은 아내에게는 침묵이나 눈물 혹은 거친 태도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녀는 자신도 똑똑하고 교양 있고 독립적이지만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여긴 남편을 15년 동안이나 존경했다. 그래서 남편이 죽고 나서 자기 스스로 신념과 행동을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아직도 남편이 매사에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했을지 짐작하려고 애쓴다. 보통 남편은 이런 멘토와 지도자의 역할을 좋아한다.온종일 동료들을 상대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윗사람들에게 복종해야 했던 남편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 절대적 우월자라 느끼며, 이론의 여지없는 여러 가지 진실을 쏟아내기를 좋아한다.
아내의 처지는 가난하고 일이 많을수록 더욱더 가혹해지고, 여가 활동과 기분 전환 거리가 있을 때 밝아진다. 그러나 권태, 기다림, 실망이라는 공식은 대부분 반복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낙태를 때로 ‘계층 범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부르주아 계층에는 피임법이 더 많이 보급되어 있다. 화장실 설비 덕에 그들은 수도시설이 없는 노동자나 농민보다 피임하기가 더 쉽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첫 번째 움직임,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자기를 가두고 있는 자궁 내벽을 차는 태아의 발길질을 여자들은 각각 다르게 느낀다. 어떤 여자들은 자율적 생명의 존재를 알리는 이 신호를 감탄하며 맞아들인다. 다른 여자들은 혐오를 느끼며 자기를 다른 개체를 담는 용기처럼 생각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여자가 인정해 주는 위력 때문에, 그리고 남자들이 구체적으로 쥐고 있는 특권 때문에 많은 여자가 아들을 원한다. “남자 한 명을 낳는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라고 그녀들은 말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여자들은 ‘영웅’을 낳기를 꿈꾸고 있고, 영웅은 당연히 남성이다. 아들은 우두머리, 지도자, 군인, 창조자가 될 것이다. 그는 지상에다 자기 의지를 관철할 것이며, 그 어머니는 그의 불멸성에 함께할 것이다. 그녀가 세우지 못한 집, 탐험하지 못한 나라, 읽지 못한 책, 그것들을 아들이 주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통해 세계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여자는 결코 가사일로 자기를 구원할 수 없다. 이 일이 온통 그녀의 삶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녀의 삶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 정당화는 타인들의 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갇혀 있는 여자는 스스로 자기 실존을 세워나갈 수 없다. 그녀는 개별성 속에서 자기를 확립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개별성이 그녀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 아랍인, 인도인, 또 많은 시골 사람에게 여자는 그녀가 제공하는 노동에 따라 평가되고, 만일 사라진다 해도 미련 없이 교체되는 잘 길든 암컷에 불과하다.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선물] <알고리즘 포비아> 현 인류에게 꼭 필요한 질문, 편집자와 함께 답해요🤖[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책증정] 더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DAY&NIGHT 50일 영어 필사』함께 읽고 써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10/15(수) 오후 7시 30분! 김준녕 작가님과 라이브채팅 Go Go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10월 20일, 극단 '족연'이 돌아옵니다~
[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모두를 위한 그림책 🎨
[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책증정] 언제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세계. 에세이 『다정하게, 토닥토닥』 편집자와함께"이동" 이사 와타나베 / 글없는 그림책, 혼자읽기 시작합니다. (참여가능)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사랑은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9.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읽기[부국모독서모임] 최진영의<구의 증명>, 폴 블룸의<최선의 고통>을 읽고 책대화 해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축하합니다!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이달의 소설] 1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어요(신간읽기클럽 )1.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