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D-29
그녀들이 제대로 추론하지 못하는 것은 지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에게 생각은 도구라기보다 하나의 유희다. 총명하고 예민하고 진지하다 한들 지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에, 자기 의견을 논증하고 거기서 결과를 끌어낼 줄도 모른다. 남편은 – 그녀보다 훨씬 더 무능한 사람일지라도 – 쉽사리 아내를 압도하게 된다. 그는 자기가 옳다는 것을 비록 틀리더라도 증명할 줄 안다. 남자의 수중에서 논리는 흔히 폭력이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가사노동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보다 무능한 남편보다도 지능이나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게 더 화가난다 상상만해도 화가나는군요!! 수많은 여성들은 어떻게 이런 불공정한 구조속에서 천대받고 살았나 의문스럽다!!ㅜㅜ
남편은 표현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 아내 안에 깊이 뿌리박힌 감정이나 반응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내는 자기를 짓누르는 남편의 현학적 논리 아래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아내가 전혀 숨긴 적 없는 무지에 대해 화를 내기까지 하고, 넌 모른다는 식으로 천문학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독서를 지도하고, 아내가 자기 말을 경청하는 것에 대단히 만족해한다. 지식이 부족한 탓에 싸움에서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젊은 아내에게는 침묵이나 눈물 혹은 거친 태도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녀는 자신도 똑똑하고 교양 있고 독립적이지만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여긴 남편을 15년 동안이나 존경했다. 그래서 남편이 죽고 나서 자기 스스로 신념과 행동을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아직도 남편이 매사에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했을지 짐작하려고 애쓴다. 보통 남편은 이런 멘토와 지도자의 역할을 좋아한다.온종일 동료들을 상대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윗사람들에게 복종해야 했던 남편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 절대적 우월자라 느끼며, 이론의 여지없는 여러 가지 진실을 쏟아내기를 좋아한다.
아내의 처지는 가난하고 일이 많을수록 더욱더 가혹해지고, 여가 활동과 기분 전환 거리가 있을 때 밝아진다. 그러나 권태, 기다림, 실망이라는 공식은 대부분 반복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낙태를 때로 ‘계층 범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부르주아 계층에는 피임법이 더 많이 보급되어 있다. 화장실 설비 덕에 그들은 수도시설이 없는 노동자나 농민보다 피임하기가 더 쉽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첫 번째 움직임,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자기를 가두고 있는 자궁 내벽을 차는 태아의 발길질을 여자들은 각각 다르게 느낀다. 어떤 여자들은 자율적 생명의 존재를 알리는 이 신호를 감탄하며 맞아들인다. 다른 여자들은 혐오를 느끼며 자기를 다른 개체를 담는 용기처럼 생각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여자가 인정해 주는 위력 때문에, 그리고 남자들이 구체적으로 쥐고 있는 특권 때문에 많은 여자가 아들을 원한다. “남자 한 명을 낳는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라고 그녀들은 말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여자들은 ‘영웅’을 낳기를 꿈꾸고 있고, 영웅은 당연히 남성이다. 아들은 우두머리, 지도자, 군인, 창조자가 될 것이다. 그는 지상에다 자기 의지를 관철할 것이며, 그 어머니는 그의 불멸성에 함께할 것이다. 그녀가 세우지 못한 집, 탐험하지 못한 나라, 읽지 못한 책, 그것들을 아들이 주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통해 세계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여자는 결코 가사일로 자기를 구원할 수 없다. 이 일이 온통 그녀의 삶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녀의 삶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 정당화는 타인들의 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갇혀 있는 여자는 스스로 자기 실존을 세워나갈 수 없다. 그녀는 개별성 속에서 자기를 확립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개별성이 그녀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 아랍인, 인도인, 또 많은 시골 사람에게 여자는 그녀가 제공하는 노동에 따라 평가되고, 만일 사라진다 해도 미련 없이 교체되는 잘 길든 암컷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매춘부’가 하녀들 가운데서 나왔다는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파랑 뒤 샤틀레가 모든 나라에서 확인한 것이며, 독일에서는 릴리 브라운이, 벨기에에서는 리케르Ryckère가 조사한 결과다. 매춘부의 약 50퍼센트가 하녀 출신이다. ‘하녀의 방’을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설명하기엔 충분하다. 착취당하고 예속되고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받는 만능 하녀나 가정부는 장래 자기 운명에 대하여 어떤 희망도 걸지 않는다. 때로 그녀는 집주인의 바람기를 견디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한다. 즉, 가정의 노예 상태나 하녀의 상황에서 그녀는 그 이상 더 타락할 수도 없고, 더 행복한 것이라 꿈꾸는 노예 상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게다가 고용살이 하는 여자들은 대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파리 매춘부의 80퍼센트가 지방이나 시골에서 올라온 것으로 평가된다.
매춘부들의 생활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도덕적·심리적 상황이 아니다. 대부분 그 물질적 조건이 비참한 처지에 있다. 기둥서방이나 포주에게 착취당하는 그녀들은 불안 속에서 살고 있고, 그중 4분의 3은 돈이 한 푼도 없다. 그 일을 하고 5년이 지나면, 약 75퍼센트가 매독에 걸린다고 비자르 박사는 말한다. 그는 다수의 매춘부를 치료해 왔다. 특히 그 가운데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감염된다. 임질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가 25퍼센트 가까이 된다. 스무 명 가운데 한 명은 결핵을 앓고 있으며, 60퍼센트는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중독자가 된다. 40퍼센트는 마흔 살 이전에 죽는다. 여기서 덧붙여야 할 것은 신중을 기하는데도 이따금 임신하는 여자들이 생기고, 일반적으로 악조건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급 매춘은 괴로운 직업이다. 여기서 여성은 성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억압당하고, 경찰의 횡포와 굴욕적인 의료 검사, 손님들의 변덕에 복종해야 하고, 세균과 질병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진정 말 그대로 물건 취급을 받는다
매춘의 실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이 글만 보아도 그들의 비참한 삶이 느껴진다~ㅜㅜ
그러나 미모라는 것은 근심거리이며 부서지기 쉬운 보물이다. 고급 창녀는 시간이 가차 없이 망가뜨리는 자기 육체에 단단히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노화에 대한 투쟁은 가장 처절한 모습을 띤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미모가 뛰어난 것과 평범한 외모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얼마나 노예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녀들의 육체는 더 이상 그녀들의 것이 아니다. 제작자는 그녀들의 머리 색깔, 몸무게, 몸매, 유형까지도 결정한다. 뺨의 곡선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녀들의 치아까지도 뽑는다. 다이어트, 체조, 의상, 화장은 일상적 고역이다. 사생활의 완전 공개라는 명목으로 외출은 물론 연애까지도 폭로된다. 이제 사생활은 공적 생활의 한순간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쩌면 자기 몸만을 넘겨 주는 매춘부는 인기를 직업으로 하는 여자보다 노예 상태가 덜할지도 모른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인기인의 삶이 매춘부에 비견될만큼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여자는 결코 가사일로 자기를 구원할 수 없다. 이 일이 온통 그녀의 삶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녀의 삶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 정당화는 타인들의 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갇혀 있는 여자는 스스로 자기 실존을 세워나갈 수 없다. 그녀는 개별성 속에서 자기를 확립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개별성이 그녀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 아랍인, 인도인, 또 많은 시골 사람에게 여자는 그녀가 제공하는 노동에 따라 평가되고, 만일 사라진다 해도 미련 없이 교체되는 잘 길든 암컷에 불과하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터무니없는 심심풀이다. 바늘이나 뜨개바늘을 가지고 여자는 서글프게 그날그날의 허무를 짜 나가고 있다. 수채화, 음악, 독서도 하나같이 똑같은 역할을 한다. 일하지 않는 여자가 그런 것에 전념하는 것은 세계에 대한 자기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미래를 열지 않는 행동은 내재의 공허 속으로 다시 떨어진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동성애의 경험은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띨 수 있다. 그 경험은 젊은 처녀에게 대단히 행복한 안정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녀는 이를 지속하고 또 반복하고 싶어 하게 되며, 향수 어린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그녀는 더욱 에로틱한 동성애의 성향을 드러내거나 일으킬 수 있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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