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2025년을 사는 저도 다른 여성들도 이런 모습이 아직 있지 않은지 반성하게 되네요
[그믐클래식 2025] 9월, 제 2의 성
D-29

거북별85

거북별85
일반적으로 상층 계급은 갑자기 출세한 하층 계급 사람에게 적의를 품는다. 백인들은 흑인 의사에게 진료받으러 가지 않고, 남자들도 여의사에게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하층 계급 출신으로 자기들 특유의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대개 운명을 극복한 사람에 대해 거센 반감을 품고 있어서, 그들 역시 지배자 쪽으로 돌아서기를 선호하게 된다. 특히 여자 대부분은 남자 숭배에 빠져 있어서 의사, 변호사, 사장 등의 직업에서 열심히 남자를 찾는다. 남자나 여자나 여자의 명령 아래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여자의 상관들은 비록 그녀를 높게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에 대해 언제나 약간의 거만함을 보일 것이다. 여자라는 사실이 결함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특이한 것이다. 여자는 본디 자기에게 부여되지 않은 신뢰를 끊임없이 쟁취해야만 한다. 애초에 여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어서 진가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녀가 가치가 있다면 그렇게 하리라고 사람들은 단언한다. 그러나 가치는 주어진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훌륭히 발전시켜 이루어낸 결과다. 불리한 편견이 자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극복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흔히 볼 수 있듯이 초기의 열등감은 권위를 과장되게 가장하는 자기방어 반응을 초래한다.

거북별85
여자라는 사실이 결함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특이한 것이다. 여자는 본디 자기에게 부여되지 않은 신뢰를 끊임없이 쟁취해야만 한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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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그러나 여자를 창조 활동으로 향하게 하는 그 환경이 되레 걸림돌이 되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가 매일매일의 공허를 채우려는 유일한 목적으로 작업을 결심할 때에 그 그림과 글은 ‘수예품’ 정도로 취급될 것이고, 그녀는 그 작품들에 더 많은 시간도 공도 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작품들은 대략 그 정도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할 것이다. 여자는 흔히 갱년기가 되어서야 자기 존재의 균열을 보상하기 위해 붓이나 펜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이때는 너무 늦다. 제대로 된 훈련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아마추어 영역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설령 훨씬 젊은 나이에 시작한다고 해도 여자가 예술을 진지한 작업으로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그녀는 무위에 익숙해 있고 삶에서 엄격한 훈련의 필요성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참을성 있게 노력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녀는 견고한 기술을 체득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백 번이라도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작업을 보람 없이 고독하게 암중모색하는 것을 싫어한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고 속임수를 쓰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책략을 써서 궁지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거북별85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예술에서 더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게 힘든 모습이 보입니다
스스로 한계를 계속 넘어서는 모습들이 보이길 희망합니다

거북별85
여자의 그런 소심함을 변호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녀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흔히 글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여자로서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유식한 체하는 ‘여류작가’라는 말은 조금 낡은 표현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불쾌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하물며 그녀는 작가로서 남의 비위를 거스를 용기가 없다. 독창적인 작가는 살아 있는 한 언제나 세상의 빈축을 산다. 새로운 것은 불안하고 불쾌하게 한다. 여 자는 아직도 남자의 세계인 사상이나 예술 세계에 받아들여진 것에 놀라고 흐뭇해한다. 그녀는 거기서 아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감히 어지럽히거나 깊이 파고들거나 폭발시키거나 하지 않는다. 겸손함이나 고상하고 좋은 취향으로 자기의 문학적 포부를 용서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거북별85
똑똑한 것도 사죄받아야 할 면이라는게 놀랍습니다!! 고전에는 시대적 한계때문에 훌륭한 여성 작가들이 별로 없었지만 앞으로는 점점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장맥주
“ 특히 모성은 결혼한 여자의 경우에만 존중된다. 미혼모는 추문의 대상으로 남고, 아이는 그녀에게 무거운 핸디캡이 된다. 이런 모든 이유로 구세계와 신세계6의 많은 처녀가 자기의 장래 계획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오늘날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젊은 남자는 누구도 결혼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계획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에게는 경제적 성공이 성인의 품격을 부여한다. 이 품격에는 결혼이 내포될 수 있다. 특히 농민에게 그렇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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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이제 6일이 남았는데, 책은 60퍼센트쯤 읽었습니다. 분량도 내용도 만만치 않네요. 분발하겠습니다.

르네오즈
“ 사실, 나르시시즘은 아주 명확한 자기소외의 한 과정이다. 즉, 주체가 절대 목표로 설정된 자아 속으로 도피해 버린다. 여자에게서는 다른 여러 가지 태도 - 진정성 있는 것이든 허위의 것이든 - 가 발견된다. (...) 여자는 환경때문에 자기에게로 돌아서고 자기에게 사랑을 바치는 일이 남자보다 더 많다. ”
『제2의 성』 855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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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오즈
“ 사이에스의 말을 패러디해 마리 바시키르체프는 "나는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 모든 것이 되기를"이라고 쓰고 있다. 여자들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많은 여자가 오직 자기들의 자아에만 관심을 국한하고, 그것을 전체와 혼동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 마리 바시키르체프는 "나는 나 자신의 주인공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
『제2의 성』 856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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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오즈
패러디한 사이에스의 말이 궁금해서 검색을 했습니다. 한 인물을 통해 프랑스 신분제도와 '사회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알게 되었네요.
프랑스 혁명 이전 프랑스는 신분제 사회로 제1신분(성직자), 제2신분(귀족), 제3신분(평민-부르주아, 농민, 노동자)으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제3신분이 인구의 약 98% 였고,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는군요.
패러디한 문장은 <제3의 신분이란 무엇인가>라는 소책자의 첫머리입니다.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의 정치적인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가? 무언가 되기를 원한다."
사이예스는 성직자로 제1신분이었지만, 삼부회에서 제3신분 대변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는 우편배달부로 제3신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제2신분에서 1신분으로 상승할 수 있었으나 제3신분에서 2신분, 1신분으로 이동은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사이예스에게 아버지의 신분이 장애물이 되어 대변을 맞았다고 합니다.(출처:위키백과와 코파일럿) 신분제도가 문제였네요.

르네오즈
“ 여자들이 특히 얼마나 유년 시절의 추억에 집착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여성문학이 이를 입증한다. 남성의 자서전에서 유년 시절은 일반적으로 부차적인 자리밖에는 차지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여자들은 어린 시절 이야기에 제한되는 수가 많다. 어린 시절은 그녀들의 소설이나 동화에서 특권을 누리는 소재다. (...) "내가 어렸을 때는......" 그녀들은 이 시기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 그녀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일바ㄴ성 속에 삼켜져 버렸다는 것, 즉 아내나 어머니나 주부나 수백만의 다른 여자들 가운데 한 여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이와 반대로 각자 자기가 처한 조건을 독자적으로 살았다. (...) 여자가 된 그녀는 과거의 그녀였던 그 인간적인 존재르 그리워한다. 그녀는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죽어 버린 그 아이를 되찾으려 애쓴다. '어린 소녀'라는 이 말은 그녀의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묘한 소녀'라는 말은 그녀를 한층 더 감동하게 한다. 이 말은 잃어버린 독창성을 되살아나게 하기 때문이다. ”
『제2의 성』 861-862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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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결혼은 남자가 지배적 성격을 멋대로 휘두르도록 장려한다. 지배욕은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저항하기 힘든 것이다. 아이를 어머니에게 넘기고 아내를 남편에게 넘기는 것은 지상에서 폭정을 키우는 것이다. 흔히 남자는 남편으로서 인정받고 찬탄받으며 조언하고 인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는 명령하며 군주의 역할을 한다. 유년 시절에 쌓인 원한과 일생 그를 가혹하게 대하고 상처 입힌 다른 남자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쌓인 모든 원한을 아내에게 위력을 가하면서 집안에서 푼다. 그는 폭력이나 권력이나 완고한 태도를 흉내 낸다. 준엄한 목소리로 명령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탁자를 내려친다. 이런 희극은 여자에게는 일상적인 현실이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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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많은 여자가 임신 중에 놀라운 평화를 발견한다. 즉, 자기들이 정당화되었음을 느낀다. 그녀들은 늘 자신을 관찰하고, 자기 몸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자기들의 사회적 의무감 때문에 감히 자기 몸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들은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 자기의 안녕을 위해 하는 것은 모두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노동도 노력도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자기 이외의 일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가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꿈은 현재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녀는 삶을 기분 좋게 영위하기만 하면 된다. 휴가 중인 것이다. 그녀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녀의 배 속에 있고, 그것은 그녀에게 완벽한 충만감을 준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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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오즈
임신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자기 몸을 자세히 관찰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나날이 몸의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출근했으니 여전히 노동도 노력도 했네요. 요즘 임산부들은 무척 바쁘다고 합니다. 임신과 출산 관련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인터넷과 앱을 통해 신청도 해야 하고, 임신 시기에 따라 여행도 가야 하고, 출산 준비 과정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출산 용품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와 관련된 준비물이 대략 28인치 여행 가방을 꽉 채운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기를 상반기에 맞춰서 낳는다고도 합니다. 뒤로 갈수록 예산이 부족해서 지원 받지 못할 수 있어서요. ㅎㅎ

장맥주
“ 우리의 풍속은 아이를 대단히 큰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아이는 손발이 묶여 어머니에게 맡겨지는데, 그 어머니는 거의 언제나 불만에 차 있는 여자라는 것이다. 그녀는 성적으로 불감증이거나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남자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세계에 대해서도, 미래에 대해서도 발붙일 곳이 없다. 그녀는 이 모든 욕구 불만을 아이를 통해 보상하려고 한다. 여자의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로 그녀의 완전한 개화를 어렵게 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얼마나 많은 욕망·반항·허세·주장이 암암리에 그녀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무방비 상태의 아이들이 그런 여자에게 맡겨진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낄 것이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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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여기서도 남편의 요구는 이중적이다. 아내가 너무 매혹적이면 남편은 질투한다. 하지만 모든 남편은 어느 정도 칸다울레스 왕과 같다. 남편은 아내가 자기에게 영광을 안겨주기를 바란다. 아내가 우아하고 예쁘기를 원하고, 아니면 적어도 ‘괜찮은’ 여자이기를 바란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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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모임 안녕하세요. 챌린저 여러분. 이 공간은 9월 29일(월)까지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글을 쓰는 것은 안 되고 읽는 것만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니 참고해 주세요.
또한 기한 내 완독에 성공하신 분들은 글을 남겨 알려주세요. 함께 축하해요.~~
9월에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10월로 계속 클래식 챌린지 이어가겠습니다.

거북별85
와!! 드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완독했습니다!! 짝짝짝!! 스스로 칭찬중입니다~😊😊😊
솔직히 완독 못할 줄 알았거든요~완독의 의지를 다지며 다른책들도 유튜브도 잘 보지 못했네요~~^^;;
그냥 습관적으로 <제 2의 성>만 봤어요~이해가 가지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시몬 드 보부아르 처럼 사회적 여성에 대해 이렇게 다각도로 연구하고 살펴본 사람이 있었을까 싶었고 그녀의 글은 가슴을 뛰게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믐을 통해 고전작품들을 읽을 일들이 있었는데 여성주인공들이나 등장인물들 중에 화가나고 답답한 분들이 참 많았거든요~그래서 그녀들의 좁은 시야와 어리석은 선택과 행동들이 무척 답답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 2의 성>을 읽으며 그녀들의 행동과 사고들이 좀 이해가 가고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다른 여성작가나 여성에 관련된 책들도 읽어 좀더 저의 시야를 넓고 깊이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차차 이 그믐방이 닫히기 전까지 올리겠지만 우선 기억에 남는 내용들은 여성들은 프롤레타리아나 아메리카 노예와 같은 그들만의 역사가 없고 그들을 그런 위치에 놓이게한 남성들이 그들이 대항할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이해가 가면서도 슬펐어요 그녀들을 그런 환경에 놓이게 한 이들은 그녀들의 아버지이고 오빠이고 남편이고 아들이니까요!!
그리고 재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여자들을 흔히 ‘기생 상태’에 유지하게 만드는 어려움, 자기 실존을 인수하기보다 타인의 마음에 드는 일에 애쓰게 만드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보부아르가 말한던 이런 일들은 수천년간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어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판단하기가 어려울정도 입니다
아까도 말한대로 이번 <제 2의성>을 시작으로 해서 여러 여성작가들과 이와 비슷한 책들로 범위를 넓혀 좁았던 저의 시야를 좀더 넓힐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다시 한번 <그믐 클래식>에 감사드립니다~🧡❤️🧡
참여 제한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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