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의 바다처럼 헤더를 뒤덮던 붉은 석양이 눈앞에 환영처럼 떠올랐습니다. 검은 연못이 있고 바람에 비틀리고 구부러진 전나무들이 자라는 곳, 죽은 말 곁에 쓰러진 크리스토퍼 러브록이 누운 곳, 노란 자갈과 라일락 빛깔의 헤더가 온통 진홍빛으로 물든 그곳으로 파도치던 붉은 석양 말입니다. 그 붉은빛으로부터 둥실 떠오른 듯 회색 모자로 가린 연한 금발, 넋 나간 듯한 눈빛, 그리고 오크 부인의 기묘한 미소가 그 위로 일렁였습니다. ”
『사악한 목소리』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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