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4. 사악한 목소리

D-29
하.. 잘 안 읽힙니다.. 이러다 표제작인 '사악한 목소리'로 훅 건너뛰게 될지도..ㅎ
저도 뚜벅뚜벅. 읽고 있긴 합니다 ㅎㅎ
배회하던 내 눈길은 중간문설주로 분할된 창문에 멎었습니다. 무거운 석조 세공 사이의 유리창 너머로 물에 흠뻑 젖은 말라빠진 공원 잔디밭이 넓게 펼쳐지고, 참나무 고목들이 점점이 서 있었습니다. 저 멀리 톱니처럼 삐죽삐죽한 검은 스코틀랜드 전나무 숲 뒤로 물기 어린 하늘에 피처럼 붉은 석양이 번져 있었습니다. 바깥의 담쟁이넝쿨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어미와 헤어진 어린 양들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고도 날카롭게 반복적으로 들려왔습니다. 쓸쓸하고 떨리는, 섬뜩하고 어린 울음소리였지요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오크 씨는 지극히 선한 사람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예의 바른 영국 청년의 전형이었죠. 기독교의 병사가 되었어야 할 그런 유형의 남자 말입니다. 독실하고 마음이 순수하고 용감하고 천박한 짓은 도저히 못 하고 지적인 면은 약간 모자라고 온갖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그런 청년 말입니다.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그이는 무려 250년 전에 우리 조상이 저지른 일에 정말로 마음을 쓴다니까요. 심지어 굴욕감을 느껴요. 내 눈치를 보거나 이웃들한테 창피를 당하는 게 걱정되지 않았다면, 윌리엄은 벌써 저 초상화들을 내려서 불태워버렸을 거예요.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내게는 오크 부인이 날마다 자신의 이상한 광증에 대해 말하도록 방관하고, 심지어 부추기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런 행위에서 음침하고도 짜릿한 기쁨을 느꼈어요. 너무나도 그녀다웠고, 그 집과도 잘 어울렸거든요! 완벽하게 캐릭터를 완성해서 초상화를 어떤 식으로 그려야 할지 구상하기도 훨씬 쉬웠습니다.' 초상화가로서 완성된 작품을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속삭이는 그야말로 사악한 목소리 아닌가 싶네요..
옆 방에서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있는데 마침 <유령 연인>에서 단테의 <신생>(단테가 아홉 살 때 첫눈에 반해 평생을 흠모한 여인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을 언급해서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멋진 책을 읽고 계시군요😎
컬러 이북리더기로 보는 표지...예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유령 부인-3. 오크 부인이 선조인 '앨리스 오크'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글쎄요.. 나머지 작품들도 읽어봐야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가 유령을 작품들에서 어떤 의미로 활용하는지 말이죠. 일단 드는 생각은 오크 부인이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남편과의 관계나 여성으로서의 삶 또는 사회 문화 관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가운데 그런 불만을 파격적인 삶을 누렸던 선조인 ‘앨리스 오크‘와 동일시함으로써 누그러뜨리려 한게 아닐까요. 결과는 현재의 삶도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말았지만요.
현재가 너무나 지겨운 나머지 과거를 동경하게 된 걸까요🤔
솔직히 동경보다는 더 큰 계기가 있었던 걸로 생각해요.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심화된 것 같은데 그 속에는 남편 오크씨의 태도나 문제가 겹쳐진 건 아니었을까요... 그녀는 남편의 말과 행동에 비웃거나 그런 듯한 행동도 많이 하던데 쌓인 게 많은 거겠죠 아마도....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도 잃고 살아가고 점차 모든 것 잃게 되고...
내가 저 앨리스 오크와 닮았다고 하면, 그럼 뭐 그런 거죠.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생각해줘서 기뻐요. 그녀와 남편은 우리 가문에서, 지독하게 밋밋하고 고루하고 득될 것 없는 우리 가문에서 그나마 손톱만큼이라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유일한 인물들이었으니까요.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1626년의 앨리스 오크를 닮은 건 1880년의 앨리스 오크의 변덕, 열광, 작위적 태도, 뭐라고 부르든 그런 게 맞았어요. 이 유사성을 알아봐주는 척하면 호감을 확실히 살 수 있었지요. 자식이 없고 한가로운 여인들의 온갖 광적인 집착을 많이 봐왔지만, 이처럼 유별난 집착은 나도 처음 봤답니다. 그러나 단순한 집착에 그치는 건 아니고, 존중해야 할 성격적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그 집착 덕분에 내가 상상 속에서 그린 오크 부인의 모습이 완벽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사악한 목소리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아무리 봐도 동경이란 이유론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숨겨진 것이고 이것은 마지막까지 가야 밝혀지겠지만요.... 남편도 아내도 둘 다 마음 속에 숨겨진 건 참 많다라는 걸 알 수가 있었고 그 와중에 이 사람은 초상화를 그린다고 찾아와서 온갖 대리 감정을 느끼는 건지....... 더더욱 알 수가 없는 사람...
'13년 전 그가 스물세 살이고 그녀가 열여덟 살 때 결혼했다는 이야기, 아기를 잃고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다는 이야기, 아내가 그 병으로 거의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 “있잖아요, 나는 아기 때문에 마음을 쓰지는 않았어요.” "적어도 저는, 한 번도 아이를 원한 적이 없었어요." 오크씨는 자기만의 방식으로'만' 오크 부인을 집착적으로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온갖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남편의 성향을 이용해 오크 부인은 집안의 과거사로 남편을 경멸하며 방식이 다른 사랑에 해소감을 느끼고, 우연히 발견한 '러브록'의 실체라 여기는 물건들을 접하며 오크 부인 또한 자기만의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자신과 닮은 듯한 그 대상에 스스로를 동일시 하며 이입하게 된 게 아닐지.. 초상화가의 작품에 대한 집착이 오크 부인의 광증을 더욱 드러내놓도록 부추기게 되면서 오크씨의 아내에 대한 집착.질투를 다스리던 이성이 상실되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결국, 세 사람.. 제 각각의 집착이 만나며 파멸이라는 불꽃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9.24 - 9.25 / 끈질긴 사랑] 끈질긴 사랑-1. 저자에게 궁금한 점을 적어주세요.
크리스마스이브나 뭐 그 비슷한 밤에 죽은 사람의 지방으로 만든 초 네 자루를 밝혀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차린 다음 자기도 정확히 잘 모르는 어떤 의례를 치르면 성 파스찰 바일론의 유령을 불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유령의 뺨을 두 번 때리고 ‘아베 마리아’를 세 번 외치면 유령이 연기에 그을린 접시 뒷면에 복권 당첨 번호를 써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만 초를 만들 죽은 사람의 지방을 얻는 일과 성자가 사라지기 전에 뺨을 세 번 때리는 데 난항을 겪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스드루발레 씨는 말했다. “교황청이 이미 까마득한 옛날에 복권을 금지했을 거란 말이오. 어휴!”
사악한 목소리 끈질긴 사랑,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일반적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지 못할 이런 상상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된 것인지...... 유령을 때려서 복권 당첨 번호를 얻겠다는 욕망이라니 참으로 쉽지 않은 상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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