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4. 사악한 목소리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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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 9.27 / 사악한 목소리 - 부록] 사악한 목소리-1. 해시태그나 키워드 3개를 이 책에 붙인다면 뭘로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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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배경 소설에 단테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고 문학계에 단테의 영향력이 크긴 크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유령 연인‘에서 ’신생‘이 인용되고 ‘끈질긴 사랑’에서는 단테의 신곡이 인용됩니다). 마침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있어서인지 더 눈에 띄더라고요.
선과 색채를 낱낱이 모방하는 연필과 붓이 성공할 수 없는 일이라면, 보잘것없고 딱한 말로 희미한 개념이나마 전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언어는 한심하고 추상적인 의미, 무력한 관습적 연상밖에 가진 게 없는데 말이죠? 장황한 얘기지만 짧게 말하자면, 내 생각에 오크허스트의 오크 부인은 최고 수준의 미모와 낯선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이국적인 존재였어요. 그런 매혹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서양 장미나 백합과 비교해봤자 새로이 발견된 열대의 꽃 향기를 불러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할 때의 넋 나간 듯한 태도, 보이지 않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 희한하고 뜬금없는 미소가 다 흠모를 유도하고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비슷하게 행동하는 일부 외국 여자들과 같은 의도라고 곡해했던 거지요. 영국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여자들의 그런 태도는 그것을 알아듣는 사람들에게는 ‘내게 구애하세요’라는 의미를 전달하곤 한답니다. 하지만 곧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지요. 오크 부인은 내게 구애를 받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럴 만큼 내 생각을 깊이 하지도 않았고요.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유령 연인 쪽은 읽으면서 계속 느꼈는데 아 저 사람, 현대 시점으로 보면 중중의 스토커가 될 가능성도 높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표현이 노골적이고 묘하면서도 기분 쁜 게 꽤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냥 지나가면 지나갈 정도의 이야기지만 역시나 생각의 '세계'가 남다르다........는 것이 읽는 내내...
이 여자의 삶에 대체 어떤 수수께끼가 있는 걸까요? 이 나른한, 이 이상한 자기 몰입과 오래전 죽은 사람들에 대한 더 이상한 집착, 남편에 대한 무관심, 오히려 남편의 짜증을 부추기려는 충동, 이 모든 건 앨리스 오크가 오크허스트 저택의 주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했고, 또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었을까요? 그리고 오크 씨의 우울, 편협, 망가져버린 청춘을 암시하는 그 어떤 분위기, 그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을까요?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오크 씨는 그날 저녁 총으로 자살하려 했지만, 턱뼈만 박살이 났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헛소리를 하면서 죽었지요. 온갖 법률적 탐문이 이어졌고, 나는 꿈속을 허우적거리는 기분으로 그걸 다 겪어냈습니다. 오크 씨가 순간적인 광기의 발작으로 아내를 죽였다는 결론이 내려졌지요. 그게 앨리스 오크의 종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하녀가 오크 부인이 당시 목에 걸고 있던 로켓을 내게 갖다주었어요.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지요. 로켓 안에는 아주 짙은 적갈색 머리카락이 몇 가닥 들어 있었습니다. 윌리엄 오크의 머리색과는 전혀 달랐어요. 나는 크리스토퍼 러브록의 머리카락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악한 목소리 유령 연인,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예견된 비극'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소설의 마지막이 참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오크 부인은 마지막 그 순간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살았던 것 같은데 죽음으로써 모든 게 되돌아가지 않았을지....
피의 바다처럼 헤더를 뒤덮던 붉은 석양이 눈앞에 환영처럼 떠올랐습니다. 검은 연못이 있고 바람에 비틀리고 구부러진 전나무들이 자라는 곳, 죽은 말 곁에 쓰러진 크리스토퍼 러브록이 누운 곳, 노란 자갈과 라일락 빛깔의 헤더가 온통 진홍빛으로 물든 그곳으로 파도치던 붉은 석양 말입니다. 그 붉은빛으로부터 둥실 떠오른 듯 회색 모자로 가린 연한 금발, 넋 나간 듯한 눈빛, 그리고 오크 부인의 기묘한 미소가 그 위로 일렁였습니다.
사악한 목소리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이것은 우매인가? 허위인가? 나 역시 현대 북부 문명의 소산이 아닌가? 내가 이탈리아에 온 것 또한 몹시도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문명 파괴 행위의 일환이 아닌가? 현학과 예술 비평으로 가득한 저 극악무도한 책들과 다를 바 없는 저서를 썼다는 이유로 현장 탐사 연구비를 받고 오지 않았던가? 아니, 내가 여기 우르바니아에 있는 것도 정해진 몇 달의 시간 내에 그런 책을 또 한 권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아닌가? 그대 불쌍한 스피리디온,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그대 독일인 현학자를 닮은 모습이 되어버린 폴란드인이여, 철학 박사, 심지어 교수이고 15세기 독재 군주들에 대한 저서로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이기도 한 그대여, 검은 교수 가운 호주머니에 행정 서한들과 교정지를 넣고 다니는 그대가 현존하는 과거와 영혼의 교감을 나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악한 목소리 끈질긴 사랑,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읽을 수록 작가님이 글을 꽤 어렵게 쓰는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바는 아니지만, 사용되는 단어들이 풍부함을 넘어섰다고 해야할까요? 복잡한 단어들과 어려운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읽기 힘들어서 꽤나 난처할 듯한....
저도 잘 안읽혀서 다 못읽는 줄 알았어요^^; 해설 읽으니 좀 낫네요.
최근 들어 부학장의 아들을 매우 자주 만난다. 상사병에 걸린 얼굴을 한 호감 가는 청년인데 우르바니아의 역사와 고고학에 께느른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악한 목소리 끈질긴 사랑,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께느른한' 살아생전 정말 처음 보는 단어입니다..ㅎ 문장을 읽으며 느낌은 오지만 정말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봤습니다~^^; 사진 : 네이버 국어사전
나른하다...정도겠네요. 저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그렇겠거니 하고 넘겼나 봅니다. ㅋㅋ
사전을 안 찾아봐도 뜻을 알것 같은 좋은 단어에요. ㅎㅎ
메데아 같은 여자를 가진다는 건 필멸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행복이니, 그만 우쭐해져 그녀가 베푼 은혜마저 잊기 마련이다. 그녀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자만하는 남자라면 명줄이 길어서는 안 된다. 일종의 신성모독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죽음만이, 그런 행복에 죽음으로 값을 치르겠다는 각오만이 그녀의 애인이 될 자격을 부여할 터이기 때문이다. 기꺼이 사랑하고 고통받고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이 그녀를 상징하는 글귀의 의미다. “아무르 뒤르, 뒤르 아무르.”
사악한 목소리 끈질긴 사랑,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그 바보 천치를 치워버리고 나니 어찌나 쾌적한지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 내 생각 속의 귀부인에 대해서 그치가 말을 보탤 때마다 목을 콱 졸라버리고 싶었다. 그렇다, 그녀는 생각 속에서 내가 숭모하는 귀부인이 되었다.
사악한 목소리 끈길긴 사랑,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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