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9월 '나와 오기' ]

D-29
이름으로 성을 알아차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젊은 작가 만남' 영상이 생각납니다. 소설가 김사과와 시인 박참새와 소설가 정용준. 그 사이에서 오히려 '정용준' 이라는 이름이 더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필명인지 본명인지 알지 못하고, 성별 표시는 F도 M도 아닌 X.
9월 3일 (시) 재떨이를 끌어당기듯 대화가 시작되고 재떨이를 치우는 종업원~ 대화가 끝난다. 연극에서 배우의 행동을 지시하는 괄호속 글 같았습니다. 아랫입술을 문것은 모기였을까요? 글을 읽는 내내는 의심의 여지없이 모기라 단정지으며 읽었는데요.. 다 읽고나니 가난한 상상력때문에 모기라고 단정지은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됩니다. 길을 잃은 우편배달부 가방 속에는 아버지 아버지가방에 오후! 잃어버린 우변배달부! 갑자기 아버지는 왜 등장한걸까? 아버지와 대화중인건가? 그냥 아랫입술이 물려 말이 잘 되지않아 늘어놓은 문장들의 일부일까? 이럴땐 부유한 상상력이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려면...상상력을 발휘하려면 글을 가만히 놓아두고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라고 생각하며 나에게 그럴 여유가 없으니 가난한 상상력안에 머물게되는군 하고~생각했어요 여러분의 상상력은 어디에 있으실까요? 상상력이 닿은 이 글은 어떻게 담아보셨을까요?
'아랫입술을 누가/무엇이 물었을까?'는 질문은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모기! ㅎㅎㅎ 그저 아버지와 나 사이에 대화. "재털이를 끌어당기듯"에서 아랫입술이 물리는 것이 아니라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이 라면. 다소 평범한 상상력을 보태봅니다. 역설? 같은 느낌적 느낌요.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 물렸고/물리고/물려서 불편한 입술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차마 하고 싶은 말은 삼켜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래서 흐지부지 끝내버리는 대화를 "재털이를 치우는 종업원처럼" 이라며 무심한 듯한 느낌을 들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가난한 상상력을 해봅니다.
선을 긋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잖아. 시작점과 끝점. 그 사이를 긋고 두르고 아우르고 그리하여 분간과 분별을 하고. 그 모든 일이 다 선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지. 오기는 숨바꼭질과 구슬치기에, 땅따먹기와 고무줄 놀이에 얼마나 다양한 선이 등장하는지, 그리하여 우리가 종일 그려낸 선이 얼마나 많았는지 역설했다.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4일 [에세이] 34-35면., 유희경 지음
노크하고 싶으면 문이된다고요...? 어찌 이런 문장을 생각했을까요? 너무 와닿는 문장이에요~^^
9월 4일 (에세이) '선에 대하여' 선 긋기가 놀이가 아닐 수 있다니~라고 말하게된 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오기의 모습을 그려보게 됩니다. 나와 우리에게 더이상 놀이가 아닌 다른것으로 다가온 수많은것들이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런것들을 마주하며 유아에서 어린이,청소년,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왔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놀이로 아직도 다가오는것 몇개쯤은 남겨놓아야하지않을까? 놀이로 생각되는것 몇개나 한개?는 가지고 살아가야하지않을까? 생각하며 내 삶의 놀이는?하고 머물러보았습니다. 그러며 글을 읽으니 작가가 꿈속에서 자신의 세계에 맘껏 그림을 그리고있는 그 모습이 참 평안해보였어요. 좋은 필기구가 아니어도 몽당 분필하나면 충분하네...하고도 생각했지요
즐기는 놀이가 있으신지? 선긋기? 그림그리기? 이런 취미가 있는분이있을까? 생각도해보게되고요 좋아하는 필기구가 있는분이 계실까? 생각해보게되 됩니다.
저는 가족들과 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게 되면 지루함을 달래고자 하는 놀이 중 하나가 초성퀴즈 입니다. 아이들의 한국말 어휘를 늘려주고 싶은 얄팍한 속셈도 살짝 들어가 있죠ㅎㅎ 돌아가면서 두 글자 초성을 제시하고 그 초성으로 된 낱말을 이야기하는거에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ㅋ)들이 댓글에서 초성을 많이 쓰잖아요. 그 초성이 무슨 뜻일까 골몰하게 되는게 요즘 저의 놀이 아닌 놀이가 돼버렸습니다.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요 ㅜㅜ 지난 여름 한국 갔을 때 부산에 잠깐 들렀는데 길을 가다 교회 간판에 ㄴㅂㅅ 교회라고 적혀 있었어요. 모음 부분 조명이 고장났나봐요. 그걸 본 아들이 '눈부신' 교회? 라고 추측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남부산 교회였어요 ㅋㅋㅋㅋ
ㅎㅎㅎ 눈부신 교회~가 더 예쁜 추측이셨는데요.. 원래는 남부산이었다니.. 이동하는 열차안에서 혼자 씨익~~~ 웃어보는중입니다. 초성게임... 시간을 보내기에도, 한글공부하기에도 좋을거같아요.
9월 5일 (에세이) '좋음과 싫음' 좋음과 싫음의 영역 바깥인 잘 모르겠음의 세계가 말라붙고 있어서이다. ~잘 모르겠음의 세계를 느긋하게 유랑하고 싶다 저는 무엇과 무엇의 사이가 좋습니다. 그 사이에 머물러도 좋구나를 느낄때도 좋고요. 좋고 싫은것이 명확하게 있을수 있으면서도. 바뀔수도 있고요. 좋으면서도 싫을수도, 싫으면서 좋을수도 있고요... 때론 명확하게 선을 긋는것이 힘겨울때도 있는것 같아요. 아~ 그런데 저는 냉면도 좋아하고 수박도 많이 좋아해요. ㅎㅎㅎ
오래 전 누군가에게 손목 잡혀 가 먹었던 유명한 평양냉면 집의 밍밍한 맛. 도대체 비싼 돈 주고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거야. 그런데 이번 여름 다시 한번 시도해 본 평양냉면 국물은 분명 은은한 '맛'이 있었어요. 왜 집에 돌아가면 생각나는 맛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달까요. 아직 흠뻑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무언가의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소소한 기쁨이었습니다. 생애 세 번째 평양냉면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그날이 기대가 됩니다.
9월 6일 (에세이) '우산' 비는 귀로 먼저 오고 그다음 코로 오고 사방이 젖기 시작한 뒤 손님의 젖은 어깨의 모양으로 온다.
9월 3일 (시) 아랫입술을 물렸다는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시를 몇 번을 읽어보아도 갸웃하게 됩니다. 저 역시 가난한 상상력만 돌려보게 되네요. 음식을 먹다 갑자기 입술을 깨무는 행위처럼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맞딱드리는 작은 사고 같은 걸 떠올려 봤어요. 식탁 다리에 발가락이 콕! 종이에 손가락이 슥~하고 베이는 크진 않지만 나를 잠시 약하게 만드는 순간들. 시인을 멈칫하게 만들었던 그런 삶의 작은 고통 같은 걸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려다 상대방에게 그 마음이 잘 전달되지 못해서 대화가 끊겨버린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아~모르겠어요. 시는 늘 어렵습니다.
우리가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건 손 근육의 문제라기보다 마음의 문제였을지도 몰라. 약속된 대로가 아니라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거겠지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9월 4일 (에세이) 선이라고 하면 선을 긋다, 구분 짓는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 에세이 마지막 꿈 이야기에서 분필로 큰 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시인을 보면서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넘어갈 수 없는 선을 느꼈을 때의 막막함이나 어쩌면 내가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그어 놓은 마음의 선 같은 것들요. 여전히 서툰 언어 때문에 장벽을 많이 느끼며 살고 있는지라 내가 타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 선은 그가 아니라 소심한 내 스스로가 그어 놓은 안전선인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좋음과 싫음이 분명한 사람은 비겁하기 십상이야. 싫은데 좋은 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싫은데 좋은 척하는 것도 비겁인가.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시대의 좋음과 싫음에 대해 나는 다소 회의적이다. 좋음과 싫음이 넘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좋음과 싫음의 영역 바깥인 잘 모르겠음의 세계가 말라붙고 있어서이다. 좋음과 싫음 앞에서 소신을 가지라 한다. 배짱은 두둑해야 하고 판단은 분명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잘 모르겠음의 세계를 느긋하게 유랑하고 싶다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방금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았어. 가슴은 비겁하고 머리는 방관해서 그래.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9월 5일 (에세이) '좋음과 싫음' 오기를 타인으로 분류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은 넘 귀엽다 물냉면을 시키려다가 비빔냉면에서 회냉면으로 바뀌는 전환들이 귀엽다 p38 평소에는 쪼글쪼글하고 작아서 있는 줄도 모르다 어떤 계기로 크게 몸을 부풀리는 변심 주머니. 변심 주머니는 순식간에 커다래져 마음 주머니를 능가하는 까닭에 신중할 줄 모르고 염치도 수치도 없이 뻔뻔하다. 변심은 후회하게 만든다. 하지만 냉면이라면 괜찮겠지. 수박의 맛을 모르시는 구나 수박은 맛이 있지않아요... 그걸 퍼먹는 행위와 화채를 해먹는 속세의 맛이 좋은걸지도ㅎ
9월 6일 (에세이) '우산' p49 비와 책. 비와 독서. 어떤 상관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산 쓰기와 독서. 오롯하게 혼자가 되는 일이다. 우산 속에서 사람은 마음이 깊어진다. 책을 읽는 것은 쏟아지는 무언가로부터 가만히 대피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우산은 곧 책이고 책은 우산이다, 라는 다소 수상한 명제를 떠올려도 보았다. 이 글에 전적으로 찬성이다. 나 역시 이상하게 우산을 빌려가면 돌려주는게 쉽지않다. 생각해보면 빌려준 책들도 잘 돌아오지 않는다. 우산과 독서는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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