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9월 '나와 오기' ]

D-29
하지만 친구를 사진 찍게 하는 것과 사진 찍는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것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다. 전자가 ‘일부의 전체’라면 후자는 ‘전체인 일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내게도 사진 친구들이 있다. 그들 중 한둘은 가깝게 여기고 있다. 그들과 나는 오직 사진에 대한 이야기만 나눈다. 그 밖의 대화에서 우리는 적극성을 상실한다. 무기력해지다 침묵에 빠져들고 만다.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은 오직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친구끼리 취미를 공유해서 나쁠 게 없다. 아니 근사한 쪽에 가깝겠다. 서로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이 될 테니까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17일의 희곡을 읽으며 마지막에 꽃게를 제사상에 올려 달라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 "네 엄마가 좋아한다. 꽃게" 갑자기 심쿵하네요. 시는 아니지만 "네 엄마가 꽃게 좋아하잖아" 가 아니고 "네 엄마가 좋아한다. 꽃게"가 왜 더 마음에 쿵 하고 떨어질까요.
낡은 철문 철문 너머의 누군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답은 매번 달라지고 정답은 신도 모를 것이다 모르고 싶을 테니까 그러니, 제발 오기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9월 18일 시 <대화> 156면, 유희경 지음
9월 18일 (시) '대화' 낡은 철문? 오래된 철문? 그것은 무엇일까요? 문을 열고나면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무엇인가가 훅하고 몰려 들어올까요? 철문 너머 누군가라고 이름 붙인 그것은 때때로 실체가 없는 삶의 두려움이나 풀리지않고 매번 다른 답이 생각나는 나의 모습에대한 답답함과 연결된 두려움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되네요 철문과 함께 글 속에 등장한 나무의 껍질은 오래된 두려움이지는 않을까요? 실체가 없는 무언가와 맞딱뜨릴 것 같은 두려움과 이름모를 무엇이 오래되고 낡아져서 나무의 껍질처럼 땅에 떨어진건 아닐까요,? 느닷없이 떨어진것을 고개숙여 보고난 후에야 나무껍질이었네하고 휴하고 숨을 쉬어가는 모습도 상상하게되네요 두드리고 싶지않아도 가끔은 과감히 열어봐야되지 않을까도 싶어져요 나무 껍질일수 있을테니까요.
아흑 한번 놓치니깐 어렵네요잉 일단 차근차근 해보겠습니다!
천천히...하실수 있는것들로 기록하고 나누어주셔도 좋아요.. (물론~^^ 물고기먹이님의 글을 읽는건 너~~~~무 좋고 즐겁습니다 ㅎㅎㅎ)
헤헤헤헤 감사합니다!
9월 11일 (에세이) "위통과 커피" '하긴. 커피. 그러면 얼마나 많은 기억이 넘실대는가." 반환 레버를 돌려가면서 까지 동전을 돌려주었다니.......잔인햇 커피와 설탕과 프리마의 환상적인 배율은 2:2:1로 배웠던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20대 초년생이였을 때 배웠던 거라 까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창 다니던 캐드회사에서의 관리직 막내는 어른들이 왜 그렇게 커피를 마셔대나 몰랐는데 삶에 찌든 지금의 고인물인 저에게는 커피는 없어서는 안될 생명수와도 같은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믹스커피 한잔 내려드리고 싶네요
다방 커피는 둘둘둘이 기본이었던 듯 ㅋㅋㅋㅋ 회사 생활에서는 탕비실에서 마시던 믹스커피가 링거 같은 존재였는데,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네요.
출근과 동시에 1리터 커피를 들고 출근합니다 생명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월 12일 (인터뷰) "오기와의 인터뷰 1" "나는 내게서 마치 떨어져나갈 듯 길게 늘어진 나의 그림자를 봐." 네게 아름다움은 뭐야? 생각해보고 싶은 하루입니다ㅎ
9월 13일 (시) "대화" "조용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빗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햇빛 조각이라는 표현이 넘 예쁘네요. 햇빛 조각이 있으면 주워서 통에 담아, 우울해서 동굴속에 들어가고 싶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보고 싶지 말이예요
9월 14일 (에세이) "오뚜기 삼분카레!" "오뚜-기 삼분카^레" 어?! 이거 최근 제가 필사하고 있는 시인님의 책 '천천히 와'에 있던 내용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집에가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ㅎㅎㅎ 오뚜기 삼분 요^리~인게 그때 카레말고도 짜장도 있었단 말이죠?! 양대 산맥을 이루던 ㅋㅋㅋ 간편음식이라 맞벌이인 저의 엄마도 아주 애용하던 거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든 시인님 행복했음 된겁니다! 암요
9월 19일 에세이 오기와 시 정말 인간은 주로 악한 중에 느닷없이 선해지곤 할까요 저는 가끔 시인은 세상을 따뜻하게? 아름답게 보는 사람이라고 혼자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시인님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고 있었네요. 앞으로도 시를 많이 읽어야 겠습니다. ㅎㅎ
9월17일 희곡 오기의 희곡 오기-그럼, 왜 찾아오신 거죠? 아버지-내가 온 게 아니고 네가 온 거지. 난 여기 계속 앉아 있었다. 갑자기 네가 나타났어. 깜짝 놀랐다니까. 아버지가 가신지 딱 10년이 됐어요. 무뚝뚝한 부녀 사이였던 우리, 아버지와는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인가 돌아가신 이후 제 꿈에 한번도 나타나신 적이 없어요. 오기의 희곡을 읽다보니,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은게 아니라 내가 아버지를 부르지 않았던게 아닌가, 아버지는 어쩌면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계시진 않을까.... 아버지는 술 담배를 좋아하셨고 그것들로 병을 키우셨고 그래서 말년엔 그것들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시간들을 보내셨는데. 아버지 제사상을 차린다면 그렇게 좋아했으나 할 수 없었던 술과 담배를 잔뜩 올려 드려야 하나 싶어지네요. 아버지, 그곳에서도 외롭게 혼자 계신가요?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그곳에서의 안부를 문득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래 오기야. 그렇게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커피처럼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어. 에스프레소면 에스프레소, 라떼면 라떼, 아메리카노면 아메리카노. 그런데 말이야. 시를 쓴다는 건 아마 원두 생산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일 거야. 커피나무 열매 수확 말이야. 아니지, 커피나무를 키우는 거랄까.
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유희경 지음
9월 20일 인터뷰 오기와의 인터뷰 2 "말해질 수 있는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 아니야. 부끄러움은 결코 말해질 수 없는거야.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다는 건 아니야.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부끄러움은, 깊고 컴컴한 상태이기 때문에 표현해낼 수가 없음,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우리가 말하고-듣는, 쓰고-읽는 부끄러움은 실제적인 부끄러움이 아니야. 부끄러움의 테두리야." 오기의 존재에 대해 알게되니 더 흥미롭게 읽히는 인터뷰네요ㅎㅎ (엄마 지갑에 얼마나 손을 댄거냐. 상습범인가;;;) 부끄러움은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조차도 저 깊숙한 곳의 부끄러움은 말하기 힘든 것 같아요. 직시하기 힘든 마음 때문일 수도, 그 자체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때문일 수도 있을거에요. 제가 읽은 책 중에는 아니 에르노의 글들이 그런 면에서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했었습니다. 아, 자신을 이렇게까지 까발릴 수 있구나, 나의 경험과 나의 내면을 이 정도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할 수도 있구나. 그 용기만으로도 노벨상 받을 만 하구나 ㅎㅎ
9월 21일 편지 오기의 답장 "비록 우리가, 정말 아무렇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이지만 눈으로 변한 비나, 소설 속 은유된 신 얘기는 편지가 아니고서는 절대 공유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문자로 하겠어요 전화로 하겠어요. 편지가 아니면 버려질 이야기를 형은 구제해주었고 그런 착한 마음은 좋지 않더라도 좋아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응원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편지라는 걸 써본 게 언제인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자판으로 친 메시지나 이메일 말고, 종이에다 손글씨로 직접 쓴 편지라면....몇 해 전 일주일 간 캠프를 떠난 아이에게 보고 싶다고 쓴 편지가 마지막인 것 같아요. 배송이 늦어져 결국 아이가 받지는 못했지만ㅠㅠ 편지지에는 문자나 말보다 낯간지러우면서 내밀한 이야기들을 적게 만드는 마력이 있긴 하죠. 몇 년 전 본가에 갔다가 학창 시절 친구들의 편지를 모아둔 편지함을 정리했더랬습니다. 유치한 편지들을 사진 찍어서 몇몇 친구들에게 톡으로 보내줬더니 부끄러워서 꺅~꺅~소릴 지르더군요. 자기가 쓴 게 아니라며 막 부정하고요 ㅋㅋㅋ 친구들에게 갔을 나의 편지에는 어떤 말들이 담겨 있을까, 그걸 보게 된다면 나도 절레절레 하게 되겠지ㅎㅎ
저는 이 편지를 읽으며 더 이상 우편함이 설레지 않는 시절을 살고 있음에 조금 아쉬웠고 그럼에도 가끔 우편함에 들어 있는 계간지의 존재를 생각하고 조금 기뻐졌어요. 공과금이나 통지서가 아닌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가 그나마 우편함을 반가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 같네요. 그리고 또 하나 그 주간지 봉투의 라벨을 조심스럽게 뜯어내는 장면에서 제가 요즘 매일 하는 택배 박스의 송장 부분을 4번의 기회를 놀리며 조심스레 뜯어내는 제가 생각이 났어요. 칼이나 가위를 쓰지 않고 귀퉁이를 잘 포착하여 개인정보가 담긴 송장을 뜯어내는 것도 어느새 저에게는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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