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도서관 x 그믐] ①우리동네 초대석_장강명 <아무튼, 현수동>

D-29
현수동의 상권에 대한 내용 중 <마녀 배달부 키키>의 빵집 이미지라니 확 이해가 됐어요. 이런 단어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잔잔하고 나른한 가게를 좋아해요. 현수동 옆이 이미 힙하니 현수동은 오소노 아주머니의 빵집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소노 아주머니의 빵집 같은 가게들이 있는 곳, 자영업자들이 여유 있게 장사하는 동네에서 살고 싶네요.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어차피 빵은 많이 먹으면 안 되지만... ㅠ.ㅠ 그나저나 저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그림도 좋아하고 삽입곡도 좋아해서 종종 듣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나 《이웃집 토토로》 OST보다 훨씬 좋아해요. ‘순환하는 계절’, ‘루즈의 메시지’, ‘상냥함에 감싸인다면’ 모두 좋아합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역사> 22쪽 고향이 없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감각은 나혼자 느끼는 것은 아닐 듯 하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 : 저도 어렸을 때 TV를 보면 '고향'이란 단어가 나오면 항상 정감있는 농촌 풍경이 나와서 고향이 없다는 박탈감 같은게 느껴졌어요 저에게 고향은 빽빽한 빌딩들과 매캐한 매연과 밀려다니는 지하철역 사람들이 떠오르니까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지방으로 이사를 갔는데 넓은 논밭과 평화로운 하천을 보니 도시가 강렬하게 그립더라구요~^^;; 그래서 어린 딸들의 이끌고 도시의 매연과 화려한 불빛 그리고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러 자주 올라왔답니다. 음~~ 도시가 고향인 사람의 경우 매연이 그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책에도 인용했지만 저는 윤성희 작가님이 “나는 아직도 서울이 누군가의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쓴 구절을 보았을 때 너무 동감이 되었어요. 저는 도시 풍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더라고요. 매연이나 화려한 불빛을 보며 친근함을 느끼지도 않고 거기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해도 그리움을 품지도 않거든요. 아름다운 야경이야 물론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자연 풍경이 더 좋습니다(산촌 풍경은 별로 안 좋아하고 수변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나이 들면 사람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막연히 바라기도 했는데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마음을 확 접었습니다.
23쪽 이유가 뭘까? 꽤 긴 시간 여러가지 답안을 궁리했는데 유력 후보 중 하나는 '광흥창역 일대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래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괜찮게 살았고 얼마 전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괜찮게 살 수 있을것 같다는 안전하고 희망적인 느낌 허허벌판 위에 지은 신도시에서는 그런 느낌을 얻을 수 없다: 전 신도시에서 자라지 ,않아서인지 구획정리된 빌딩숲에 가면 좀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신수동이나 신촌쪽은 구불구불한 골목들과 오래된 낮은 집들에서 시간이 느껴져서 오히려 더 편하구요 더구나 여러 예술가분들이 계셨다니 왠지 좋은 기운이 흐를거 같은 미신적 믿음도 생기네요~^^
작가님, <아무튼, 현수동> 도서관 편에 나오는 추천 책 "단 한 번의 시선"을 우리동네 도서관에서는 구하지 못했어요. 이북으로 구매해서, 어제 오늘 흥미진진, 오랜만에 어릴적 추리소설 읽는 느낌을 다시 느꼈어요. 감사드려요.
어휴, 제가 뭐 감사를 받을 일인가요.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본 것은 다 재미있었습니다. 믿고 볼 수 있는 작가구나 싶더라고요. 그래도 최고는 "단 한번의 시선"이었습니다. ^^
<권력이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인물> 35쪽 권력자 학자 부자들의 흔적만 남아 있다면 광흥창역 일대에 그렇게 애착을 품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니. 신수동과 구수동에 걸쳐 메주를 만드는 마을도 있었는데 '메주무수막'이라고 했다 지금의 신수동 50번지 일대다 메주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재료지만 만들 때 냄새가 지독하다 : 저도 어렸을때 어른들이 메주를 만들면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는 싫은 냄새였지만 지금은 그리운 풍경입니다
37쪽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모른다 권력자나 고위공직자 부유했던 이들이 아닌 사람의 이름은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 동네와 길의 이름도 서민들이 붙인 것일수록 권력으로부터 멀수록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사직동이나 종로같은 이름은 아주 오래 남을 것이다 반면 무쇠막이나 바탕거리 같은 지명은 이미 공식적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 뛰어나거나 권력자들의 행적만 역사에 남습니다 뭐 당연한 걸수도 있지만 그 공간에서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성실히 열심히 어우러져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도 기록되어 알려졌음 좋겠습니다 그 분들이 우리들의 대부분이지요~ 요즘 지하철역 이름조차 학원이나 병원명으로 바뀌거나 해서 좀 슬프던데 무쇠막이나 바탕거리같은 지명이나 거리이름들로 그들의 삶이 오래 남길 바랍니다
사실 광흥창역 일대를 취재하면서 저도 궁금했어요. 저로 말하자면 메주 말리는 건 시골 친척집에서 보기는 했어도 메주를 쑤는 건 한번도 못 봤거든요.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얼마나 지독하기에 도성 밖에서 쒔던 건가, 궁궐 안에서도 메주를 쒔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건 소규모로 쒔던 건가 의문은 있었는데 더 깊이 파고 들지는 않았습니다. ^^;;; 제가 광흥창역 일대에 살 때는 구수동사거리 근처에 ‘무수막’이라는 이름의 식당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것 같네요.
사대 째, 저는 50년 넘게 이 동네 살고 있는데 보자마자 반가워서 오프 신청하러 가니 그새 마감 이네여 그믐은 참 여러모로 저를 챙기는지 맞춤형 같아 감사합니다 기대감 가지고 참여합니다.
40쪽 이중섭이 신수동에 살며 개인전을 연 1955년 김수영 시인이 서울 성북구에서 구수동으로 이사를 왔다 시인 부부의 그 유명한 양계 생활이 시작된 곳도 이곳이다 부인 김현경 여사가 병아리 11마리를 사 왔는데 나중에 이게 750마리로 불었다 닭을 키우는 것은 취미가 아닌 생계 수단이었다 김 여사는 시인에게 "닭이 알만 낳게 되면 당신도 그 지긋지긋한 원고료 벌이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돼요"라고 말했다 : 예술가의 삶과 양계농장주인의 삶은 아주 다를텐데 김수영 시인이 양계생활을 했다니 놀랍습니다 그 중 김수영 시인 부인, 김현경 여사의 말이 너무 멋지고 예뻐서 와 닿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과 어떻게 병아리 11마리를 750마리로 불릴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여러모로 여사님을 배우고 싶네요 ^^
김수영 시인과 이중섭 화가의 이야기는 『아무튼, 현수동』을 쓰면서 더 쓰고 싶은데 꾹 참고 자제한 부분입니다. 이 자리에서 풀어놓으면, 일단 김수영 시인이 닭을 최대 몇 마리까지 쳤는지 좀 궁금합니다. 산문 「양계변명」에는 천 마리라는 수치도 나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사모님인 김현경 여사님의 기록이 함께 나오는 한겨레 기사가 보다 정확할 거 같아서 750마리로 적었어요. 「양계변명」에 나오는 수치는 꼼꼼히 읽으면 광흥창역 일대에서 부인과 함께 키운 닭의 수가 아니라 창동에서 김수영 시인 어머니가 키운 닭의 수를 말하는 것 같고요.
이중섭 화가가 신수동으로 이사 온 것은 1954년 11월 1일이고, 대구로 간 것은 1955년 2월 24일입니다. 김수영 시인이 구수동으로 이사 온 것은 1955년 6월이니까 두 사람이 현수동에 산 시기는 겹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장소를 보면 참 아슬아슬하기는 해요. 이중섭 화가의 집은 노고산 자락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주소는 알려져 있지 않고, 김수영 시인의 집은 구수동 41-2번지입니다. 신수동이 큰 동네는 아니고, 구수동은 신수동 바로 옆이라서, 신수동 끝에서 구수동 끝까지 걸어서 20분이 안 됩니다.
김수영 시인이 이중섭 화가를 알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좋은 전람회가 열리고 있는데 뭘 하느냐”고 평화신문 기자였던 이활 시인을 다그쳤으니까요. 이중섭에 대한 기사가 하나도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문화부 기자보다도 더 미술계 소식에 밝았고 안목이 있었던 김수영... 그런데 이중섭 화가가 김수영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서로 구수동 주민, 현수동 주민인지 알았는지는 더 모르겠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안목이 대단하시네요 이중섭 화가를 챙기시는 걸 보면요~ 위대한 예술가는 뛰어난 예술가를 알아보는 능력도 있으신걸까요?? 장강명 작가님의 더 많은 이야기들도 감사합니다^^ 멋진동네에 멋진 사람들은 왠지 한몸 인거 같습니다~
서강도서관에서 작가님을 뵙고 싶었는데 벌써 마감이네요..ㅠㅠ 아쉽지만 오프라인에서라도 뵙겠습니다.^^!!
아... 연초 첫 강연 행사라서 신청자가 많았나 봅니다. 다음에 또 인연이 닿겠지요? 아쉽지만 그믐에서라도 이야기 나누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친구와 마포에서 보기로 하고, 조금 일찍 나와 일부러 광흥창역에 내려 잠깐 거닐어봤어요. 와우근린공원도 보고, 서강도서관도 지나치고요. 모르고 다녔을 때와 확실히 느낌이 다르네요ㅎㅎ
감사합니다. 뿌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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