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유님의 대화: 안녕하세요, 「여우의 미소」를 쓴 이지유입니다.
수북강녕 대표님께서 잘 정리해주셨듯 우리나라 귀신, 요괴들에게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져요. 때로는 인간들하고 협상을 하기도 하죠. ('네가 이걸 해주면 나는 너에게 이걸 줄게', '네가 이걸 하면 널 해치지 않을게.')
장화홍련전도 보면, 홍련은 자기네 원한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 잘 알죠. 그래서 원님만 찾아가요.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해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이롭게 하면 복도 주는 게 한국의 요괴입니다.
제가 작년에 요괴에 대해 강의를 들었는데요,
여우 (구미호)와 관련하여 중국, 일본에는 나쁜 모습이 있는 만큼 좋은 모습도 꽤 있다고 해요.
우리가 일본 여행 가면 볼 수 있는 여우를 모신 신사도 여우가 풍요로움을 관장하는 걸 상징한다고 하네요. '서민 신앙 신사'로 지금도 사업 번창이나 소원 성취를 빌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여우 요괴는 나쁜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악한 여우 요괴를 다룬 이야기가 33편 정도인데, 선한 여우 요괴는 단 한 편이라고 해요.
그 한 편이 사람이 개과천선하도록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대표님도 찾아주신 데에도 나오는 유교 세계관에서 '아들들의 바른 보고를 무시한 대가'... 이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들은 강의에서 교수님이 유교가 중국보다 더 강했던 게 한국인데, 그 영향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하셨거든요. 중국은 도교가 유교의 색을 좀 상쇄한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독 한국의 여우 이야기는 악한 요괴가 많은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반인반요'를 쓸 생각이었고, 강의를 들은 후 사람이 아닌 선호가 되기 위해 인간을 개과천선시키려는 여우 이야기를 쓰는 걸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반인반요'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환영받지 못하는, 공동체에서 겉돌 수밖에 없는 불안함을 안은 자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 외면받는 존재가 가진 힘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님들도 깊은 공부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하실 거라 짐작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을 들으니 역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제가 찾은?! '여우 누이' 전설과 「여우의 미소」 작품 간 공통점은 누이와 오라버니의 '불통'이었습니다
영인의 오빠이자 현감인 이재원은 영인의 조력자이자 선한 편에 서 있는 인물로, 동생의 명석한 두뇌와 추리를 드러내 시기하거나 애써 방해하지는 않지만, 영인이 바라는 궁극적인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로 보여졌어요
「금녀」에 이어 이 이야기에서도 사람과 동물의 소통은 (오히려?) 현대보다 자유로운 듯 보입니다 부부의 연도 맺고, 입양도 하고요 "동물의 가장 큰 소망은 사람이 되는 것!" 이라는 생각은 얼마나 사람 중심적인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