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잠히 듣던 영인은 장옷을 귀 뒤에 걸치고 거리를 쏙 홀어보았다. 저고리 고름에 매달린 노리개의 작은 구슬이 반짝 였다. 마을에는 사람들의 불안이 무겁게 내려앉아 검게 뭉 쳐 있었다. 검은 뭉치들은 집이나 길거리, 나무 외에도 사람들의 머리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사람들의 심란한 기운이 그들에게 되돌아와 불안을 가중하는 모양새였다. 그들은 산 에 혼자 사는 미친 백정이 죽였다, 다른 마을에서 도망친 최수의 짓이다 등등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공포심을 높이고 있었다. 영인의 동공이 일순 세로로 얇아졌다가 다시 동그랗 게 돌아왔다. ”
『귀신새 우는 소리』 p.70, <여우의 미소> 중, 류재이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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