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야 어사는 시퍼런 남자 머리가 무엇인지 명확히 깨달았다. '저것은 창귀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뒤 호랑이에게 지배당하는 사람의 혼령. 목소리를 꾸며 다른 이들을 홀려 호랑이에게 바치는 사악한 귀신. ”
『귀신새 우는 소리』 p238, 류재이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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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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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이 죽은 밤의 풍경이 선하게 떠올랐다. 온몸에 약 섞은 닭 피를 잔뜩 뿌려 피 칠갑이 된 채 홀로 어두운 산길을 걷는 이방. 돌연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호랑이. 향기에 홀려 맹렬한 눈빛으로 덤벼드는 호랑이. 머리에 박히는 날카로운 송곳니. 사방으로 튀는 피와 살점. 그르릉거리는 울음소리와 제 몸과 머리가 박살 나는 소리. 그걸 들으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이방. 그래, 이거다. 나는 이렇게 죽고 싶었다. 나는 드디어 천하에서 제일가는 권세를 얻는다! 고통보다 더한 환희를 느끼며 호랑이의 앞발로 서서히 빨려드는 혼령. 그렇게 이방은 창귀가 되었으리라. ”
『귀신새 우는 소리』 p258, 류재이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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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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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을 내려놓으며 형이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어사는 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은 보통 총알, 그 다음은 요괴를 물리치는 총알로 장전했구나. 지시대로 잘해주었다." "헤헤" 형이가 웃었다. 관아에 밝은 빛이 들었다. 드디어 산 너머에서 해가 모습을 보였다. 햇빛은 어사와 형이와 사또, 호랑이의 사체를 내리비추었다. 빛 아래 산 자와 죽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귀신새 우는 소리』 p262, 류재이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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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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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동이 일어날지도 몰라서요." "큰 소동?" "사실 그 이야기 하려고 온 거거든요." "무슨 이야기?" 달래가 꽃님이의 귀에다가 소곤거렸다. "반쪽이가 온대요."
『귀신새 우는 소리』 p280, 류재이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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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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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속 죄지은 사람은 꼭 벌을 받은 것처럼, 산돌도 벌을 받았다. 잠만 자면 다리 하나 없는 산송장이 "내 다리 내놔" 외치며 기어오는 것이다. 다만 벌은 산돌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꽃분도 벌을 받았다. 반쪽이를 낳은 것이다. ”
『귀신새 우는 소리』 p283, 류재이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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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N
반쪽이가 온쪽이에게 말했다.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때가 되었어. 귀졸 노릇이었지만, 잠깐이라도 한 몸이었던 너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