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의 7일

D-29
한 40분 자니까 훨씬 낫다.
전엔 변소에서 쪼그려 앉는 화변기가 좋았는데 이젠 양변기가 편하다. 서양식으로 몸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방바닥에 앉을 때도 의자가 앉는 것이 양반 다리로 앉는 것보다 편하다. 서양식으로 변하고 있다. 양반 다리는 이제 불편하다.
동병상련 인간 사회에선 결국 좋은 뜻이 있어도 그걸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은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조직에서 그 비리를 파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내부고발자가 아니라 배신자로 낙인찍혀 그 조직에서 배기기 힘들어지게 된다. 그 배기기 힘은 것은 바로 생활이다. 이 생활이 이상(理想)보다 대개는 오래 가고 일상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인간 사회에서 그 비리를 파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현실을 고통 속에서 버티면서 그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드물다. 그러면서 그걸 간파하고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처럼 소수지만 또 있다. 자기와 비슷한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자기 과(科)인지 금방 아는 것이다. 우연히 해후(邂逅)하면 기쁘고 반갑다. 지금은 한국 사람이 외국에 많이 나가 있어 그런 게 별로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 나가는 게 드물어 거기서 혼자 서러움을 겪을 때 한국인을 만나 그걸 달래는 것하고 비슷하다. 서로의 어려움 잘 알기에 서로 돕는다. 아무 한국인하고도 대화가 통한다. 거기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한다. 하여간 다른 많은 사람 중에 자기만 가진 것을 흔하는 않은 남이 가진 것을 보고 그를 돕는다. 사심(私心) 없이 진심으로 돕는다. 이게 유유상종이고 동병상련이다. 그러면서 서로의 신념, 나와 같은 그의 뜻을 지지해 주는 것이다. 그러는 것 자체가 자신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뭉치는 건 같이 같은 곳을 향해 가는 것, 정치를 하는 것이다.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규합해 서로 도우며 힘을 합해 밀고 나가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잘 뭉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은 겪지 않으면 상대를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 사회에서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하면 서로 덜 힘들고 자기의 신념을 관철하기 쉽다. 같은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같이 이 세상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그 느낌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이다. 소수의 좋은 신념과 생각을 가졌다면 자기와 비슷한 인물을 찾아 그와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자기의 좋은 뜻을 더 힘차게 밀고 나갈 수 있다. 이런 게 인간 사회에서 통하고 유용한 유유상종(類類相從)이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인 것이다.
부정적이지만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기록해야 뭔가 더 글에 힘이 들어간다. 좋은 말만 쓰면 거짓말하는 것 같아 글에 힘이 좀 빠진다.
우리는 타인에게 악이고 죄인일 수 있다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한 대로 타인은 지옥으로 내게 있어 악(惡)이고 죄인일 수 있다. 왜 그런고 하니, 타인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도 내가 그 타인이 아니다. 인간을 다 이해하긴 불가능하다. 인간은 우선 자기 위주다. 자기가 여유가 있어야 남을 보고 돌보기도 한다. 우선 자기부터 챙긴다. 어떤 타인이라도 남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새우는 법은 없다. 지새우는 이유는 결국 자기 걱정을 걱정해서 그런 것이다. 자기부터 걱정에서 벗어나야 남에 대해 생각한다. 그 남이라는 것도 실은 자기와 비슷한 뭔가를 그 대상이 갖고 있어 그런 것이다. 자기와 너무나 다르면 그는 자기 걱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이웃 인간보단 차라리 나무와 같은 무감정물을 자기와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 곁에 있는 인간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비슷한 것을 그 나무에게, 또는 강아지에게 이입(移入)하기도 한다. 이러니 같이 사는 타인은 지옥이고 내겐 악이고 죄인(罪人)일 수 있는 것이다. 그 타인에겐 차라리 내가 바라는 대로 피해나 안 주면 다행인 것이다. 타인은 나를 전혀 모르는 지옥으로 여겨 해를 안 입히기만 해도 인간 현실을 그나마 잘 살아가는 것이다. 생각은, 그를 없애고 싶지만 차마 안 그러는 것이다. 그도 나와 같이 나를 지옥, 악, 죄인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이다. 자기도 남에게 악이고 지옥일 수 있다, 충분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게 악인 그가 나에게 손해만 안 입히면 되는 것이다. 내가 그에 대해 함부로 이해 불가인 것처럼 그도 나를 이해 불가하다고만 생각해 줘도 고마운 것이다. 그건 어쩌면 자기처럼 남도 존중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기 생각이 옳다며 내게 주입하려고만 안 해도 그냥저냥 그를 존중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걸 전제로 내 생각을, 내 주장을 맞추라고 하면 안 된다. 상대의 생각도 나처럼 소중하다. 인간 사회에선 다 다르다는 다양성과 그 기준이나 가치가 고정불변하다는 절대성이 아닌 상대성만이 진리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편견과 선입관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만 알아도 남에게 적어도 해를 입히진 않는다.
나는 작가로서 예민하기 때문에 남이 하는 함부로의 말에 민감해서 그에 대한 글을 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게 어떤 큰 의미로 일어난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결국 그건 별것 아닌 일로 인해 일어난, 반전을 꾀하는 소설이 있다. 이땐 허탈하다. 독자를 갖고 논 것인가, 독자를 마구 휘두른 것인가, 속인 것인가. 하긴 세상엔 별 거 아닌 일로 일어나는 게 대부분이긴 하다.
주민번호 외국은 개인정보를 중히 여겨 주민등록번호 같은 게 없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이상하게 생각한다. 왜 그걸 허용하느냐고. 그런데 우리가 허용하는 건 박정희 독재가 그렇게 만들어서 할 수 없이 편하니까 그냥 쓰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조금만 거치면 다 관련이 있는 인간들이다. 그러니 나 외에도 다른 인간을 믿을 수 있어 그런 것이다. 흘린 남의 물건을 안 가져가는 것도 범인이 쉽게 잡히므로 그런 것이다. 외국처럼 도망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잡혀 망신당하느니 안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건 거의 단일민족이라 그런 것이다.
개인 원한이나 그런 게 아니라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국가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냥 아무 사심 없이 글을 읽어보자.
나처럼 작가는 한계 뛰어넘는 소릴 잘한다.
국가의 습성 국가는 관리자에게 편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국민이 들고 안 일어나게 대량의 피해를 막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국가의 습성은 한 인간의 습성과 같다. 내 습성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안방에 앉아서도 세상을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그냥 두면 안 된다. 스스로 자제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제어를 못 하기 때문이다.
잠을 한 숨도 못 잤지만 의외로 마음은 편하다.
글은 그저 솔직히 쓰는 게 최고다. 그게 결과적으로 쉽게 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그래야 자기도 속이 시원하고 떳떳하다. 거짓을 글로 적으면 안 된다.
그저 쉽고 명확하게만 쓰자 한 작품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한 부분에서 떠오른 영감으로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써도 좋을 것이다. 뭔가 있는 것처럼 비문을 일부러 남발하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게 쓰는 것은 꼭 사기꾼이 개소리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애매하게 쓰는 건 자기 생각이 확고하지 않은 것 외엔 달린 설명할 길이 없다.
일본은 거대 조직, 나라가 범인인데 너무나 거대해 그냥 두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시기가 무르익으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 구조가 복잡한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조직을 알아야 한다. 검찰도 해결하려면 의지와 그 조직을 아는 인간이 적임자다. 근데 인간 사회에서 해결해야 뭐 하나. 결국 다른 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터질 것이다. 우리나라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인간은 원래 그래서 그런 것이다. 한마디로 구제불능이다.
심각한 사건으로 보여도 너무나 싱거운 사건으로 판명 나는 경우도 있다.
발전만이 인간 행복에 도움을 줄까 서울을 걸어서 가는 시대가 좋은가, 아니면 자기 차로 서울에 가는 시대가 좋은가. 아마 낭만은 전자일 것이다. 발전이 인간을 마냥 행복하게 하진 않는다. 서로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남의 겉모습을 보며 나는 불행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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