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의 7일

D-29
회의와 염세주의에 빠지는 것은 일단은 거짓말을 안 해 안심이 되고 믿을 수 있다. 사실이 그러니까.
장사는 다 사기꾼이다.
이슬 꼭두새벽에-한낮은 더워서-들로 나갈 때 아버지 가랑이를 적시는 이슬을 보면 그게 그렇게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엔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황소가 앞장서고 아버지, 그다음이 나. 그늘진 솔밭을 지나 이슬 맺힌 좁은 오솔길을 나란히 걷는다. 미소가 예쁜, 청초한 여선생님은 밥도 안 먹고 변소도 절대 안 가고 그저 이슬만 머금는 줄 알았다. 안 그러면 어떻게 저렇게 사람 얼굴과 피부가 투명하고, 옷도 저렇게 항상 선녀(仙女)처럼 희고 깨끗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슬처럼 영롱한 담임 선생님이, 우리 초가집으로 가정방문이라도 올라치면 마을 어귀에 보이면서부터 나는 그만 가슴이 두방망이질하기 시작한다. 짚으로 엮은 흙 담벼락을 따라 넝쿨 호박과 나팔꽃에 맺힌 이슬과 거길 기어오르는 청개구리는 동쪽에서 막 솟는 태양을 맞이해야 한다. 그 둘은 곧 사라질 운명이다. 짚으로 덮은 흙 담벼락, 노란 호박꽃, 보랏빛 나팔꽃, 차가운 청개구리, 거미의 출렁임에 땅으로 낙하하는 이슬. 이게 한 폭의 그림이 아니면 무엇이랴.
부모 부모, 하면 생각나는 게 두 가지 있다. 아마 평생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 말고도 누구나 부모를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 표현하긴 어렵더라도 그게 머리에 이미지로 선명히 나타날 것이다. 그건 자신만이 평생 간직하고 있는, 감미롭고 아늑한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꿈의 세계일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오일장(五日場)에 안 데려가면 떼를 쓰며 졸랐다. 한번은 그와는 다르게 동네에 초상이 나서 아버지가 마침 동네 이장이어서 마을을 돌며 부고장을 돌렸다. 그때 나를 데려가라고, 나는 땅바닥에 뒹굴며 생떼를 부렸다. 할 수 없이 아버지는 나를 짐바리 뒤에 태우고 동네를 돌았다. 장등을 올라갈 때 등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페달을 열심히 밟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만 뒤에 타지 않았어도 아버지는 쉽게 동네를 돌 텐데.” 어머니에 대한 건, 한번은 부뚜막에 여기저기 틈이 생겨 연기가 거기로 새는 것이다. 눈이 매워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가 없다. 이걸 메우려고 차진 붉은 흙을 뜨러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어머니와 나는 수리조합 뚝방 아래를 지나는 것이다. 발아래로는 시퍼런 물이 뭐든 삼켜버릴 기세로 흐르는, 논에 물을 대는, 난간도 없는, 일본 놈들이 만들어 튼튼한 그렇지만 아슬아슬한 수로(水路) 위를 걸어 조대흙을 파러 가는 길이다. 이상하게 이 그림이 별사건이 없는데도, 내 머리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내게 뭔가 무서우면서도 정겹고 마치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되는 것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데 그림은 못 그리고 안 되는 글로나마 이렇게 표현해 내 마음을 달래 본다. 그러나 뭔가 아쉽고 부족한 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걸 보면, 인생길 도중에 큰 사건도 잘 잊히지 않지만, 그때의 분위기나 인상, 느낌, 빛깔, 냄새 이런 게 더 머리에 오래 각인 되는 것 같다. 특별히 어디에 갔다거나 색다른 이벤트보단 일상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 나이 들어서도 잊히지 않고 특히 감미롭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자신에게 오래 간직되는 것 같다.
한글은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한자는 공문서에서 많이 쓰인다.
나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고베에서 일본이 안전에 엄청 조심하는 걸 보았다.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특이한 직업이 소설엔 많이 등장한다.
일본인은 뭔가 부탁하거나 잘못을 빌 땐 몸을 아래로 지나치게 굽힌다.
일본인은 된장국을 기본으로 늘 먹는다.
기질에 맞게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그 어떤 다른 능력이 뛰어나도.
일본은 많은 나이 차이로 결혼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뭐든 당연하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탈선은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주변엔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와 같은 사람을 찾아 헤매다 그렇게 된 것이다. 인간들이 사는 사회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냉정하다. 동물의 세계와 거의 다름없다. 사회 법칙이 아니라 동물의 법칙, 동물의 세계다.
인간은 간사하다 드라마 <에스콰이어>에서 인간은 믿을 수 없고, 개와 고양이에게만 지극정성이고 돼지, 소, 닭은 그야말로 요절을 내고 있다. 요즘엔 그게 흑염소로 옮겨가고 있다. 재수 없게 그런 종으로 태어난 동물은 생사가 달린 문제라 인간에겐 안 그러니 인간은 인정사정 봐줄 것 없다. 개와 고양이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면서 인물들이 왜 그렇게 돈가스는 게걸스럽게 먹냐. 작가가 일부러 집어넣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것도 모르고 인물들을 그저 먹어대기만 한다. 먹으면서도 개 걱정하는 말을 한다. 그럼, 자기가 지금 먹는 돼지는? 과연 이걸 눈치챈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결국 개와 고양이도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기가 기르기 좋고 귀여운 품종만 선호한다. 인간은 역시 자기 위주이고, 그래 그게 언제 변할지 몰라 믿을 수 없고, 간사하고 위선에 차 있다. 그냥 고기를 골고루 아무거나 적당히 먹는 사람이 차라리 더 나은 사람들이다.
나는 존경하는 글은 「」를 넣고 경멸하는 글은 그냥 <>롤 말아버린다.
경찰들은 종이컵 일회용 카피를 주로 마신다.
빌런의 미덕 <폭군의 셰프>에서 이년 저년, 계집, 그리고 여자를 무시하는 말이 잘 나온다. 여자는 겉은 저렇게 다르지만, 속마음은 다 같다는 것이다. 즉 음흉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영화 같은 데서 빌런이 하는 말은 맞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은 그저 자기를 합리화하고 분명히 그게 존재하는데도 마치 아닌 것처럼 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굳이 안 밝히는데 여기서 빌런의 미덕은 솔직함이다. 인간의 위선을 까발리는 것이다. 그들 중엔 그것 때문에 이렇게 사회를 바로잡으려고 떨쳐 일어났다고 하는 자도 있다.
일본에서 작은 걸 준비하는 건 여자가 다 한다.
설득력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상대가 한 말이 내가 이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 다른 시대나 나라에서 온 사람이 하는 말은 내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내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이 아닌 나와 여기와 현재의 기준으로. 그런 책을 읽으면 그래서 힘든 것이다. 이해력, 설득력에 있어, 그 책이, 읽는 나와 떨어져서 그런 것이다. 내가 아닌 남이고 시대와 장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 대한 얘기,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가장 내가 잘 이해하므로 가장 설득력이 높은 것이다. 설득력도 결국 나와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기독교를 지키고, 백인 남성만 우대하고, 그냥 지금만 살고, 돈 없는 사람은 그냥 동물이고, 약자를 쥐어짜서 자기 배만 채우려는 인간이다. 이것 외엔 없다.
매일 운동해 땀을 빼 기가 빠져 뭔가 매가리가 없다. 운동도 적당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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