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아일린은 오웰이 소중히 여기던, 인간이라는 존재가 '꼭 갖추어야 하는 고상함'을 체현해 놓은 존재였다. 오웰은 작가로 살아가는 동안 이 고상함이야말로 우리가 잘못된 권력에 -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떠들어대면서 실은 억압하는 구조에- 생각 없이 굴복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자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오웰이 지니고 싶어 했을 만한 자질이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79.,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엇, 저도 정확하게 이 문장을 오전에 딱 수집해두었었는데, 한발 늦었네요.
오웰은 가짜 결백함을 드러내는 이 정신적 상태에 이름을 붙이고, 그럼으로써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신조어 중 하나인 '이중사고(doublethink)'를 만들어 낼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중사고란 단어를 조지 오웰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신경써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요즘 청문회나 국감에 나와서 증언하는 사람들과 2024년 12월 밤의 주동자들의 말들을 들어보면 정말 이 사람들은 이중사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진실로 믿지 않으면 그렇게 증언하지는 못할 것 같았거든요...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65.,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8일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합니다. :) 오늘은 '오웰은 누구인가'부터 '사우스 올드'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59쪽부터 84쪽까지입니다. 오웰과 아일린 둘의 결혼하기까지의 삶을 짧게 요약하고 있어요. 그간 아일린은 물론이고 오웰의 초기 인생을 아주 잘 요약하고 논평하고 있으니 유용하실 거예요.
나는 문학을 특히 시를 논하는 그들을 상상해 본다. 오웰은 처음에 시인이 되고자 글쓰기를 시작했고, 아일린은 호수파 시인들을 가장 좋아했다. 어쩌면 아일린은 자신이 그 전해에 썼던 시 한 편을 언급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는 1984년을 배경으로 텔레파시와 세뇌가 성행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7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이 대목 읽고서 '앗!' 했잖아요.
덕분에 후주에 있는 아일린의 시, ‘세기말, 1984’를 읽어보았어요. 아일린의 재능이 묻힌 것이 아쉬워요!
변기가 역류해 앉는 자리며 화장실 안에 오물이 온통 넘쳐흐르자, 오웰은 자신은 그 상황에 대해 그냥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했다. (그의 건강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었지만, 누군들 그런 상황에서 상태가 좋았을까 싶다.) 배관공을 부를 돈은 없었다. 아일린은 오웰의 방수 장화를 신고 정원용 장갑을 끼고 양동이를 들고 그 일을 해냈다. 그건 정말이지 노라에게는 말할 수가 없다. 오빠에게도. 리디아에게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웰을 보호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건지, 아일린은 알 수가 없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8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본인의 유전자로 태어난 아기의 '똥기저귀'는 도저히 못 갈겠다는 아빠들이 생각나는 대목이네요~남자분들이 비위가 더 약한 걸까요?
@꽃의요정 사람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라고 변명해 봅니다.) 저는 제가 다 갈았어요. 심지어 예사로 손으로 닦는 걸 보고 같이 여행 갔을 때 여동생이 "안 더러워?" 하면서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하하하! (정말 우리 집 식구들은 엄마, 여동생 다 제가 작은 동거인한테 지극 정성인 거 보면서 저런 게 '유전자의 힘'인가? 하고 놀랍니다. 저는 원래 아이라면 질색이었거든요. 아, 조카는 예뻐하긴 했었습니다만.)
이 글 읽고 처음엔 좀 충격을 먹긴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 많지 않나요? 뭐 화장실 변기까지는 아니어도 집에서 꼼짝도 안하는 사람. 요즘엔 좀 덜한 것 같긴하지만, 암튼 꽤 있어요. 그나마 오웰이 시대를 잘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에 태어났으면 오웰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생활은 문란과 무능력인데 평생 파시즘과 싸웠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네요. 근데 글은 정말 잘 쓰는 거 같아요. 왜 몰랐지...? ㅎㅎ 그래서 사람을 평가할 땐 공과를 나눠서 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근데 또 그런 말도 있어요. 내 가까운 사람도 챙기지 못하면서 무슨 인류를 위한다냐고.
저야말로 이중적인 태도를 너무 많이 취해서...조지 오웰을 욕하지만은 못하겠어요. 제 모든 진실을 까발리면 가정파탄이 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ㅎㅎ 아직 범죄 수준의 행각까지 안 읽어서 그런 거 같네요.
제가 새벽 출근 길에 이 부분을 들었는데, 순간 짜증이 확 나면서… 차선 바꾸기를 계속 하는 앞차에게 오웰같은 “🐥끼“ 라고 저도 모르게 욕을… ㅠㅠ
그러니까요. 아일린이 변기 뚫어주러 자기한테 시집 왔냐고요? 요즘 같으면 조지 뼈도 못 추스렸죠. 조리돌림을 당해봐야 정신 차리는! ㅎㅎ
제 말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맨 뒤에 후주를 보면 전문을 읽어볼 수 있어요. 여러분! 가끔 심심할 때 후주를 살펴보세요. 상당히 유용한 자료와 논평이 많이 있습니다. :)
후주는 추가 내용이 궁금할 때만 열어보는데, ‘검은 상자’의 20번 주석도 재밌더라고요. (아일린을 보는 실비아 톱과 애나 펀더의 시각 차이!)
저도 그 부분이 많이 흥미로웠어요. 같은 자료로 이리 다르게 해석하다니요. 레베카 솔닛도 이 자료를 알고 있었을 텐데 오웰의 장미에서 아일린에 대해서, 젠더 문제에 관해서 약간의 언급외에는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마음이 해석에 영향을 줬을까요.
@Nana 리베카 솔닛이 "시대적 한계"라고 언급하고 넘어간 대목을 애나 펀더는 집요하게 파고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솔닛은 팬심을 극복하지 못했거나 혹은 굳이 안 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펀더도 분명히 솔닛의 작품도 읽었을 텐데, 아예 언급을 안 한 것도 유명한 에세이스트인 솔닛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팬심으로 이해하려면, 혹은 팬심으로 덮어버리려면,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거겠죠. 추천하신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가 너무 관심이 가지만 읽기 힘들 것 같아서 망설여집니다… (YG님이 경고하신 거 보면 ) 2025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서 본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생각도 나더라고요. 읽고 있는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도요.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한국문학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하고자 2010년 제정된 젊은작가상이 올해로 어느덧 16회를 맞이했다. 데뷔 십 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소설 가운데, 지금 여기에서 창발하는 문제의식을 가장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작품에 주목하고자 한다.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현대문학 핀 시리즈> 쉰다섯 번째 소설선. 문화공간 ‘동네북살롱’에서 자신의 팬클럽을 만든 ‘용맹하고 경솔한’ 복미영이 그녀의 1호 팬으로 낙점된 김지은과 함께 자신의 안티 팬 ‘멍든 하늘’을 위한 역조공 이벤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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