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제가 시작하는 날짜를 착각했나봐요. 그래도 워낙 쉽게 읽혀지는 책이어서 그런지 따라잡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예전에 사놓은 원서로 읽긴 한데 한글판도 궁금해집니다. (실은 원제인 Wifedom을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했는데 제목이 다르네요. suffix인 kingdom, serfdom 등에 나타나는 -dom은 주로 domain, state, jurisdiction을 의미하는데 ) 한글로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했던 Counterfiction을 대항 서사로 했군요. 저는 당연히 1984와 동물농장으로도 유명하지만 고등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여러번 수업 시간에 읽고 가르쳐서 많이 접했는데요. 특히 글 쓰기와 영어 언어에 대한 에세이는 아마 IGCSE나 IB 영어에서 필수인 듯합니다;;; 특히 active로 쓸 수 있으면 가능한 한 passive를 피하라고 한 글로 유명했죠..;; Never use the passive where you can use the active. 물론 이 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왔지만.. https://medium.com/financial-times/orwell-was-not-always-right-in-defense-of-the-passive-voice-7d521c313811 그의 예언적이거나 정언적인 글이 시원시원한 매력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더 예민한 판단의 필터를 통해 보면 반문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영어 샘이 지적해 준 게 기억납니다.
원서의 제목 와이프덤wifedom은 흥미로운 단어다. 아내라는 단어에 농노신분serfdom, 노예신분slavedom 같은 표현에서 흔히 보는 접미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이름을 알 필요가 없는 노예들처럼,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 존재를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한 아내들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_박상현(오터레터 발행인, 《친애하는 슐츠 씨》 저자)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원제를 살려서 번역했다면 어떤 제목이 나왔을까요. 아내 노릇, 아내 신분제, 아내라는 이름의 감옥, 마누라 죽이기 등등등!?
신분제 사회의 접미사라니 제목에서도 작가의 분노가 느껴져요.
전 소제목들에 Present, Tense와 Passive, Tense 등 영어 문법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사이에 쉼표를 삽입해서 오묘하게 바꿔 쓴 게 인상적이네요. 쉼표 없이는 그냥 현재 시제나 수동태일 테지만, 쉼표가 들어가서 '팽팽한, 긴장된' 의미가 들어갑니다.
와, 이중적인 의미였군요! 진짜 오묘하네요. (한국어판에는 ‘현재, 팽팽한’, ‘수동태, 뻣뻣한’으로 되어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9일 화요일에는 읽기표대로 '공짜로'부터 '역겨운 부분 지우기, 빈 칸에 줄 긋기'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85쪽부터 117쪽까지입니다. (1부는 내일 9월 10일 수요일 마무리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가부장제와 대가 없이 제공되는 (여성의) 가사 노동에 대한 저자의 생각, 그리고 이전에 나온 조지 오웰의 평전에서 아일린을 포함한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삭제되거나 왜곡되었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발 등이 이어집니다. 아일리과 오웰은 결국 결혼하고요.
지구상의 모든 사회는 여성들이 제공하는 무급 노동과 저임금 노동 위에 세워져 있다. 만약 그 노동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 액수는 10도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돈을 지불하게 되면 부와 권력은 재분배될 것이고, 그렇게 재분배를 하다 보면 가부장제의 자금줄은 말라버리고 이빨은 뽑혀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9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여성의 행위를 누락하는 가장 교묘한 방법은 수동태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고는 타자 치는 사람 없이 타자로 쳐지고, 목가적인 환경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 없이 존재하고, 스탈린주의자인 추격자들로부터의 도피는 이루어진다. “~하기로 계획되었다”라거나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같은 문장들을 볼 때마다 나는 예민해졌다. 그러기로 계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다칠 수도 있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0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한편, 오웰은 주중에는 계속 케이와 잤고, 주말은 아일린을 위해 비워놓았다….” 그리고 오웰은 그때까지 그와 섹스하기를 거부했던 또 다른 여자 샐리도 만나고 있었다. 아일린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알았을까? 전기 작가 중 누구도 이 점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아일린이 계속 모르기 위해서는 그 일이 계속 로잘린드의 아파트에서 벌어져서는 안 됐다. 로잘린드가 아일린에게 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당신과 사랑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혼자가 실은 그 시간 내내 다른 사람과 섹스하고 있고,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과 섹스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고, 아마도 하나의 신호일 것이다. 오웰과 아일린이 서로를 알게 된 지 10개월이 된 1936년 1월 오웰은 북쪽에 있는 가난한 광업 도시 위건으로 간다. 광부들의 삶을 조사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놀라운 작품이 될 글을 쓰기 위해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06~107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날짜 분배해서 여자를 만나는 오웰을 보면서 기가 차서 뭐라 표현이 안되더라구요? 여친 강간에, 양다리도 아니라 세다리 네다리인거 같고, 염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거 같은데, 그 와주에 호모포비아도 있다 하고… 저는 지금 딱 오웰을 따라 아일린이 스페인에 가려는 부분까지 읽었(들었는데, 글과 내용은 흥미롭고 재밌는데, 오웰때문에 자주 뒷목 잡다보니 한 번에 30분 이상씩은 못듣겠어요! (진짜 별게 다 진도빼려는 제 발목을 잡네요!)
@borumis @stella15 @꽃의요정 정희진 선생님께서 추천사에 그 표현을 쓰신 것도 그런 일화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저는 그래서 읽자고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죠;
ㅎㅎ 저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YG 님이 추천해 주신 책인 거 같은데 얼마 전에 '천사들의 엄격함' 읽었다가 머리에 쥐나서 지금 읽는 책이 너무 재미있답니다! 우아하고 반듯하게 살고 싶으나, 어머어머! 하면서 막장을 즐기는 저란 사람;;;;참....
@꽃의요정 님, 그 책은 원래 혼비님이 읽어보라고 제게 추천하신 책이었어요. 돌을 던지려면 혼비님께!!! (먼 산)
혼비 님께 상 드려야겠네요! 저 그 책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머리에 쥐난 거고요!
참, 김혼비 작가님 저는 그냥 털털하고 보이시하고 이럴 줄 알았는데 알라딘 TV 보니까 나름 매력적이시더군요. 혼비 작가님이 YG님께 읽어보라고 하실 땐 뭔가의 깊은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ㅋ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뭐 하나라도 건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뭐 이런 여자의 일생은 쎄고 쎄서 놀랍지도 않습니다. ㅋ 근데 요즘 <나는 왜 쓰는가?>읽기 시작하면서 조지가 좋아질려고 하는데 역시 그는 내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머네요. 동물농장과 1984를 읽는다면 그건 순전히 문지혁 때문에 읽는 것이고, 그것으로 조지와는 이별을 고하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ㅋ
옆방의 ‘필사와 함께 하는 조지 오웰 읽기’와 이 방에 동시 참여하다가는 가벼운 정신분열증에 걸릴 듯요. 하나만 패기로 나가야겠죠.
@밥심 권하지 않겠습니다. :(
아이고, 이 대목도 웃으면 안 되는데, 또 웃음이... (죄송합니다)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요. 밥심님, 화...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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