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In this fiction, the vanishing trick has two main purposes. The first is to make what she does disappear (so he can appear to have done it all, alone). The second is to make what he does to a woman disappear (so he can be innocent). This trick is the dark, doublethinking heart of patriarchy.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60,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모르겠네… 있지, 난 서른 살이 되면 처음으로 청혼하는 남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거든. 근데… 내년이면 내가 서른이야….” _55~56쪽, 리디아 잭슨의 기록에서 헉, 이 책에 이런 말이 써 있네요. 저 이거 발견하고 지금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즉 아일린의 불행이 어디서부터 왔나 했더니, 꼭 조지 때문만도 아니었네요. 아, 어쩌면 좋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였네요. 똑똑한 여자의 어리석은 선택. 으로도 볼 수 있는. 그런데 사실 적어도 저의 때는 이런 실수(?) 종종 통하기도 했죠. 그놈의 결혼적령기가 뭐라고 30 넘기면 클나는 줄 알고 갖가지 이유 갔다 붙여 가면서 결혼들 많이하더라구요. 비록 90년대 초반이어도 서양 여자들은 좀 낫겠거니 했더니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일린처럼 그런 식으로 자기 예언, 장난치듯 자기 삶을 결정해 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평소 말이나 생각을 조심하라고 했나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좀 비껴가긴 했는데, 못 생긴 남자한테 시집 갈거라고 했죠. 그래서 실제로 못 생긴 남자에게 꽂히긴 했는데 거부 당했잖아요. 근데 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다행인지. ㅎㅎㅎ 못 생긴 거 하나에만 꽂히는 것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는 거잖아요. 아일린도 마찬가지란 거죠. 30에 아무 남자나 청혼하면 결혼하겠다. 이것처럼 멍청한 선택이 어딨습니까? 근데 돌이켜보면 나이 30이면 세상 물정 알만한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30을 한참 지나 온 저는 30도 어렸구나 생각해요. 얼마 전, 아는 분의 자제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분명 신랑, 신부는 예쁘고 멋지긴한데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내 자제도 아닌데. 30초반이거든요. 잘 살길 바라야죠. 연애는 좋아서 하는 거지만 결혼은 정말 보통 비장한 각오가 아니면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젠가 그제 조지 왜 그랬어? 하며 비명을 질렀는데, 오늘은 "아일린 왜 그랬어? 한숨이 나오네요. 떠도는 말에 의하면, 뤼쉰의 아내 주안(朱安)도 그렇다던데 왜 대문호의 아내들은 하나 같이...ㅠㅠ
영국도 아홉수 같은 게 있을까요…?? 빅토르 위고도 아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쁜 놈이고 대문호 중에 부인 맘고생시킨 사람들ㅇ 참 많은 것 같아요;;
글쎄요. 서양에도 미신은 존재하니까 같은 게 아니어도 있긴있겠죠? 근데 진짜 놀랐어요. 그런 사고방식이 서양인에게도 있다는 게. 근데 아무하고나 결혼하겠다는 사고방식 기저에 뭐가 있을까? 그게 의문스럽긴 하더군요. 단순히 철딱서니가 없어서라고는 아닌 거 같아요. 집안이 평탄하지 않으면 그런 경우가 있긴한데.
근데 우리가 지금 너무 그쪽으로 가 있는 거 같아요. 나중에 부인과 알콩달콩 잘 산 케이스도 찾아 보아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좀 있지 않나요? 거 누구더라 일본 여자하고 결혼한 화가. 껌종이에도 그림을 그린... ㅠ 박수근인가요?
아, 이중섭이요? 저 그 껌종이에 그린 그림들이랑 아이들과 아내를 그리워하는 편지들이 너무 좋아서 울 뻔 했어요^^ 일본어여서 번역을 덧붙입니다: 나만의 아름답고 상냥한 천사여… 더욱더 힘을 내서 더욱더 건강하게 지내줘요. 화공 이중섭은 반드시 가장 사랑하는 현처 남덕씨를 행복한 천사로 하여 드높고 아름답고 끝없이 넓게 이 세상에 돋을 새김해 보이겠어요. 자신만만 자신만만. 나는 우리 가족과 선량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진실로 새로운 표현을, 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저도 예전에 이중섭 화백이 아내에게 쓴 편지를 듣고 혼자 울컥했던 기억이 있어요. 마사코 씨였나요? 편지에 그리움이 어찌나 절절하게 묻어 나던지...저 편지에도 계속 '나의 천사'라고 표현하는데, 죄송하지만 너무 악필이라 못 읽겠어요! ㅎㅎㅎ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집안의 천사'가 아니라 '행복한 천사'라고 한 이중섭 화백의 편지들이 너무 좋았어요..ㅎㅎㅎ 저도 저거 안그래도 악필인데다 조명이 침침한 덕수궁 미술관에서 읽느라 혼났어요;;;ㅎㅎㅎ
아, 맞아요, 이중섭! 나이드니까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이름이 튀어나오기도하고, 거 누구 있는데 하며 생각이 안 떠오르기도하고. 써 놓고도 박수근이 아닌데, 그랬다는.ㅋㅋ 이중섭 좋아하시는군요. 첨 애틋하고 눈물겹죠? ㅠ
빅토르 위고도 그랬다니… 오웰에 이어서 어지럽네요. 이번 회차를 읽으면서 전쟁 속에서도 거의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아일린이 안타깝고, 전쟁은 정말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우스 올드의 시가에서 노라에게 쓴 첫 편지에, 아일린은 오웰의 의존적인 태도와 교묘한 술수를 재미있다는 듯 묘사한다. 하지만 바로 거기 그 페이지 위에 진실이 있다. 오웰이 달리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작품을 완성하겠는가? 그것도 계속 빠른 속도로 말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2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 책은 당신이 감당해야 할 하나의 위험이다. 세상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일이 당신을 괴롭히고 해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은 그 부당함에 맞설 수 있도록 당신을 단단히 무장시켜 줄지도 모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25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머릿속에서 오래오래 되새김질을 한다. 동물처럼 행동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물론 아일린 역시 결국에는 동물이다. 어떤 동물은 그냥 좀 더 동물다울 뿐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45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조지도 네안데르탈인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아일린은 길들여진 다른 짐승들 틈에 고분고분하게 갇혀있다. 순종에 관한 어떤 맹세도 하지 않았는데도.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46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의 작가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결혼 생활의 시작과 겹친다는 건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거침없는 감정 표현, 관대하고 자비로운 태도,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경험도 실상은 복잡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 오웰의 초기 작품에는 부재했던 이런 요소들이 결혼 후부터 그의 작품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아일린의 영향 덕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130,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그믐에 올라오는 글은 다 읽지는 못하고 있는데.. 책은 천천히 읽고 있어요 ㅎ 아직 초반이지만, 저는 작가분의 에세이 같은 중간중간 챕터가 정말 매력적입니다. 현재까지는 무급노동에 관한 <공짜로>, "집안의 천사"를 죽이지는 못하고 있는 <젠더화된 영혼의 고백> 최애입니다. 정당한 억울함. 동등한 존재인 척하는 수치심. "그 노동 가운데 너무나 많은 부분이 ' 나다운 것' 이라는 정의 안에 녹아들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부당함을 보여 주는 일이 당신을 괴롭히고 해칠 수도 있으니까." 아마 나 자신의 또렷하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을 이 분이 글로 써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아무튼 이번주까지는 "집안의 천사" 노릇이 필요한 상황이라 빨리 읽지는 않고 있는데.. 이 책 소장각이네요. 도서관 바로대출로 새 책 받아 읽고 있는데 돌려주고 싶지가 않아졌어요.^^
“우리는 ‘달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때는 위로한다. 그런 행위에는 우리와 그 애들 모두를 해치는 거짓말이 얼마나 섞여 있는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도 사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저자의 책이 처음 번역됐나본데 다른 책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리디아에게 시골집의 풍경은 일종의 자학적인 전원 판타지가 한창 무르익은 모습, 타인의 예술을 위해 극한의 가난과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실험처럼 보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26,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공중 줄타기에서 와이어가 보이면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가 없다.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내는 줄을 타는 그 행위를 하늘로 솟구치게 해주는 실질적인 와이어이며, 종종 지적인 와이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행위가 정말로 놀라운 일이 되기 위해서는 와이어도 아내도 지워져야 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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