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하하, 그러니까요. 저도 사회생활 시작하고 다양한 인간군상을 접했는데,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인물인 줄 알았더니, 현생에도 계시더라고요(자기애가 충만하다 못해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이들...). 저도 @borumis 님 말씀처럼 '다들 에너지도 좋다'라고 생각했어요.
아 진짜 ㅋㅋㅋ 너무 웃기네요. 현웃 하고 갑니다 ㅎ
드라마의 모습과 책에서 드러나는 오웰의 모습이 겹쳐져서 안그래도 없는 정이 더 떨어지네요 ㅜㅜ
이부분, 너무 마음 아팠어요. 내 친구라면, 내 딸이라면... 복창터질 일입니다. 그래도 조지오웰이라는 세계적인 작가의 와이프 였다는 것에 위안해야 할까요
저희 딸이 이랬다면 우리 남편은 딸 머리를 빡빡 밀어서 절/수녀원으로 보낼 텐데..ㅋㅋ
그래서 전 밖에서는 일부러라도 배우자에게 잘 대해 주려고 해요. 쇼윈도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까지 서로 함부로 대하는 커플을 보면 둘만 있을 때 어느 정도일까란 생각이 들거든요. (처음엔 서로 사랑해서 함께하기로 한 거잖아요! ) 오웰은 그런 점에서 미성숙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아예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는 세대?였을지도?
저도 이 심리를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스톡홀름 증후군, 구원자 콤플렉스 등 여러 의견이 오갔는데, 대문호의 아내가 되려면 감내해야 하는 걸까요?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문장도 떠오르고, 근데 왕관이 맞나...) 조금 뜬금없지만 『세계를 향한 의지』를 읽었을 때도, 셰익스피어 부부 관계가 대체 뭘까(이번 책에서도 동성애가 나오는 걸로 보이고) 싶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심지어 조지 오웰과 아일린은 정략결혼도 아니고 서로 좋아했던 시간도 있는데, 왜 이렇게 돌변한 것이야, 에릭...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인데 이제야 본모습이 나온 것인가? 그래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원래도 없던 환상이 더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아, 주어가 빠졌네요. 결혼이요.
ㅎㅎ 저도 연해님과 같은 생각을 하긴 했는데,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뭐 쓸게 없어서 작가의 아내의 왕관을 쓰겠습니까? 그럴 바엔 자기가 직접 작가가 되고 말지. ㅋㅋ 아무래도 그 시절엔 여권이 없었던 시절이라 그런 건 아닌가 싶어요. 있어도 낮아서.
조지는 아일린을 사랑하지 않은 게 분명하네요. 그래서 사람은 내가 사랑하기 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결혼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만족감은 그리 높지는 않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냥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정도?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좋겠지만, 극단적으로는 이 커플처럼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이 대목을 읽으니까 조지가 아일린에게 무슨 열등감 내지는 비교 의식 같은 걸 갖고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하녀 대하듯 한 건 아닌지. 사람은 잘 해주면 안 된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저는 왜 자꾸 아일린이 불쌍하면서도 자기 무덤 자기가 팠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ㅠ
그쵸.. 안그래도 집안도 더 좋고 학벌도 더 좋고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일도 잘하고 용감무쌍하고 남녀노소에게 인기도 많았고.. 소심하고 사회성이 서툰 조지로서는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그리고 그 열등감을 필사적으로 숨길 수 밖에) 없었을 것 같긴 해요.
오랫동안 나는 오웰 부부의 내밀한 삶을 파고드는 일이 꺼림칙했다. 그건 마치 조지 오웰이었다면 싫어했을 법한 (누구라도 싫어할 법한) 일종의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일린을 찾는 과정에서 내가 오웰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느낄수록, 한 가지 사실을 점차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권리를 두고 저울질을 하면서 그곳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건 사실상 “수컷 동물은 암컷보다 더욱 동등한 존재”라는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과도한 섹스>,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떠날 시간이 되자 오웰은 리디아에게 다가와 작별 인사를 건넨다. 그러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겨우살이 밑에서 당신한테 키스할 수가 없겠네요···.” 리디아는 발끈한다. 그는 리디아에게 키스하는 것이 그동안 즐겁게 떠올려 왔지만 당분간 참아야 할 행동이라는 듯 군다. “분명 나는 쌀쌀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을 것이다.” 리디아는 쓴다. “그가 아일린에게 못되게 굴고 있다고 느꼈고, 그 겨우살이 농담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겨우살이>,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근데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 5:22에서 Wives, submit yourself to your own husbands as you do to the lord라는 말에서 결혼서약의 obey clause 가 나왔다는데 1922년 Episcopal Church House of Bishops에선 obey란 단어를 이미 뺐다고 합니다.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전기 작가들이 대부분 그러듯이 어떤 부분은 좀 시적 허용을 넘나드는 자기 주관적 해석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Vicar에게 아일린이 obey를 빼달라고 부탁하는 증거가 아직까지는 없는 듯합니다.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재미있고 조지 오웰의 평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면을 많이 알게 되지만 또 어떤 부분은 좀 많이 과장되거나 만들어진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점을 지적한 서평도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아일린에 대한 전기가 이미 3년 전에 나왔고 그 외에 다른 전기에서도 그녀에 대해 완전히 지우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는데 마치 다른 전기는 모두 그녀를 무시했고 자기가 처음으로 그녀를 '발견'한 것처럼 내세우는 자세가 공격받았던 것같습니다. 뭐, 그래도 저도 YG님이 핑크색으로 표시한 듯한 부분들이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가는 만큼 이 작가의 걸쭉한 글솜씨가 장난 아닙니다.
실비아 톱의 2020년 평전은 애나 펀더가 용납하기 어려웠을 듯해요. :) 그 평전이 성공적이었다면 펀더는 계속 소설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을 듯합니다. 책의 끝까지 실비아 톱의 평전과는 대결하고 있고요. 펀더의 책은 "조지 오웰을 악마화"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죠. "증거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은 <뉴욕타임스> 2023년 8월 8일자!
그쵸. 어느 정도 악평들의 논지가 이해되기도 하고 실은 어떤 부분들은 과연 실제 근거자료가 뒷받침되어 있는 건지 애나 펀더의 주장(상상?)인지 의심 가는 부분이 있긴 한데.. 확실한 것은 조지 오웰 자신이 그렇게 떳떳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Bowker의 전기에서 발췌된 오웰이 결혼 다음 날에 옛 애인 브렌다에게 보낸 편지에서: We were married yesterday in correct style at the parish church here but not with the correct marriage service, as the clergyman left out the "obey" clause among other things.' 아일린이 그 부분을 빼달라고 실제로 부탁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웰이 그 부분이 빠져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correct'한 marriage service를 받지 못했다고 코멘트한 건 확실하네요! 전 솔직히 결혼식 날 너무 춥고 배고파서 주례하신 신부님이 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기억 못합니다. (주변 사람들 말에 의하면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네요^^;;)
신부님이 그 신부님이 아니죠? ㅎㅎ 성당에서 하셨군요. 주례사 기억하는 신랑, 신부 없지 않나요?^^
영국이니까 성공회 교회 신부였겠죠!
엇, 그게 그뜻이 아닌 거 같은데... 보루미스님 가톨릭 신자셔서 성당에서 결혼하시고 신부님이 주례하셨다는 거였는데. 근데 결혼하는 여자로서의 신부.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아서요! YG님도 실수를 하시네요. 하하. 귀엽습니다.^^
@stella15 아, 중간에 맥락을 놓쳤네요! :) 죄송합니다. 그믐은 신경 안 쓰고 댓글 달면 이런 일이 생기더라고요!!! ㅋ
이해합니다. 저도 가끔 그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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