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와, 지금 부여에 계시겠네요. 독지가님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희망>과 <벌집>은 몰랐던 책들인데, 책지피티님 덕분에 또 새로 알아가네요. 감사합니다.
아일린은 자신이 표적이라는 걸 안다. 자신의 생활반경 안에 있으면서 실은 스탈린의 심복인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곧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 것이다.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나는 아일린을 보며 정치적인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끼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이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193,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 there are two fictions protecting her. The first, that nothing ever happens to Pig. This brings Norah's gentle, smiling face near. The second is the illusion that because she's done nothing wrong she cannot be imprisoned. But democracy, like money, requires everyone to believe in it. Otherwise the law is just flimsy paper, same as the chequebook and passports she's lying on.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9,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He comes through the revolving door like a revenant. Her heart races but she forces herself to move slowly. Smiling while everything inside her is screaming.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3,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하, 진짜...멈출 수가 없어서 Part 2 끝까지 읽고 월요일 아마 하루 종일 출장 가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올리는데.. 문장 수집은 스포일러 표시를 할 수 없네요;; 그래도 이름은 안 밝혔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무슨 카사블랑카 영화도 아니구 이 작가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써도 잘 쓸 것 같아요.. 짤막한 몇 마디로도 그리고 차마 말로 담지 못한 마음 속 대사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아내의 이름을 한 번도 안 쓴 오웰처럼 남자들의 이름을 한 번도 안 쓰고 그녀의 입장에서 쓴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she 뿐만 아니라 위에 올린 세 문장의 he가 과연 누구일지 이름을 쓰지 않았습니다.
진짜 올드 무비 생각나게 하지 않나요? 오웰은 제멋에 쩔어 사는 사람이었을까요, 아님 태생이 저랬던 걸까요? 몇날 며칠 남편이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호텔 로비에서 문만 보고 앉아있던 아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도 모자를 판에....저는 이제 오웰 이름만 들어도 뒷목을 잡게 되네요. 전 답답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데, 하는 짓이 얄미운건 둘째치고 매번 고구마 백개 삼킨 느낌을 갖게 하는 답답함이란.....
'You're being patient with me, aren't you?' he smiles.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5,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It's not fine!' she laughs, but hot tears spring up. 'I don't want to leave you here.' He shrugs, still holding her. 'What will happen, will happen. Or not.'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7,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한 전기 작가는 아일린이 했던 전문적인 역할을 지워버리면서, 그가 부대를 위해 한 일이 대원들에게 “어머니처럼 관심을” 갖는 것이었다고 묘사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8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Democracy like money requires everyone to believe in it otherwise the law is just flimsy paper same as the checkbook and passport she is lying on. -In Plain Sight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오디오북으로 출퇴근 시간에 듣다 보니 제가 들을걸 대충 옮겨 적긴했는데, punctuation mark 다 빠졌을거에요. 분명히 문법상으로는 쉼표가 좀 들어가야하는데 작가가 어떻게 적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그냥 제가 들은 것만 옮겨봤습니다. 제가 잘 못들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보르미스님이 전자책으로 읽고 계시니, 이 문장 제대로 알려주셔도 좋을거 같아요. 문장수집은 스포일러 표시가 안되네요? ^^; 월요일 부분에서 따온 문장입니다. 저는 3부까지 일단 들어뒀어요. (요즘 시간이 금이 아니라 다이아몬드급으로 바빠서 시간 여유 있을 때 읽어두려고요)
책 속의 시간 순서를 분해했다가 다시 짜 맞추는 일은 마치 얽힌 거미줄을 풀어내는 일 같았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재구성하는 동안, 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속임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그 기술을 알아차리면 가부장제의 마술은 작동하지 않게 되고, 당신은 아일린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거기, 사건의 심장부에 있는 그를.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00-20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총격이 계속되는 한 전쟁은 재미있어. 상점 진열창 속의 비행기보다 훨씬 놀라움이 덜하기도 하고. 하지만 평소에는 상당히 제정신이고 지적이었던 사람들에게 전쟁이 끔찍한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야. 어떤 사람들은 일종의 고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전혀 애쓰지 않지만, 거의 어떤 사람이든 분별력을 유지하기가 힘든 상태야. 정직함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15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러시아 혁명은 노동자들을 고용주들로부터 해방시켰지만, 여자들을 남자들로부터 해방시키지는 못했다고.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말엔 푹 쉬셨나요? 오늘 9월 15일 월요일은 2부를 마무리합니다. 읽기표대로 2부 '다섯 낮, 다섯 밤'부터 '보이는 존재'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232쪽에서 264쪽까지입니다. 주말에 여기까지 먼저 읽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조지 오웰과 아일린이 프랑스로 탈출하기까지의 일주일을 그리고 있어요. 저자는 이 탈출에서 아일린이 했던 역할을 적극적으로 조명하면서,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아내'로만 언급된 이의 활약상을 인정하라고 독자에게 말 그대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주말(9월 13~14일)에 '책걸상' 신청자 여러분과 부여를 1박 2일 다녀왔어요. 부여에는 아주 근사한 '신동엽 문학관'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신동엽 문학관에서 정작 신동엽 시인보다는 그의 아내가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신동엽 시인의 사모님은 인병선 여사(1935년생). 1930년에 태어난 신동엽 시인보다 다섯 살 연하입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최초의 여학생이었는데, 학부 때 당시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다니던 부여 출신 신동엽 시인을 만나서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고 나서, 학교를 그만두고 신동엽 시인을 따라서 부여로 내려갑니다. 신동엽 시인은 생계를 해결하는 데에는 무능력해서 평생 아내의 벌이에 의존했습니다. 거기다 한국 전쟁 당시 국민 방위군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이어서 당시에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이것저것 먹으면서 간디스토마에 감염되었고, 그 후유증으로 간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결국 1969년 만 서른아홉으로 요절했습니다.) 인병선 여사는 생계, 자녀 양육(그들의 아들이 유명한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의 신좌섭 교수입니다), 남편 간병까지 감당해야 했어요. 그 와중에 신동엽 시인은 혼외 로맨스도 있었던 듯해요. (학예사님께서 전해주신 얘기로는 인병선 여사가 시인 사후에 그가 다른 여성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하고서 없애려다가 문학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구석에 치워뒀다고 사석에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일이 조지 오웰과 아일린과 너무 흡사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제가 인병선 여사가 신동엽 시인에게 보낸 편지를 사진 찍어 왔어요. 어떻게든 남편 병을 치료해 보려는 의지, 그리고 자기랑 어머니(신동엽 시인의 장모)가 열심히 보금자리를 마련해보려고(집을 구매하려고) 돈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 등에 가슴이 찡했네요.ㅠ.
마지막에 "쓸 데 없는 공상 말고 건실하게 치료하세요!"가 마음에 콕 박힙니다;
어머 감동이네요 부여 종종 가는데 문학관은 한번도 들러볼 생각을 못했어요. 조만간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인병선 여사님의 편지 공유도 감사합니다. 글씨가 둥글둥글 한 것도 아일린과 뭔가 비슷한거 같아요... 저 시대에 여성들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머니의 이름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되네요.
이제 예술가들 그러려니 합니다. 뭐 이게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그나마 하루키가 건전한 삶을 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대신 그의 작품은 온갖 섹스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는데 이 또한 나을 것이 있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그의 단편과 에세이는 좋아합니다. ㅋㅋ 근데 인병선 여사님 좀 아까운 삶을 사셨네요. 우리나라 예술 발전의 반은 정말 그들의 배우자의 몫인데 왜 그렇게 가리워져 있는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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