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엄마와 아들 역할극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아 어쩌면 조지 오웰에게 아일린은 이런 존재였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다 포용해주며 이해해주는, 거기다 현명하고 지혜롭기까지 한 여자. 차라리 아일린이 영악하고 나쁜 여자였다면 그를 상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는 말처럼, 조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저걸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의 뇌구조를 알고 싶어요. 저 시대에는 그래도 됐던 거예요? 아예 맞바람은 씨게 피우지 그랬어요~! 아일린 ㅜ.ㅜ 차라리 맞불 작전을 놨으면 조지가 당신을 그렇게 취급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바람 옹호자도 그 행위가 옳다는 것도 아니지만, 바람이 나는 상황이라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다 누군가 좋아졌는데 상대나 내가 결혼한 상태라면.... 근데 저렇게 대놓고 매춘을 하겠다고 자신의 '배우자'에게 말하는 건 정말 끔찍한 사람이에요. 아침에 저거 읽고선 진짜 쌍시옷 들어가는 욕을 혼자 중얼중얼 염불처럼 외우면서 출근했어요.
그러니까요. 대체 어떤 뻔뻔함이면 저걸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다녀올 수 있는 건지. 저도 저 대목 읽으면서 뒷목 여러 번 잡았습니다(한숨은 덤입니다).
당시 내게는 남자인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은 조지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나는 조지가 지닌 남성 특유의 그 자만심이 짜증스러웠다. (중략) 나는 내가 자신과의 만남을 당연히 아일린에게 숨길 거라고 여기는 조지에게 짜증이 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서히 스며드는 기만에 혐오감이 일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휴식>,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런 분들 만나면 정말 부담스러워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데, 치명적인 척하는 거...
오웰은 아일린이 모르는 수많은 다른 여자들과 섹스를 할 수도 있었다. 그는 사창가에 자주 다녔으니, 그런 곳에 가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도 리디아를 끌어들인 건, 어쩌면 리디아와의 섹스가 아일린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힐 거라는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자기 아내의 절친한 친구를 노리는 건 아내를 훼손시키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다. 그렇게 하면 아내는 더욱 철저하게 고립될 테고, 더욱 더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휴식>,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이 모습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동안 아일린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여자들에게 추근대면서 아일린을 자극한 건지, 그냥 천성이 그런 건지. 도대체 오웰은 뭘 원하는 걸까요?
와, 이런 사람 만날까봐 겁나네요. 겉으로봐서 어찌 알겠습니까? 나는 악마라고 써붙이고 다니지 않는 이상. 이젠 아일린한테 화가 나네요. 이런 사람은 정신병원에라도 집어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고스란히 당하기만 했던 걸까요? 메저키스트라고 밖엔 이해가 안되네요. 빡친다~OTL
어디선가 '구원자'병에 걸린 여성분들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가 사람들 많이 망쳐 놓은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사람은 변한다.' 휴~ 이너 피스~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네요.
오웰이 새디스트, 마조이스트라는 표현이 여러번 나오던데, 아주 심히 공감되는 표현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책의 끝은 좀 마무리가 잘 됐으면 좋겠는데 그럴 리는 없겠죠? 아일린이 수술 중 사망했다고 하니...ㅠ
저 마지막까지 오웰에게 너무 화나고.. 나중엔 아일린에게도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오늘 분량 중에 '간극에 유의하라'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모임 초반에 나누었던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 대목들이 좋았어요.
오웰에게 디킨스를 그의 작품과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작가의 문학적 개성은 그의 사적인 인격과 거의, 혹은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글을 쓰고, 그와는 전혀 다른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상자 속의 여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간극에 유의하라>,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사인을 받으려고 서 있는 사람들의 줄은 친밀감으로 이루어진 간극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당신의 작품을 읽고 떠오른 그 사람이기를 바라고, 이는 전혀 불합리한 일이 아니다. 당신은 그들의 다정하고 솔직한 얼굴에서 전적으로 타인인 이 사람들이 이미 당신을 알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책을 토대로 해서 직관으로 만들어 낸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이라 여긴다. 독서라는 이 내밀하고 상상력이 깃든 융합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많은 부분을 그 사람에게 투사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당신이기를 바라는 ‘당신’은 하나의 혼합체, 즉 당신과 독자가 한데 뒤섞인 또 다른 존재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간극에 유의하라>,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내가 생각하기에 한 사람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 그저 작품이 나온 근원일 뿐이다. 그 두 가지가 일치하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다면 ‘취소’라는 처벌을 가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압제다. 그 압제에서는 어떤 예술도 탄생할 수가 없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간극에 유의하라>,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만약 오웰이 오늘날 테이블 뒤에 앉아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면, 줄에 서 있는 팬은 자신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그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을. 그 깡마른 남자는 팔 길이에 비해 너무 짧은 아주 오래되고 닳아빠진 스포츠 재킷을 걸치고, 손수 말아 만든 담배를 줄줄이 태우며 기침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푸른 눈과 이튼 출신답게 모음을 길게 끄는 높은 톤의 목소리를 지닌, 약간 말을 더듬는 사람일 것이다. 그 팬은 가식 없이 말하는 언어의 위대한 마법사를, 고상함과 약자의 수호자를 보게 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고, 스페인에서 목숨을 걸고 파시스트들에게 맞서 싸웠으며, 빛나는 에세이 한 편 한 편 속에서 모두 위선을 비난해 온, 자기비하가 버릇인 한 남자를 보게 될 것이다. 외모만 봐도 자신의 이익을 챙길 생각이라곤 없어 보이는 동정심 많고 고결한 사람을.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간극에 유의하라>,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런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모르고서야 다 훌륭한 사람인줄 알죠. 몇년 전 우리나라도 미투 운동으로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이 퇴출되거나 유명을 달리했습니까? 제가 성경을 첨 읽었을 때도 생각나네요. 특히 구약. 좋은 말만 써놓은 줄 알았는데 온갖 추잡한 사건을 거르지도 않고 가감없이 보여줬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이란. 악마의 책이었어? 식겁했던 기억이. ㅋㅋ 아, 근데 연해님 타이핑 정말 빠르시네요. 부럽삼~^^
하, 정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가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역시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구나, 싶어서요. 작품 뒤에 숨어 그럴듯한 인간(?)이 되는 이들도 많이 봐왔기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언행일치 참 어렵지요). 저도 과거에 성경을 일독했었는데, 읽으면서 멈칫하는 순간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구약은 가부장적인 면이 많이 담겨있잖아요.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타이핑의 비밀은 오전에 읽으며 수집했던 문장들을 미리 저장해뒀다가 오후에 와르르 쏟아내기 때문이랍니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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