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ㅋㅋㅋ 부지런하십니다. ^^
어떤 작가든 독자가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실체 사이의 간극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여자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간극에 유의하라>,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지금이야말로 그에게 묻기 적절한 순간일 것이다. 다른 여자들과 섹스하는 일이 당신의 작품에 활력을 주냐고. 아니면 작품을 쓸 수 있을 만큼 남자로서의 자신감에 활력을 주냐고. 그들 두 사람 다 그 질문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걸 안다. 그 질문은 침대와 의자 사이에, 수줍고 기대에 찬 얼굴로 참을성 있게 서서 누군가가 자신을 입 밖에 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려운 일이긴 하죠, 물론.” 아일린은 말한다. “펜을 종이에 대는 순간 늘 생각보다 더 많은 게 드러나니까요.” 오웰은 기다린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교열하기, 실시간으로>,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는 여기서 '오웰은 기다린다'는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읽혔어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아일린이 알고 있다'는 걸 '오웰도 알고 있고' 그 부분을 아일린이 짚어주기를 바라는 모습 같았거든요. 질투심을 자극하고 싶었던 걸까요? 한 사람이 파멸하는 걸 목도하고 싶은 건가? 마치 용의자가 사건 현장을 다시 찾는 것처럼요. 읽으면 읽을수록 오웰도, 리디아도, 아일린도 참 복잡한 사람들 같습니다.
오웰은 이렇게 쓴다. "그리고 창피하게도 나는 내가 지독하게 겁에 질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총알이 몸 어디를 할퀴고 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내내 하다 보면 온몸이 불쾌할 만큼 예민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참호 위로 고개 내밀기를 계속한다. "고개 숙여!"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소리치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5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가엾은 넬리는 채소를 먹어치우지 못하도록 줄에 묶인 채 작은 궤도만 그리며 평생을 산다. 데리고 나가는 것 정도는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조지도 집을 비웠고 하니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요. 가문의 문장을 새기려고 맡겨 놨어요." 전당포에서 돈을 받아 집에 돌아온 아일린은 조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예 사업으로 번 재산을 다 쓰고 남은 부스러기로 사회주의에 깊이 개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다니 얼마나 얄궂은 일이냐고. 하지만 지금 아일린이 보기에 훨씬 더 통쾌한 건 계급적 자의식이 강한 시가 식구들을 속여 넘긴 자신의 해명이다. 사라진 특권을 귀금속에 새겨넣는다는 허구의 이야기.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전쟁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그들은 둘 다 그걸 알고 있다. 아일린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전쟁 이야기를 흘려보낸다. 자신을 사건의 중심에 놓는걸 워낙에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하지만 알고 보니 사건의 중심이야말로 정확히 아일린이 있게 될 곳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7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마침내 나는 아일린이 경험한 전쟁을 하나로 조합할 수 있었다. 아일린이 어디에 있었는지, 그가 대의를 위해, 부대원들을 위해, 그리고 오웰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일린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건 분명했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시 읽으며 나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아일린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였다. 명쾌하고 솔직하며 자기 비하로 가득한 이 책은 이제 반쯤만 진실로 느껴졌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9~17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이 주로 따분함과 그리고 해충들과 싸우면서 총알이 언제쯤 자신을 맞힐지 알아내려 애쓰고 있는 동안, 아일린은 작전의 심장부에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6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찰스가 생각하기에 오웰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가 필요했다.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으로서 말이다. 아일린은이 말주변 없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주었다. 결혼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일린은 이미 오웰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아일린은 오웰이 "세상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중사고란 한 사람이 머릿속에 두 가지 모순된 믿음을 동시에 품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다. 그 과정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정확하게 수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죄책감이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대한 정신적 기만 체계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316,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 다들 화를 가라앉히시고요. 괜히 함께 읽자고 한 게 죄송스럽습니다. :( 오늘 9월 18일 목요일에는 3부 '딸기'부터 '쇼크'를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으로 331쪽부터 359쪽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격랑에 어쩔 수 없이 아일린과 오웰도 휩쓸리게 됩니다. 특히, 아일린의 삶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오웰은 보통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전쟁에 반대해 들고일어날 거라고 말한다. 아일린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전쟁을 선포하면 사람들은 모두 지지할 거라고 아일린은 오웰에게 말해준다. 이때가 아일린이 오웰의 “남다른 정치적 단순함”에 놀라는 순간이다. 오웰은 아일린의 통찰을 일기에 적어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3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도 이 부분을 표시했는데요, 오웰은 어쩌면 아일린의 통찰을 착취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처음엔 약간의 동경이었겠지만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줄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본 거 같았어요.
아일린은 어쨌든 런던에 남아야 한다. 일자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설된 정보부 검열과의 상당히 높은 직책이다. 이 부서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검열해 내보내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검열하는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책임진다. (…) 오웰은 아일린이 옥스퍼드의 인맥을 통해 그 자리를 얻었다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덕분이라고 말했다. 마치 그 자리가 그들 두 사람 모두의 생계를 유지할 방책이 아니라 아일린이 받을 자격이 없는 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 작가들은 아일린이 앞으로 2년 동안 두 사람 모두를 경제적으로 부양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오웰 자신도 그 사실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4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정보부에서 오웰이 할 수 있는 약간의 프리랜서 일을 찾아준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한 전기 작가는 아일린이 그곳에서 일했으며 아마도 오웰에게 일자리를 얻어주었을 거라는 언급을 피하는 식으로 문장을 써내지만 말이다. “오웰은 이따금 정보부(괴벨스의 선전부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었다)에서 일자리를 찾아냈다. 정보부는 런던대학교 세너트 하우스에 본부를 두고 있었는데, 이곳은 『1984』에 나오는 진리부를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요소 중 하나였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5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정말 아일린이 없었으면『동물 농장』과 『1984』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어요.
아일린의 친구들이니 아일린편에 서서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들 아일린 인물 특유의 유머감각과 센스가 “동물농장“을 읽을 때 드러났다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아일린의 도움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 동물농장 읽어봐야겠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지식의숲/책 증정] 《거짓 공감》, 캔슬 컬처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도서 증정]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공화 돌봄 녹색의 한국을 말한다도서관에서 책을 골랐을 뿐인데 빙의해 버렸다⭐『겹쳐진 도서관』함께 읽기[책증정] 더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DAY&NIGHT 50일 영어 필사』함께 읽고 써요[한겨레출판/책 증정] 《쓰는 몸으로 살기》 함께 읽으며 쓰는 몸 만들기! 💪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나는 너의 연애가 궁금해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북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달달북다02)》 함께 읽어요! [북다/책 나눔] 《하트 세이버(달달북다10)》 함께 읽어요!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과학의 언어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작가, 김초엽
[라비북클럽] 김초엽작가의 최신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 같이 한번 읽어보아요[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5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8월의 책 <지구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방금 떠나온 세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우리가 사랑한 영화 감독들
[책나눔] <고양이를 부탁해><말하는 건축가> 정재은 감독 에세이『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아티초크/책증정] 장강명 작가 추천!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축하합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31. 사탄탱고[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신간읽기클럽 )1.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