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오웰은 이렇게 쓴다. "그리고 창피하게도 나는 내가 지독하게 겁에 질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총알이 몸 어디를 할퀴고 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내내 하다 보면 온몸이 불쾌할 만큼 예민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참호 위로 고개 내밀기를 계속한다. "고개 숙여!"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소리치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5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가엾은 넬리는 채소를 먹어치우지 못하도록 줄에 묶인 채 작은 궤도만 그리며 평생을 산다. 데리고 나가는 것 정도는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조지도 집을 비웠고 하니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요. 가문의 문장을 새기려고 맡겨 놨어요." 전당포에서 돈을 받아 집에 돌아온 아일린은 조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예 사업으로 번 재산을 다 쓰고 남은 부스러기로 사회주의에 깊이 개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다니 얼마나 얄궂은 일이냐고. 하지만 지금 아일린이 보기에 훨씬 더 통쾌한 건 계급적 자의식이 강한 시가 식구들을 속여 넘긴 자신의 해명이다. 사라진 특권을 귀금속에 새겨넣는다는 허구의 이야기.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전쟁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그들은 둘 다 그걸 알고 있다. 아일린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전쟁 이야기를 흘려보낸다. 자신을 사건의 중심에 놓는걸 워낙에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하지만 알고 보니 사건의 중심이야말로 정확히 아일린이 있게 될 곳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7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마침내 나는 아일린이 경험한 전쟁을 하나로 조합할 수 있었다. 아일린이 어디에 있었는지, 그가 대의를 위해, 부대원들을 위해, 그리고 오웰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일린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건 분명했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시 읽으며 나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아일린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였다. 명쾌하고 솔직하며 자기 비하로 가득한 이 책은 이제 반쯤만 진실로 느껴졌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69~17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이 주로 따분함과 그리고 해충들과 싸우면서 총알이 언제쯤 자신을 맞힐지 알아내려 애쓰고 있는 동안, 아일린은 작전의 심장부에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6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찰스가 생각하기에 오웰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가 필요했다.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으로서 말이다. 아일린은이 말주변 없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주었다. 결혼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일린은 이미 오웰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아일린은 오웰이 "세상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중사고란 한 사람이 머릿속에 두 가지 모순된 믿음을 동시에 품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다. 그 과정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정확하게 수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죄책감이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대한 정신적 기만 체계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316,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 다들 화를 가라앉히시고요. 괜히 함께 읽자고 한 게 죄송스럽습니다. :( 오늘 9월 18일 목요일에는 3부 '딸기'부터 '쇼크'를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으로 331쪽부터 359쪽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격랑에 어쩔 수 없이 아일린과 오웰도 휩쓸리게 됩니다. 특히, 아일린의 삶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오웰은 보통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전쟁에 반대해 들고일어날 거라고 말한다. 아일린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전쟁을 선포하면 사람들은 모두 지지할 거라고 아일린은 오웰에게 말해준다. 이때가 아일린이 오웰의 “남다른 정치적 단순함”에 놀라는 순간이다. 오웰은 아일린의 통찰을 일기에 적어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3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도 이 부분을 표시했는데요, 오웰은 어쩌면 아일린의 통찰을 착취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처음엔 약간의 동경이었겠지만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줄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본 거 같았어요.
아일린은 어쨌든 런던에 남아야 한다. 일자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설된 정보부 검열과의 상당히 높은 직책이다. 이 부서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검열해 내보내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검열하는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책임진다. (…) 오웰은 아일린이 옥스퍼드의 인맥을 통해 그 자리를 얻었다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덕분이라고 말했다. 마치 그 자리가 그들 두 사람 모두의 생계를 유지할 방책이 아니라 아일린이 받을 자격이 없는 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 작가들은 아일린이 앞으로 2년 동안 두 사람 모두를 경제적으로 부양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오웰 자신도 그 사실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4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정보부에서 오웰이 할 수 있는 약간의 프리랜서 일을 찾아준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한 전기 작가는 아일린이 그곳에서 일했으며 아마도 오웰에게 일자리를 얻어주었을 거라는 언급을 피하는 식으로 문장을 써내지만 말이다. “오웰은 이따금 정보부(괴벨스의 선전부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었다)에서 일자리를 찾아냈다. 정보부는 런던대학교 세너트 하우스에 본부를 두고 있었는데, 이곳은 『1984』에 나오는 진리부를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요소 중 하나였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5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정말 아일린이 없었으면『동물 농장』과 『1984』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어요.
아일린의 친구들이니 아일린편에 서서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들 아일린 인물 특유의 유머감각과 센스가 “동물농장“을 읽을 때 드러났다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아일린의 도움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 동물농장 읽어봐야겠습니다
ㅋㅋㅋ 전 근데 이전에도 쓰레기 같은 작가들 이야기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오웰은 빙산의 일각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수요일 읽은 분량에서 전 애나 펀더의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분리해서 볼 지에 대한 문장들이 참 인상깊은데요.. 특히 버지니아 울프와 리처드 포드의 예가 마음에 듭니다. 저도 실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 또한 불완전한 인간인데 작가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들만을 골라내서 편집된 모습 속에다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들까지 조합해서 더욱 더 이데아에 가까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수긍이 갔어요. 안그래도 제가 책, 특히 예전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지혜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하면서 읽는데 실제로는 철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지혜롭지도 이상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거든요.. 실은 인간은 오히려 dark matter와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인데.. 우리는 작가든 독자든 가상의 이상을 책 속에서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실은 작가는 작품이 아니고 그 작품이 나온 존재인데 이 존재를 cancel한다면 그 작품 또한 나오지 않을 거라는 펀더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만약 작가가 정말로 이상적인 존재이고 이 세상이 정말 이상적인 세계라면 우리가 이런 작품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고 작가도 이런 작품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과 떠나서 그런 오웰이 리디아나 아일린에게 하던 개소리나 겉으로 위선 떨게 하는 doublethink가 용서된다는 뜻은 아니구요.
"난 내 최선의 자아를 작품속에 쏟아넣죠.. 그리고 난 내가 쓴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니에요 " (소설가 리처드 포드) " ’나‘란 그저 실체가 없는 누군가를 가르키는 편의상의 용어에 불과하다 " (버지니아 울프) 저도 이 말에 상당히 공감되었습니다... 어렸을적 위인전 전집의 배신을 겪으면서 이상적 위인은존재하지도 않는데.. 오히려 그들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알 때 더 위안이 되는 것처럼요. 그러나 훌륭하다고 생각한 작품의 작가가 역겨운 인간임을 알때 충격이 있기는 하네요... 하지만 또 시대적 한계와 삶의 환경을 다 안다 할 수 없으니...애나 펀더 덕분에 파고 들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앗 저두요. 예전에는 위인전 디개 싫어했는데..(어린이들에게 권하는 위인전은 좀 훌륭한 면만 부각시키는 게 많잖아요) 나중에 실제 전기들을 읽고 나니 좀 더 길고 복잡하긴 하지만 그게 더 재미있더라구요! 욕하는 재미도 있구 위안도 되구 ㅎㅎㅎㅎ
그래서 사람은 이상의 집을 지어놓고 그속에 들어가 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도 그렇지만, 세상이 워낙 남성중심의 사회다보니 그 시대 다르게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봐요. 저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작품 이를테면 영화 <대부>나 <롤리타> 보면서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땐 그게 유명하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몇년 전 다시 보니까 여성 비하 내지는 변태적 장면이 많이 나와서 어떻게 이게 명작이라는 거지? 의아스럽다 못해 화가 나더군요. 그만큼 세상이 남성편향인 게 많은 거죠. 조지가 과연 아일린을 고의적으로 감추었는지 아니면 그럴 필요성을 전혀 못 느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후자의 영향도 배제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괴담 좋아하시는 분들 여기로!
[그믐앤솔러지클럽] 4. [책증정] 도시괴담을 좋아하신다면 『절대, 금지구역』으로 오세요 [책증정] 조선판 다크 판타지 어떤데👀『암행』 정명섭 작가가 풀어주는 조선 괴담[책증정]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함께 읽어요!!
🎵 책으로 듣는 음악
<모차르트 평전> 함께 읽으실래요? [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그믐이 자신 있게 고른 이 시대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그믐연뮤클럽] X [웰다잉 오디세이 2026]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계속계속 책읽기 by Kiara
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2026년에도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책 선물] 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다정한 모임지기 jena와 함께...어느새 일 년이 훌쩍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2026. 1월] '시쓰기 딱 좋은 날'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박산호 작가의 인터뷰집
[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책방연희>북클럽도 많관부!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정명섭 작가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
책으로 하는 세계 여행, 번역가의 가이드로 함께 떠나요.
<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송은주 번역가와 클라우드 아틀라스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조지 엘리엇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1> 혼자 읽어볼게요.조지 엘리엇 <미들마치1> 함께 읽기[도서증정-고전읽기]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
걸리버가 세상에 나온지 3백년이 되었습니다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마포독서가문] 서로서로 & 조은이책: <걸리버 여행기>로 20일간 여행을 떠나요!<서울국제도서전> 함께 기대하며 나누는 설렘, 그리고 책으로 가득 채울 특별한 시간!걸리버가 안내하는 날카로운 통찰에 대하여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