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오웰이 주로 따분함과 그리고 해충들과 싸우면서 총알이 언제쯤 자신을 맞힐지 알아내려 애쓰고 있는 동안, 아일린은 작전의 심장부에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6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찰스가 생각하기에 오웰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가 필요했다.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으로서 말이다. 아일린은이 말주변 없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주었다. 결혼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일린은 이미 오웰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아일린은 오웰이 "세상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179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이중사고란 한 사람이 머릿속에 두 가지 모순된 믿음을 동시에 품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다. 그 과정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정확하게 수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죄책감이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대한 정신적 기만 체계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p.316,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 다들 화를 가라앉히시고요. 괜히 함께 읽자고 한 게 죄송스럽습니다. :( 오늘 9월 18일 목요일에는 3부 '딸기'부터 '쇼크'를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으로 331쪽부터 359쪽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격랑에 어쩔 수 없이 아일린과 오웰도 휩쓸리게 됩니다. 특히, 아일린의 삶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오웰은 보통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전쟁에 반대해 들고일어날 거라고 말한다. 아일린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전쟁을 선포하면 사람들은 모두 지지할 거라고 아일린은 오웰에게 말해준다. 이때가 아일린이 오웰의 “남다른 정치적 단순함”에 놀라는 순간이다. 오웰은 아일린의 통찰을 일기에 적어둔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31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도 이 부분을 표시했는데요, 오웰은 어쩌면 아일린의 통찰을 착취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처음엔 약간의 동경이었겠지만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줄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본 거 같았어요.
아일린은 어쨌든 런던에 남아야 한다. 일자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설된 정보부 검열과의 상당히 높은 직책이다. 이 부서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검열해 내보내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검열하는 두 가지 업무를 모두 책임진다. (…) 오웰은 아일린이 옥스퍼드의 인맥을 통해 그 자리를 얻었다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덕분이라고 말했다. 마치 그 자리가 그들 두 사람 모두의 생계를 유지할 방책이 아니라 아일린이 받을 자격이 없는 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 작가들은 아일린이 앞으로 2년 동안 두 사람 모두를 경제적으로 부양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오웰 자신도 그 사실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4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은 정보부에서 오웰이 할 수 있는 약간의 프리랜서 일을 찾아준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한 전기 작가는 아일린이 그곳에서 일했으며 아마도 오웰에게 일자리를 얻어주었을 거라는 언급을 피하는 식으로 문장을 써내지만 말이다. “오웰은 이따금 정보부(괴벨스의 선전부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었다)에서 일자리를 찾아냈다. 정보부는 런던대학교 세너트 하우스에 본부를 두고 있었는데, 이곳은 『1984』에 나오는 진리부를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요소 중 하나였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50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정말 아일린이 없었으면『동물 농장』과 『1984』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어요.
아일린의 친구들이니 아일린편에 서서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들 아일린 인물 특유의 유머감각과 센스가 “동물농장“을 읽을 때 드러났다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아일린의 도움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 동물농장 읽어봐야겠습니다
ㅋㅋㅋ 전 근데 이전에도 쓰레기 같은 작가들 이야기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오웰은 빙산의 일각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수요일 읽은 분량에서 전 애나 펀더의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분리해서 볼 지에 대한 문장들이 참 인상깊은데요.. 특히 버지니아 울프와 리처드 포드의 예가 마음에 듭니다. 저도 실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 또한 불완전한 인간인데 작가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들만을 골라내서 편집된 모습 속에다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들까지 조합해서 더욱 더 이데아에 가까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수긍이 갔어요. 안그래도 제가 책, 특히 예전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지혜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하면서 읽는데 실제로는 철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지혜롭지도 이상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거든요.. 실은 인간은 오히려 dark matter와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인데.. 우리는 작가든 독자든 가상의 이상을 책 속에서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실은 작가는 작품이 아니고 그 작품이 나온 존재인데 이 존재를 cancel한다면 그 작품 또한 나오지 않을 거라는 펀더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만약 작가가 정말로 이상적인 존재이고 이 세상이 정말 이상적인 세계라면 우리가 이런 작품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고 작가도 이런 작품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과 떠나서 그런 오웰이 리디아나 아일린에게 하던 개소리나 겉으로 위선 떨게 하는 doublethink가 용서된다는 뜻은 아니구요.
"난 내 최선의 자아를 작품속에 쏟아넣죠.. 그리고 난 내가 쓴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니에요 " (소설가 리처드 포드) " ’나‘란 그저 실체가 없는 누군가를 가르키는 편의상의 용어에 불과하다 " (버지니아 울프) 저도 이 말에 상당히 공감되었습니다... 어렸을적 위인전 전집의 배신을 겪으면서 이상적 위인은존재하지도 않는데.. 오히려 그들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알 때 더 위안이 되는 것처럼요. 그러나 훌륭하다고 생각한 작품의 작가가 역겨운 인간임을 알때 충격이 있기는 하네요... 하지만 또 시대적 한계와 삶의 환경을 다 안다 할 수 없으니...애나 펀더 덕분에 파고 들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앗 저두요. 예전에는 위인전 디개 싫어했는데..(어린이들에게 권하는 위인전은 좀 훌륭한 면만 부각시키는 게 많잖아요) 나중에 실제 전기들을 읽고 나니 좀 더 길고 복잡하긴 하지만 그게 더 재미있더라구요! 욕하는 재미도 있구 위안도 되구 ㅎㅎㅎㅎ
그래서 사람은 이상의 집을 지어놓고 그속에 들어가 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도 그렇지만, 세상이 워낙 남성중심의 사회다보니 그 시대 다르게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봐요. 저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작품 이를테면 영화 <대부>나 <롤리타> 보면서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땐 그게 유명하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몇년 전 다시 보니까 여성 비하 내지는 변태적 장면이 많이 나와서 어떻게 이게 명작이라는 거지? 의아스럽다 못해 화가 나더군요. 그만큼 세상이 남성편향인 게 많은 거죠. 조지가 과연 아일린을 고의적으로 감추었는지 아니면 그럴 필요성을 전혀 못 느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후자의 영향도 배제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아직도 영화 대부를 못 봤습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변태적..? @_@;; 롤리타도 소설책만 읽고 아직 영화는 못 봤는데 영화 못 본 게 참 많네요.
변태는 롤리타가 더 많죠. 영화가 그러니까 굳이 책으로 봐야하는 건가 싶기도하고, 나보코프의 정신 세계가 좀 의심스럽더라구요. <대부 >는 여성 비하 장면이 많고. 잔인한 건 첫 시퀀스가 좀 충격적이긴 하죠.
멋진 말이네요.. 안그래도 엄마가 Architectural Digest를 구독하던데 전 그런 집에 가면 책 둘 곳이 없고 지저분하게 간식 먹을 공간이 없어서 못 살겠다고 했어요. ㅋㅋㅋ
저도 '간극에 유의하라'가 좋았습니다. 비단 작가뿐만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존경할 만한) 누군가가,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길 바라는 이상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로 접하며 존경심을 쌓았던 누군가를 직접 대면했을 때, 실망하고 돌아왔던 경험도 꽤 있었어요. 영화나 드라마도 비슷하지 않나 싶고요. 여담이지만요. 어릴 때 봤던 드라마 중에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작품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 작품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아빠는 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내가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아름다운 드라마를 찍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이 드라마처럼 산다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심지어 극중에서 '드라마처럼 사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 이도 정작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요. 이런 걸 보면 참 씁쓸해요.
오, 연해님도 그사세를 좋아하셨군요. 저도 어릴 때 노희경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대본집도 몇권 사고 그랬었지요. 거짓말, 바보같은사랑, 굿바이솔로, 좀더 최근에는 디어마이프렌즈 등등..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는 바람 피우는 사람들이 꼭 나오죠. 어떤 사람이 외도를 하는 것과 그 사람의 인격?인성?과는 그닥 상관 관계도 없고요. 저는 바람 피우는 사람들을 현생에서 많이 봐서(저랑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건 아니건 간에), 드라마 속 인물까지 갈 것도 없이 그게 그냥 인간의 기본값처럼 생각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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