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9월 16일 화요일은 3부 '보이지 않는 노동자'로 들어갑니다. 3부 '월링턴 1938년 1월 1일'부터 '모로코'까지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267쪽부터 299쪽까지입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오웰과 아일린. 그리고 미리 읽으신 분이 얘기했듯이 리디아에게 추근대는 오웰. 모로코로 요양 여행을 간 두 부부의 얘기가 나옵니다. 모로코에서도;
우리한텐 푸들 강아지도 한 마리 있어. 마르크스라고 이름 붙여주었는데, 우리가 마르크스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걸 상기하기 위해서였어. 우린 이제야 마르크스를 조금 읽었는데,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너무 싫어하게 되어버려서 그 강아지한테 말을 걸 때면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지 뭐야.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74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아일린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라서 저는 메모해 뒀어요. :)
키스는, 특히 첫 키스는 그저 키스만이 아니다. 그건 여성이 헤쳐 나가야 하는 하나의 상황이 된다.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내숭 떠는 여자 아니면 걸레, 혹은 유머 감각 없는 년 아니면 공범이다. 그 둘을 나누는 경계선은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나아가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비좁은 공간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83쪽,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저도 이 부분에 밑줄 쳤어요. 여성에 대한 이중사고(doublethink)는 너무 좁은 범위, 즉 이렇게 성녀-창녀 이분법적 기준으로밖에 나타나지 못하는군요..
나는 남자로서의 그에게 전혀 끌리지 않았고, 그의 병약한 모습은 오히려 내 안에 약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아내와 나누던 친밀감을 잃고 외로움에 굶주린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를 거절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나는 내숭을 떠는 듯 행동하거나 그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키스하는 일이 그에게 몇 분 동안의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내가 왜 밀어내야 할까? 나는 그가 아일린을 깊이 사랑하며, 내가 아일린에게 맞수가 될 일은 결코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이 별로인 건 이미 여러 번 말했는데, 리디아는 왜 이걸 받아주는 걸까요? 이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인 걸까요. 제가 모르는 세계가 또 있는 건가요(어질어질...).
왜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ㅠ
저는 등장인물들중 리디아도 정말 이해가 안갔어요. 이게 시대적잌 상황때문인건지 개인적인 문제인건지 알 수없으나 대체 왜 받아들둬야한다고 생각하느냐고요. 연민?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에게나 주라 그래요! (라고 쓰고보니 동네 강아지는 뭔죄냐며!?)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는 죄가 없습니다(웃음). 저도 리디아의 마음을 정말 모르겠어요. 이것도 시대상 같은 걸까요?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낡고 낡은 뭐 그런거? 아니면 이 시대에는 배우자도 서로 공유하고 뭐 그런 걸까요? (일부다처제도 아니고 이 무슨...) 읽으면 읽을수록 불쾌하더라고요.
@새벽서가 그럴수도 있겠어요. 왜 서로의 배우자를 교환하는 그걸 뭐라고 하더라? 아, 스와핑! 뭐 그러거나 아일린한테 남편을 빼앗음으로 자신이 우월감을 갖길 바랐거나 뭐 그런 거 아닐까요?
오웰은 남들에게 본인과 아내가 오픈 릴레이션쉽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아일린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는 없는듯해요.
그런 성적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겠죠. 하지만 오웰은 그냥 본인 원하는 것만 듣고 기억하는 selective hearing 을 가진듯 합니다!
아일린은 아랍인들, 파리들, 심지어는 ‘지나가는’ 과정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시신들까지, 자신의 문장 속 모든 존재들 안에 힘차게 살아 있다. 아일린의 유머 감각은 모순 속에서 빛난다. 수의는 ‘밝은’ 색이고, 관이 없다는 건 ‘멋진’ 일이며, 파리들은 식당 음식과 시신 중 어느 쪽을 맛볼지를 두고 심사숙고를 하기도 한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오웰이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밑에서 당신한테 키스할 수가 없겠네요"라고 속삭였을 때, 리디아는 곧바로 알아차렸었다. 그건 아일린을 은밀히 훼손하려는 의도로 계획된 성적인 접근이었다. 그 접근이 결국 도달한 곳이 여기였다. 결핵에 걸린 사람과 혀로 하는 키스. 그리고 그 순간, 리디아는 여성이 반복해 빠져드는 이중사고에 빠져들고 만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방식이다. 리디아는 자신이 오웰을 거절하면 '내숭을 떤다'는 모욕을 듣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리디아가 '그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그건 곧 유머 감각이 없다는 뜻이 될 터였다. 리디아는 명확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갇혀버린다. 그 상황에서는 사랑하는 친구의 병든 남편과 키스하는 것이 그것을 거부하는 것보다 어째선지 더 쉬운 일이 되어버린다. 그 키스가 아일린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어쩌면 죽음을 부르는 키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다. 아일린이 스페인에서 언제든 죽을 수 있었던 조르주 코프에게 자신을 하나의 위안으로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리디아는 자신을 오웰이 누려 마땅한 기쁨으로 여긴다.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282p.,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리디아의 모습에서 아일린의 모습이 같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행동을 왜 참은 건지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이중사고가 주는 시선과 평가에 갇혀버린 걸까요?
저는 3부까지 모두 읽었는데, 오웰은 진짜 그냥 포기해야하는 남편이 맞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자기가 아랍려자와 잤네. 버마여자와 비교하니 이렀네 저렀네 하는 것도 그렇고, 요양 실컷 시켜 영국에 데려오니 리디아에게 본격적으로 추근대는 것도 그렇고, 그거에 반응하는 리디아도 그렇고… 게다가 제일 가관이었던건 학교 교사 쫓아다니면서 추근대다가 아내에게 걸렸을 때였어요. 아내가 화가나서 하는 말의 진짜 의미는 아는지 모르는지 무시하고 내 마누라가 이래도 된다고 했어! 일년에 두 번은 그 여자랑 외도해도 내 아내는 이해해! 이게 말이에여, 방구에요?!
방구입니다...
ㅎㅎㅎ
언제나 당신의 것, 에릭으로 부터
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308,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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